어머니가 황혼의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이 몹시 붉어지는 걸 보니 태풍이 곧 오겠다.” 고 말합니다.

저도 머리 들어 먼 하늘 바라봅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커먼 구름이 뒤덮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저 붉은 노을이 하늘 가득 걸려있었지요. 붉은 노을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떨려옵니다.

어머니는 비닐 뭉치와 못, 망치를 챙겨 나오시며 양계장에 비닐을 둘러 비바람을 막아야 한다고 아이들을 부릅니다. 나이가 많고 키 큰 아이는 비닐의 윗부분을 잡고, 작은 아이는 아랫부분을 잡아 평평하게 하고, 어린 막내는 옆에서 못을 집어 어머니에게 전합니다. 어머니는 나무 기둥에 못질한 다음 비닐이 팽팽하게 펴지고 단단하게 고정되었는지 살핍니다.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요. 비바람이 양계장으로 들이치면 닭은 비바람을 피해 한쪽 구석으로 무리 지어 몰려들고, 시간이 지나면 아래 깔린 닭은 질식해서 죽고 맙니다.

우리는 태풍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기에 위아래 없이 전 식구가 어머니의 지시를 따랐습니다. 재빨리 과수원을 돌며 땔 나무를 모아 부엌 모퉁이에 쌓아두고, 커다란 물 항아리에도 물을 가득 채워 음식을 만들거나 마시는 데 쓰지요.

아버지도 일찍 귀가하여 지붕의 기와는 견고한지 살핍니다. 태풍이 언제 들이닥칠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때는 라디오에서 태풍 소식을 전하지만 얼마나 정확했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타이빠오 집에 살면서 수없이 많은 태풍이 지나갔지만, 추석날 태풍이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데, 바로 어머니 생일이었기 때문입니다.

▲ 어머니                             라문황 작품

그날, 어두워지면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주방 낮은 의자에 둘러앉아 있었지요. 주방 문 옆에는 세면대가 놓여 있었습니다. 다리가 4개인 철제 세면대로 허리 부분에 동그란 철편을 용접하여 양은 세숫대야를 올려놓았고, 양쪽에는 사각 통을 용접하여 마치 얼굴의 귀처럼 붙어 있었지요. 한쪽에는 세숫비누를 놓아두고, 다른 쪽에는 플라스틱 컵에 식구들 칫솔을 함께 꽂아놓았습니다. 양치질할 때마다 매번 자기 칫솔의 색이나 기호를 잘 살펴봐야 했지요.

세면대 앞에는 수건걸이가 있었는데, 왼쪽 수건은 어머니 아버지가 사용하고, 오른쪽은 아이들이 썼습니다. 어머니는 어른의 얼굴에는 기름때가 있으니 어린이와 분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세숫대야 아래에는 좀 낡은 수건이 있어 식구가 발을 닦는 데 사용했고요. 만약 손님이 오면 앞쪽에 걸려있는 두 개의 수건을 걷고, 향수를 몇 방울 뿌린 새 수건을 걸어둡니다. 손님이 가시면 어머니는 바로 평상시 사용하는 수건으로 바꾸지요.

추석 태풍이 오던 그 날, 아버지는 늦게 돌아오셨고, 비바람은 점점 거세졌습니다. 아버지는 평소처럼 가림막 아래 의자에 앉아 발을 씻지 못하고, 주방 세면대 앞에 서서 세숫대야에 한쪽 발을 올려놓고 씻으려는 그 순간 가림막이 강풍에 날아 아버지 머리 위 지붕 기와를 때리면서 파편이 세숫대야로 떨어졌습니다. 물이 사방으로 튀고, 뚫린 구멍을 따라 빗물이 주방으로 쏟아졌습니다. 아버지는 다리를 다쳤는지 어떤지 아랑곳없이 비옷도 챙기지 못하고 급히 비닐과 공구를 챙겨 지붕 위로 올라가 구멍을 메꾸었습니다. 어머니도 급히 물통과 세숫대야로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았습니다.

두둑! 뚝!

거센 강풍이 시차를 두고 연이어 몰아칩니다. 밖에서는 개 밥그릇과 깡통 등이 날아올라 당! 당! 당! 당! 여기저기 부딪히며 과수원 쪽으로 날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 집 유일한 침상에는 커다란 일본식 다다미가 깔려있었는데 주방과는 벽돌담으로 나누어져 있었지요. 주방에 빗물이 쏟아지자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모두 침상으로 물러나라고 하였습니다. 침상 뒤쪽 벽돌로 쌓은 벽에는 길이 약 60Cm에 폭은 팔뚝이 드나들 정도의 공간이 4개 뚫려있었습니다. 이걸 창이라고 불렀는데 창살은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바깥에 큰 판자를 달아 이 창을 덮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약 1m 정도의 대나무 막대로 판자 덮개를 밀어 받혀놓으면 햇볕도 들고 공기도 순환합니다. 저녁에는 대나무 막대를 걷어 벽에 세워두고, 판자에 달린 철사 줄을 당겨 벽에 박힌 못에 걸면 창을 닫는 것이지요. 창이 있는 이 벽 쪽이 저의 잠자리라서 평소 창을 여닫는 임무가 저에게 떨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침상에 올랐지만 부모님은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우리는 그저 얌전히 다다미에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강풍이 휘몰아치더니 커다란 펑! 소리와 함께 칠흑으로 변했습니다. 정전이 되었습니다. 이 맹렬한 바람은 창밖 큰 판자마저 날려 보냈고 이어 비바람이 들어와 다다미가 젖었습니다.

아이들의 놀란 소리에 어머니가 뛰어 들어와 촛불을 켜고, 걸레로 쓰던 낡은 옷들을 꺼내 우리더러 창틈을 막으라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침상과 주방 사이의 문 옆에 놓인 쌀통 위에다 촛불을 놓아두었습니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따라 촛불이 흔들리니 명암이 교차하고, 침상 건너 창문 쪽은 그마저 희미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옷가지로 들이치는 비를 막다가 갑자기 창밖에 4명이 일렬로 서 있는 것을 목격했지요.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저를 바라봅니다. “창밖에 사람이 있어!”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제 말을 듣지 못하는 거 같았습니다. 저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더니 4명이 사라졌습니다.

태풍이 지난 후, 학교가 끝나 집에 돌아오면 창문부터 걸어 잠갔습니다. 어두워지면 감히 손을 뻗어 대나무 막대를 거두거나 철사 줄을 당겨 창문을 걸지 못했습니다. 창밖에 있는 4명이 제 손을 잡아당길까 봐 두려웠습니다. 철사 줄이 잘 감기지 않아 그 4명이 판자문을 열고 손을 뻗어 저를 잡아갈까 봐 창 쪽에서는 잠도 못 잤지요.

▲ 사진 : 라문황 통신원 어머니

지금도 당시의 정경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2010년 대만에 돌아가 와병 중인 어머니를 돌봤습니다. 이야기 중에 어머니에게 이 사건을 말했더니, 다 듣고 나서 “네가 그때는 어렸잖아. 잠에 취해 헛것을 본 거야!”

“어머니, 그 당시 나에게 집안일 시킬 때마다 4학년짜리가 아직도 못하느냐고 입에 달고 살았잖아. 이제 와서 그때는 어렸다고? 위로가 돼?”

태풍이 왔던 칠흑 같은 밤, 바람소리 빗소리를 들으며 잠속으로 빠져들었는데, 깨어났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했습니다. 밝아진 방안 침상에는 저와 깊이 잠든 동생들만 남아있었지요. 어머니, 아버지, 큰오빠, 세 언니는 이미 일어났습니다. 주방에서 밖을 바라보니 모두가 만신창이로 바뀌었습니다.

우리 과수원 옆 땅 주인은 마을에서 돼지고기를 파는 아저씨인데, 그 밭에 무마황 나무를 한 줄로 심어 우리 과수원과 경계로 삼았습니다. 그중 한 그루가 우리 집 잔디 위로 넘어지며 빨래대도 쓰러뜨렸습니다. 어머니와 큰오빠는 힘들여 그 나무를 톱으로 자르고 있었습니다. 다시 우리 과수원으로 눈을 돌리니 이리저리 쓰러지고 부러져있었지요.

강아지는 저를 보더니 이리저리 꼬리를 흔들며 짖어댑니다. 배고프다는 것이지요. 간밤에 날아간 개 밥그릇을 찾아 헤매다 결국 후원 나무울타리 아래서 찾아냈습니다. 또한 커다란 비둘기도 보았습니다. 잽싸게 뛰어가 어머니를 데려왔습니다. 어머니는 보자마자 일반 비둘기가 아니라 산비둘기라고 합니다. 산비둘기마저 지난밤 비바람에 기진맥진 더는 날지 못합니다. 어머니가 가지고 오는 대바구니를 보면서도 겨우 몇 발짝 움직이다 대바구니 속에 갇혔습니다. 저는 달려가 쓰레기더미를 뒤적여 버려진 간장 종지와 깨진 그릇을 찾아 쌀겨와 물을 담아 산비둘기 앞에 밀어두고 종종 찾아와 먹었는지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다음날 점심 무렵 어머니는 저에게 마을 한약방에 가서 당귀, 황기, 구기자를 사 오라고 하였습니다. 저녁 식탁 큰오빠 자리에 그릇이 놓여있는데, 안에는 어제 쌀겨를 먹였던 산비둘기가 들어있었습니다. 국물에는 점심때 사 온 주황색 구기자가 떠 있고요. 어머니는 큰오빠가 어른이 되는 시기이니 오빠에게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밥을 먹지 못하고 식탁에서 물러나 정원으로 가니 어제 산비둘기를 가두었던 대바구니가 보였습니다. 저는 냅다 대바구니를 걷어차고는 머리를 숙여 쏟아지는 눈물을 참았지요. (번역 : 김동호)

<忘不了的那年颱風天>

媽媽看著黄昏的天色說:天勒翻红阿,颱風麥來嘍。我也抬頭望向天邊,既不是藍天白雲,也不是烏雲密佈,是一大片红季季(台語很红的意思)的雲彩掛在天角,看著很红的天邊我從心里起加輪荀(台語哆嗦的意思)。

媽媽找出了一堆舊塑膠布,鐵釘,槌子,叫孩子們過去幫忙,媽媽要把雞舍圍上塑膠布用來擋風雨。孩子年紀大的個子高的拉著塑膠布的上角,矮的拉下角,一起把塑膠布拉平,最小的弟弟也在旁邊幫忙遞釘子给媽媽,媽媽用力地把釘子敲打進木柱裡,釘好了媽媽會用手再扯扯塑膠布,看看牢固否,不能被風一吹就掀開了,那麽大雨就會随著强風刮進雞舍,雞群為了躲風雨,會全部擠壓在一個角落,久之,被壓在下面的雞就會悶死.

我們都知道颱風的可怕,全家上下都聽媽媽的指揮。得快把果樹下的柴火拿進去塞滿厨房的角落,水缸的水也要添滿,這缸水是要喝的和煮飯菜用的。爸爸會早早回家,爬去厝頂巡巡看看瓦片都牢固否?颱風會何時登陸,是没人知道的。有時候收音機會報導有颱風的消息,但準確度我已不記得了。

在太保的家經歷了無數次的颱風,但我最記得有一年中秋節的颱風,因為中秋節是媽媽的生日。那天,天一黑就開始刮風了,我們都圍坐在厨房的板凳上,厨房靠門邊放了一個臉盆架,那臉盆架是用鐵條焊接的,一個四脚架到腰部位置焊了一鐵圈正好可以嵌入鋁製臉盆,兩側也焊了四方形盒,耳朵般,一邊放南僑香皂,一邊放個塑膠杯,全家人的牙刷都插放在一起,每次拿牙刷都要仔细看好自己牙刷的颜色記號。臉盆的前方有面巾架,可以掛上兩條擦臉的面巾,左邊是爸媽用的,右邊是孩子們用的,媽媽說大人的臉有油垢,要和小孩分開。臉盆下也有一條較舊的毛巾,那是全家人擦脚用的。如果有客人要來,媽媽會先收掉洗臉架上這兩條面巾,換上一條灑了幾滴明星花露水的新面巾。客人一走,媽媽又馬上換回那兩條平常用的面巾。

中秋節颱風這天,爸爸回來晚了,外面風雨開始大了,爸爸不能坐在屋簷下的板凳上洗脚,只好站在臉盆架前,把一隻脚抬放到臉盆裡洗著,就在此時,爸爸頭上的屋瓦被一陣强風给掀了,有塊瓦片掉了下來,砸到洗臉盆裡,水濺滿地,雨水也順着這破洞滑進我家厨房。爸爸的脚有没有受傷不用看了,也不用穿雨衣了,爸爸急着找塑膠布,工具要到厝頂去補救破洞。媽媽也趕快拿着水桶和臉盆對準厝頂的落水接着。

咻!咻!咻!

屋外强風一陣陣,不停的刮着,聽到外面小白(我家狗狗的名字)的飯碗和幾個鉛桶都被風刮起,噹!噹!噹!噹!東撞西撞的飛往果園方向,我家唯一的眠床是日式榻榻米大通鋪,和厨房僅隔一道磚牆,现在厨房漏水了,媽媽要孩子們全退進去眠床,眠床的後方有個用磚塊砌成四長條的縫,每個縫長約60公分,寬度是人的手臂可以伸進來的大小,這叫窗户,它只是用磚塊砌成,没有窗欞,爸爸從外面用塊大木板蓋着這窗户,早上起床,會用根約100公分的竹棍把木板撑開頂着,讓光線進來,空氣也流通,晚上再把竹棍收進來放牆邊,木板上有一條鉛線拉進來,扣在内牆上的大釘子上,這就是關窗户了。有窗户的這面牆邊是我睡覺的位置,所以平常負責開窗關窗的差事就落在我身上了。

孩子們爬進大通舖,爸媽忙翻了,但我們只要乖乖的,安静的坐在大通舖倒也没事。突然又一陣强風,啪!一聲巨響,一片烏黑,停電了,這猛風也刮走了窗外的大木板,雨被風吹進來了。榻榻米濕了,孩子們一陣驚嚇聲,媽媽從外面跑進來,點了蠟燭,媽媽拿出當抹布的破衣服,讓我們把那磚縫给塞上,媽媽在大通鋪和厨房交接的門邊,有個放米的鐵桶上放了一支蠟燭,燭光隨著門縫吹進來的風力,忽明忽暗,照到大通鋪的窗邊只剩下微弱的燭光,我摸黑用力的塞着抹布,突然我瞥見窗外有四個人站一排,他們面無表情的看著我,我說:窗外有人啦,但其他的孩子好像都没聽到我說話,我閉上了眼睛,再睁開眼睛看,那四個人消失了。那次颱風過後,我放學回家都先去關窗户,天一黑了,我就不敢伸手去窗外拿竹棍或拉鉛線進來扣,我怕我的手會被窗外那四個人拉住,縮不回來。我也不敢睡牆邊了,我怕鉛線没扣緊,那四個人打開木板伸手進來抓我。

至今,那情景再度鮮明地浮現眼前。2010年,回台照顧卧床的媽媽時,有次聊天,我告訴了媽媽這件事。媽媽聽完說:妳那時候還小,愛睏目花啦。老媽,您那時候讓我做家事時,都說唸到四年级了還不會。現在却告訴我,那時候還小。哪會安呢。

漆黑的颱風夜裡聽著風聲雨聲入睡了,醒來没有風雨聲了,明亮的大通鋪上只剩我和沉睡著的弟妹。爸爸,媽媽,大哥,三姐們都起床了,我站在厨房門口,看到院子满目滄痍,隔壁田的地主是庄内賣猪肉的歐仔桑,他在田埂上種了一排木麻黄樹當地界,其中一棵横倒在我家草坪上,把曬衣服的架子也壓倒了,媽媽和大哥正使勁的鋸著木麻黄樹。我再看看果園裡的果樹,也都東倒西歪了。

小白看到我,摇著尾巴不停的吠著,我知道小白牠要吃飯了。我到處找昨天被風刮走的狗碗,最後看到狗碗卡在後院的樹籬笆下,也看到一隻大鴿子,我快跑去叫媽媽來,媽媽一看就說這不是粉鳥(鴿子),是绑甲(斑鳩)。斑鳩連夜被風刮雨打,已没有體力飛了,牠看到媽媽拿來竹籠,也只能虚弱的走幾小步,就被媽媽蓋在竹籠里面。我跑去垃圾堆翻找之前被丢棄的破豆油碟仔(醬油碟子)和破碗,一個裝滿米糠一個裝滿水,推到斑鳩面前,我時不時就去巡看一下,看斑鳩牠吃了米糠喝了水没有。

隔天中午媽媽叫我去庒内的中藥店買當歸,黄蓍,枸杞。晚餐桌上大哥面前放著一個碗公,里面是昨天我餵米糠的那隻斑鳩,湯里浮著中午買的橘红色的枸杞子,媽媽說大哥正在轉大人,這給大哥吃。

我没吃飯,離開了餐桌,走到院子看見昨天蓋著斑鳩的那個竹籠,我狠狠的踹了那竹籠一脚,低著頭忍住一直冒出來的淚水。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라문황 주주통신원  low030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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