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산에 머물다 온다. 급히 정상을 목표로 오르내리지 않는다.

보통 6시간 정도 산에 머무는데 천천히 이것저것 보며 2시간 정도 올라 좋은 쉼터에서 2시간 정도 푹 쉰다. 그러곤 배낭 챙겨 슬금슬금 게으르게 2시간 걸려 내려오는 것이다. 222산행이다. 내가 쉬는 쉼터는 꼭 정상이 아니더라도 좋다. 요즘 같으면 햇살이 좋은 곳에서 쉰다.

난 겨울 산에서 쉬면서 태양신을 찾게 되었다. 아무리 영하의 기온이더라도 바람이 자고 햇살이 좋은 곳은 참 따뜻하다. 그런 곳에서 준비해간 도시락을 먹고 한 숨 푹 자기도 한다. 태양이 없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한 겨울 따뜻한 햇살 아래 자다가 햇살이 구름에 가리면 추워서 깨게 된다. 그럴 때면 원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묻는 알렉산더대왕에게 “지금 당신이 서서 막고 있는 햇볕이나 쪼이게 그저 비켜만 주십시오.” 라고 했다는 디오게네스를 떠올리며 그를 이해하게 된다. 태양신을 믿던 원시인들도 이해한다.

나는 산을 천천히 구경하며 오른다.

▲ 한겨울에도 얼지 않아 관악산 생명들이 목축이는 곳.

이젠 겨울이다.

▲ 올겨울 관악산에서 처음 만난 고드름.

뒤돌아보니 앙상한 가지사이로 무성했을 땐 가려졌던 서울이 보인다. 안 보인다고 없는 것이 아니었다.

▲ 온 길..

나무관셰음보살 바위를 만나면 반갑다. 이젠 쉴 수 있기 때문이다.

▲ 귀의불 바위

겨울철엔 주로 이 바위 위쪽에서 쉰다.

▲ 나무관셰음 바위.

오늘도 양지바른 이 곳에서 자다가 깼다. 햇살이 구름에 가려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보낸 문자소리에..

▲ 오늘의 쉼터.

요사채 마루가 좀 한산하다.

▲ 연주암 요사채.

학바위 능선으로 향한다.

▲ KBS송신소에서 바라본 관악산 정상.

누가 이 바위를 '삿갓승군'이라 부르기 시작했을까?

▲ 마치 삿갓을 쓴 스님처럼 보인다는 삿갓승군 바위

학바위 능선으로 내려오며 오른편을 바라보니 자운암 능선 너머 서울이 보인다. 능선 길은 탁 트인 전망이 참 좋다.

▲ 학바위능선에서 바라본 자운암능선너머 서울.

학바위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 학바위.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가지마라"고 정몽주 어머님께서 하셨다는데 학바위 꼭대기에서는 까마귀 한 쌍이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 학바위와 까마귀 한쌍.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박남수 시인의 시 '새'에서 나오는 구절이 생각난다.

 

▲ 확대한 까마귀 부부

한 뿌리에서 나와서 서로 만났다 헤어지고 또 만나고 헤어지고, 하물며 다른 뿌리에서 자란 인간이야...

▲ 회자정리(會者定離)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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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박효삼 주주통신원  psalm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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