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플로리다 여행에서 만났을 때 지역 관리자 Cindy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한 가지 제안하신 것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Prom에 한번 참석해보라는 것이었지요. 사전을 찾아보니까 Prom은 원래 Promenade의 약자라고 해요. Promenade는 산책, 고등학교나 대학교의 무도회란 뜻이 있는데 고등학교에서는 주로 5월에 열리는 졸업 파티를 이야기 한다고 해요.

Prom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서로 얘기하거나 춤추거나 하면서 저녁을 멋지게 지내는 것이지요.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잖아요? Prom에 갈 수 있는 자격은 11학년과 12학년은 누구나 갈 수 있고, 또 11학년이나 12학년이 9학년이나 10학년 학생에게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신청하면 갈 수 있는 자격이 생기지요. 하지만 Cindy 선생님께서는 교환 학생은 특별히 문화 체험 차원에서 참석할 수 있도록 학교에 부탁을 해본다고 하셨어요. 리무진을 타고 말이지요.

보통 한국 돈으로 20,000원이면 리무진을 빌릴 수 있는데 말타 언니, 나, Morgan 오빠, 또 다른 브라질 남자 교환 학생 Rubens, 한국 교환 학생 영재와 우택 오빠. 우택 오빠 호스트 브라더인 Nathaniel 이렇게 7명이 리무진을 불러서 Prom파티에 가서 놀다가 저녁 식사하고 오는 것을 계획해보라고 하셨어요. 저는 춤을 잘 못 추고 춤추는 것을 즐기지 않아서 걱정을 했는데, Morgan 오빠도 춤추는 것 싫어한다고 하면서 그냥 흔들면서 얘기만 해도 된다고 했어요.

우리는 신이 나서 Prom에 갈 계획을 세웠어요. Janet 아줌마께서는 제가 드레스가 없다는 것을 아시고 제 생일 선물로 에메랄드 빛 Dress를 사주셨어요. 그리고 목걸이, 귀걸이도 준비하여 주셨지요. 저는 굽이 제일 낮은 유리 구두도 샀어요. 또 말타 언니의 은색 핸드백도 빌리고, 그날 화장과 머리도 예쁘게 할 미용사와도 다 예약을 해놓았답니다. 단지 리무진만 일정이 맞지 않아서 못 빌렸어요.

Morgan 오빠는 파티 춤을 하나도 몰라요. 그래서 Prom 전날, 말타 언니가 저와 Morgan 오빠에게 1시간 정도 배워주었어요. 말타 언니는 춤을 참 잘 춰요. 브라질에서는 그런 기회가 많다고 해요. 그런데 Morgan오빠는 미국에 살면서 모른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요? 오빠는 남 앞에 나가서 춤을 추는 것을 무척 부끄러워하는 편이라서 여기 미국사람들 같지 않아요. 저랑 좀 비슷해요. 하지만 1시간 정도 배우고 나니 잘하더라고요. 그래도 본 적은 많아서 금방 배우는 것 같아요.

드디어 파티 날인 5월 8일이 왔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 우리는 집에서 2시간이나 떨어진 공원에서 11시부터 2시까지 PIE 교환 학생 오리엔테이션을 받아야 했어요. 1학기 과정으로 온 6월 초순에 귀국하는 브라질 학생들을 위해서이지요. 호스트 엄마들께서 음식을 한 가지씩 해가지고 와서 먹었어요. Janet 아줌마께서는 쿠키를 만들어 오셨답니다. 저는 귀국도 하지 않을 것이지만 저녁에 있을 Prom에 갈 생각으로 마음이 붕 떠서 뭐를 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단지 사진만 몇 방 찍은 것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 우택 오빠의 호스트 시스터 Karis와 함께
▲ 오리엔테이션에는 관심이 없이 공차기를 하는 학생들, Morgan 오빠, 영재, 우택 오빠의 host brother가 보입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급하게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바쁘게 미용사를 만나 머리하고, 화장을 한 다음에 Janet 아줌마께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셔서 말타 언니와 나와 오빠는 가족사진 찍는 것 같이 거창하게 야외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말타 언니는 드레스가 참 잘 어울렸어요. Morgan 오빠도 멋이 있고요. 저도 잘 어울린 것 같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예쁜 내 모습은 처음 본 것 같아요. 헤헤헤...

▲ 드레스를 입고 조금은 어색한 모습, 저 위의 사진과 너무나 다른 모습;;;;

그리고 드디어 6시!!! 학교에 도착했어요. 우리 팀은 우택 오빠, 영재, Morgan, 말타 언니, 그리고 나에요. 브라질 교환 학생 Rubens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오는 것을 포기 했어요. 여자 드레스보다 턱시도는 엄청 비싸거든요.

학교에 도착해서 Gym에 들어가니 Gym이 아주 다른 곳이 되었답니다. 무지하게 예쁘게 꾸며 놓았어요. 천장에는 별을 달고, 테이블에는 간단한 뷔페 음식이 있고 촛불을 켜놓아서 조금은 깜깜하지만 분위기는 있게 파티 장을 만들어 놓았어요. 그런데 너무 어두워서 제가 카메라로 사진 찍은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그것은 너무 아쉬워요

음악이 나오면 나가서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은 춤을 추는데 그냥 발만 왔다 갔다 하면서 추면 되었어요. 그리고 우리 팀은 누구 한 대상을 정해서 추는 것이 아니라 그냥 빙빙 돌아가면서 대상을 바꾸어 가면서 같이 추었기 때문에 파트너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걱정도 할 것이 없었어요.

우리는 이야기도 하면서, 춤도 추면서, 간식도 먹으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보통 Prom 파티는 끝나고 나면 자기 짝과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 코스처럼 정해지거든요.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하여 Stake House에 미리 예약을 했어요. 그날은 예약을 안 하고 식당을 찾으려고 하면 못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브라질 교환 학생 Rubens와 우택 오빠의 Host Sister Karis, Host Brother Nathaniel이 함께 모였어요. 우리는 저녁을 먹으면서 막 이야기를 하다 집에 왔어요. 집에 오니 11시나 되었답니다.

난생 처음 에메랄드 빛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화장하고, 머리하고, 유리구두 신고, 은빛 핸드백 들고, 귀까지 뚫어서 귀걸이에 목걸이에, 손톱에 매니큐어도 칠하고… 잔뜩 멋을 내고 간 파티… 그 전에 준비하면서 기분이 얼마나 들뜨고 좋았는지 몰라요. 사실 제가 너무나 큰 기대를 했기 때문에 기대한 것만큼 재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참 멋진 파티를 즐기다 왔답니다.

한 가지 좀 섭섭한 점은 몇몇 학생들은 한 번에 제가 누군지 못 알아보았다는 것이에요. Prom에 온 학생들은 대부분 저보다 학년은 높지만 학생 수가 워낙 적고 동양 여학생은 저 하나이니까 저를 다 알거든요? 그런데 제가 얼마나 변했는지 바로 저를 잘 못 알아보더라고요;;; 늘 두꺼운 안경만 쓰고 다녔으니;;;;;

Prom이 끝난 후 학교에 갔을 때 조금 변화가 있었어요. 여러 명의 학생들이 저에게 Prom에서 찍은 제 사진을 서로 교환하자는 했어요. 제 사진을 간직하고 싶다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듣고 저는 무척 기뻤어요. 자신의 앨범에 제 사진을 넣는다는 것은 저를 진짜 자기들 친구로 여겨준다는 것 같아서요. 저도 받게 된 제 친구들의 프롬사진 보세요.

▲ 가장 친한 친구가 된 Lesli
▲ 우리 학교에서 가장 예쁜 Karis

5월 26일에 저희는 방학을 합니다. 한국에서 엄마는 방학 동안 미국 고등학생들이 대부분 하는 봉사도 해보고,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한국수학공부도 좀 하라 하시는데…… 저는 아직 아무 계획도 짜지 못했어요. 7월에는 밴드 반에서 Marching Band Trip을 가고, 또 Soccer팀에서는 Camp(축구팀 전지훈련 같은 것)을 가게 되요. 그래서 6월에는 솔직히 가족들이 보고 싶어서 한국에 한 2~3주 갔다 오고 싶은데 비행기 값이 아깝다고 엄마가 그냥 참으라고 해요. 냉정한 엄마;;;; 불쌍한 지산;;;;;;

마지막으로 Prom 갈 때 드레스 입고 찍은 멋진 우리 세 사람의 사진을 자랑하고 싶어서 더 넣었어요. 그리고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우리 셋이 찍은 멋진 사진. Janet 아주머니께서 제일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2004년 5월 테네시에서 쓴 글임)

1961년 미국에서 교육문화상호교류법(The Mutual Educational and Cultural Exchang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교환교수, 교환연구원 그리고 교환학생(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유학이 아니다. 미국공립학교에서 최장 1년간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중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참여 학생들도 많다. 원래 비용은 무료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립기관이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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