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정문 밖의 모습

숙정문 밖으로 나온다. 성 안의 귀하신 몸은 다시 상민의 신분이 되는 것인가? 숙정문 밖에서는 성북동 동네 끝자락 숲속에 있는 삼청각이 궁궐처럼 보인다. 그 커다란 한옥지붕은 숲을 떠나 금방이라도 비상할 듯한 날렵한 모습이다. 삼청각은 1972년 준공되었다. 그해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었고, 그에 이어 남북적십자대표단의 만찬을 그곳에서 베풀었다. 그곳은 군사정권시절 내내 밀실정치라든가 요정정치의 주요무대였다. 지금은 분위기를 일신하여 대중음식점이나 전통문화 공연장으로 일반인에게도 개방되고 있다.

▲ 삼청각

2010년 2월에는 숙정문 밖에서 북악팔각정으로 올라갈 수 있는 북악하늘길이 완전히 개방되었다. 또 ‘김신조루트’라는 길을 따라 ‘하늘마루’에서 북한산 형제봉 능선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1968년 북한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잠입했던 침투로의 일부구간이다. 이 길은 1·21사태 직후 폐쇄되었으나 42년 만에 개방되었다.

말바위쉼터와 말바위전망대

다시 숙정문 안으로 들어가서 성곽을 따라 내려가면 ‘말바위쉼터’와 만난다. 이곳에서 창의문쉼터에서 받았던 목걸이번호표를 반납해야한다. 이 쉼터 벽에는 2007년 4월 5일 백악산 개방을 기념하는 황지우 시인의 시 한 편이 걸려있다. ‘풍경 뻬레스트로이카’다. 백악산 개방을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정책 ‘페레스트로이카’에 은유한 시다.

▲ 백악산 말바위

‘말바위쉼터’를 떠나 내려간다. 머지않아 ‘말바위전망대’를 만난다. ‘말바위쉼터’나 ‘말바위전망대’는 그곳에서 가까운 삼청공원에 말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말바위라는 이름의 ‘말’은 한자의 음으로도 되고 뜻으로도 된다. 한자의 음으로 보면 ‘끝 末(말)’이 되는데, 백악산의 산줄기가 여기서 끝나기 때문에 ‘말바위(末岩)’라고 불렀고, 뜻으로 보면 ‘말 馬(마)’가 되어 ‘말바위(馬岩)’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뒤 이름에 관한 몇 가지 설이 전한다. 첫째는 바위가 말의 안장을 닮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바위가 말의 머리를 닮았다는 것이며, 셋째는 조선시대 관리들이 말을 타고 와서 이곳에 말을 매어두고 산에 올라 자연을 즐겼다는 데에서 말바위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이곳 안내판에는 세 번째 설을 기록했지만, 다른 문헌의 기록에는 대체로 바위의 형상과 관련된 설명을 한다.

▲ 말바위 측면

이곳은 예나 지금이나 경관이 수려하여 조선시대 선비나 관리가 아니라도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그래서 이곳은 ‘서울시 선정 우수 조망명소’라는 안내판이 도성 안 종로구 방향과 도성 밖 성북구  방향에 각각 하나씩 세워져있다.

▲ 밑에서 본 말바위

글 : 허창무 주주통신원 / 사진 : 이동구 에디터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허창무 주주통신원  sdm3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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