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타 언니는 1월 2일부터 6월 11일까지 저와 함께 한방에서 지낸 언니에요. 교환학생으로 처음 만났지만 남 같지 않는 언니를 생각하며 글을 쓰려고 해요.

▲ 플로리다에서 언니와 둘이서 다정하게. 언니의 웃는 모습이 참 예뻐요

언니는 마음씨가 참 곱고, 다정하고 일도 잘해요.

언니와 저는 비키 엄마네 집에 살 때 늘 같이 붙어 다녔어요. 학교에 갔다 오면 먼저 숙제를 하고 그 다음에 하는 일은 같이 집을 치우는 것이지요. 이는 우리 둘이 스스로 비키 엄마를 돕기로 정한 일이었어요.

2층에서 개가 어질러 놓은 것, 개의 푸푸 등을 알아서 서로서로 잘 치웠어요. 저는 언니만큼은 마음씨가 곱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일하는데 도와주지 않고 바쁘다든가, 하기 싫다던가 하면서 딴청을 피우는 사람을 만나면 싫은 소리를 하기도 하고 얄미워하는 편이예요. 사실 언니가 그런 형이면 어떻게 하나하고 걱정을 했어요.

헌데 언니는 스스로 움직이는 형이에요. 언니는 저보다 먼저 개 푸푸도 치우고 집안도 청소하고 그랬어요. 항상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주는 언니… 그런 고운 마음씨의 언니 때문에 6달 동안 한 번의 불편함 없이 잘 지냈어요. 제가 참 좋은 언니를 만난 거지요.

언니와 저는 비키 엄마네 있을 때 자주 개들을 목욕시켰어요.

보통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목욕을 시켰는데 한 번에 보통 5-6마리 시켜요. 처음에 제가 먼저 갔기 때문에 먼저 Vicky 엄마를 돕기 위해서 시작을 했는데 언니가 오고 나서 같이 한다고 하여 둘이 하게 되었어요. 처음보다 점점 쉬워지고 손발이 척척 맞아서 5분 정도면 한 마리를 씻길 수 있게 되었답니다. 목욕이 끝나고 드라이시켜주고, 향수 뿌려주고 나면 개들도 좋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어요. 뺑뺑 돌기도 하구요. 개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이 웃기고 흐뭇하여 언니와 나는 힘들지만 싫어하지는 않았지요.

우리 둘이 새끼 낳는 개를 돌봐준 적도 있어요.

Vicky 엄마 집에 살 때 Jack Russle이 새끼를 낳았어요. 5마리를 낳았는데 언니와 제가 다 돌보아 주었어요. 보통 개들은 새끼를 낳으면 많이 불안하대요. 그래서 뭔가 새끼에게 위험이 닥칠 것 같으면 새끼를 물어 죽인다고 해요. 그럴까 봐 사람이 항상 지키고 있어야 한대요. 저와 언니는 계속 개에게 말을 걸고 낳은 과정을 다 지켜보면서 수건을 새로 깔아주거나 따뜻한 물을 주거나 했어요. 다행히 개가 자신이 다 알아서 새끼를 돌보았고, 우리는 별 할 일이 없었지만 지켜보는 것만도 흐뭇한 일이었어요. 만약 저 혼자 했으면 겁나고 어려웠을 일도 언니와 같이 하면 즐겁고 두렵지 않아요.

나중에 안 이야기이지만 언니는 브라질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아주 유명한 부잣집 딸이라고 해요. 그런데 전혀 티를 안내요. 브라질에서는 언니가 부자라서 친구들이 많이 접근하기도 했다고 해요. 그것이 싫어서 여기서는 아이들이 그 사실을 알기를 원하지 않았어요. 언니 집에는 maid가 있어서 집안일은 거의 다 해주었다고 하는데 그런 언니가 비키 엄마 집에서 개똥을 치고, 집안일을 척척했다니…… 참 신기해요. 저는 어려서부터 엄마가 팥쥐엄마같이 일을 많이 시켰기 때문에 가사 일도 익숙한 편이거든요?

언니는 소박하면서 내성적이지만 도전심도 있어요. 

언니는 한국식으로 보면 좀 화려하게 생긴 모습이에요. 또 멋지게 생긴 남자 친구도 있기 때문에 멋을 많이 부릴 것 같은데 화장을 하지 않아요. 이곳에 와서 놀란 것은 많은 여자 아이들이 화장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어요. 한국에서 엄마는 입술화장이라도 조금 할라치면 펄펄 뛰셨기 때문에 여기서도 화장은 생각도 못하고 있어요.

헌데 언니에게 제가 여학생들이 화장하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It's ridiculous'이라고 말을 했어요. 참 다행이지요. 언니가 화장을 하면 옆에서 나도 덩달아 하고 싶어질 텐데....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아서 말이에요. 나중에는  둘이 같이 매니큐어도 칠하고 눈썹도 다듬고 하는 것을 좀 했지만;;;

언니의 성격은 좀 내성적인 부끄럼쟁이예요. 그런데 이상하게 겁이 없어요. 해본 적이 없는 것도 막 겁 없이 해보는 그런 도전적인 면이 있어요. 그래서 교환학생도 왔다고 해요. 제가 너무 놀란 것은 번지점프 같은 것, 낙하산에서 점프하는 것 같은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에요. 수영도 잘하고… 스쿠버 다이빙도 잘하고… 댄싱도 잘하고…

언니의 꿈은 큰 동물을 보살펴주는 수의사나 심리학자가 되는 것이어요.

저도 어려서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동물 수술하는 것이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했어요. 언니도 저만큼 동물을 좋아해요. 또 언니네 할아버지는 큰 농장을 가지고 있는데 언니는 자주 농장에 가서 소나 말을 돌보는 일을 한다고 해요. 그래서 소가 새끼 낳는 것, 소 뱃속의 새끼를 손으로 넣어서 만져보는 것, 소와 말 엉덩이에 뜨거운 쇠로 마크하는 것 등등을 벌써 다 할 줄 알아요… 또 엄마가 심리학자라고 해요. 그래서 엄마처럼 심리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도 있어요.

언니의 취미 중의 하나는 요리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자주 케이크도 만들고 쿠키도 구웠어요. 처음에는 제가 어리버리하게 잘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저도 언니를 따라 척척하지요.

▲ 언니가 브라질 가기 전 만들어 준 Red Velvet Cake

언니가 Janet 아줌마네 와서 해준 브라질 음식은 소개하고 싶어요.

이름은 스트라가나프라는 음식인데 밥 위에 소스를 걸쭉하게 얹어서 먹는 것이에요. 하지만 밥은 한국 밥 같은 것이 아니고 막 날아가는 가벼운 쌀로 만든 밥이에요. 조금 걸쭉하면서 치즈랑 고기랑 섞은 것 같은 맛인데 참 맛있어요. 만드는 것을 설명해볼게요.

1. 소고기를 직사각형으로 작고 잘게 썰어서 밀가루와 소금을 넣고 반죽한다.

2. 반죽한 고기를 프라이팬에 굽는다. 구워지면 스파게티 소스 같은 것과 케첩을 넣고 다시 한 번 굽는다.

3. 다 익으면 크림 밀크와 palms(브라질 식물)을 넣고 섞어서 볶는다.

4. 밥 위에 얹어서 먹는다.

언니의 한국말 배우기 

언니는 처음에 우리나라 말이 없고 중국말을 사용하는 줄을 알았대요. 아니라고 했더니 한국말에 관심이 있다고 한국말을 가르쳐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된 것과, 그리고 목적어가 뒤로 가는 우리나라 말의 구조를 알려주었어요. 말도 배워주었고요.

그래서 언니는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말타예요’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말을 할 줄 알고요. 자기 이름을 한국말로 쓸 수 있어요. 언니가 더 오래 있다면 더 많은 한국말을 알려 줄 수 있을 텐데….. 제가 정말 문화 교류했지요?

또 언니는 제가 선물로 준 개량한복과 작은 보석함을 넘 좋아해요. 언니의 한복 입은 모습을 한번 보세요.

▲ 새색시 같은 언니
▲ 언니와 내가 다정하게.. 언니가 한복이 더 잘 어울려요.
▲ 우리 셋이 다 한복을 입고 오빠도 개량한복을 입었어요.

언니가 알려준 브라질 사회

지금 브라질은 아주 불안정한 시기라고 해요. 오늘 6달러가 내일이면 1달라 가치로 떨어지는… 하지만 언니네는 별 걱정이 없나 봐요. 워낙 부자라서…

브라질 학교는 미국처럼 교실을 옮겨 다니면서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같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매일매일 수업이 달라요. 보통 7시 15분에 학교에 가서 12시 15분에 수업이 끝나요.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나면 공부보다는 주로 댄스파티에 가요. 브라질은 파티를 무척 많이 한다고 해요. 죽어라고 공부만 하는 우리사회가 이해하기는 좀 먼나라겠지요?

브라질에서는 15세가 되었을 때 큰 파티를 열어준다고 해요. 15세면 어른으로 생각해서 이를 축하해주는 것이지요. 언니의 15세 축하 파티를 비디오테이프로 보았거든요? 거기서 보면 200-300명의 손님이 왔어요. 언니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케이크를 자르고 아빠와 함께 춤을 추었어요. 그리고 부모님에게서 아주 큰 다이아몬드반지를 선물로 받았어요. 초대 받은 손님 중에서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은 선물을 주니깐 그 날은 선물로 방안이 한가득… 하지만 이는 브라질에서 잘사는 사람들의 전통이겠지요.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200-300명의 손님을 부를 수 있겠어요. 평범한 사람들은 조촐한 파티를 하겠지요.

언니는 6개월 과정으로 교환 학생으로 와서 6월 11일에 브라질로 갔어요. 저는 언니가 없는 이곳 생활을 생각하면 너무 허전할 것 같아서 어떻게 하던 언니에게 나와 같이 12월에 돌아가자고 많이 말했는데, 언니는 브라질로 돌아가서 바로 한국의 수능시험 같은 것을 보아야 한다고 해요. 언니는 대학생이 빨리 되고 싶어 하거든요. 대학생이 되면 혼자서 살 수 있거든요. 언니는 독립심이 강한 것 같아요. 저는 그저 다들 대학생이 되니까 아무 생각 없이 대학생이 되려 했는데, 언니는 독립을 하기 위해서 대학생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저보다 확실히 어른스러운 것 같아요.

언니 미안해…그리고 거기서 행복해….

제가 같이 있으면서 언니에게 참 미안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요. 언니는 아주 친한 친구를 만들지 못했어요. 그냥 친구는 있지만... 언니가 무척 내성적이기도 하지만 6개월 교환학생이기 때문에 친구에게 언니 맘을 안 열었는지도 몰라요. 친구 집에 초대 받아 갈 때,  친구들하고 놀러 나갈 때 언니를 두고 나가야 했어요. 그럴 때 정말 미안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좀 나가고 싶은 것을 참을 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언니!! 그 때 내가 친구들하고 놀 욕심에 언니 두고 나간 것 정말 미안하고, 속상했을 텐데… 티 안내주어서 고마워. 그리고 언니랑 있으면서 참 즐거웠어. 언니 브라질에서 행복하고 우리 계속 연락하면서 살자.’

마지막으로 언니와 찍은 사진 몇 장 올립니다.

▲ 플로리다에서 예쁜 언니와 함께
▲ 언니가 브라질 가기 며칠 전 사진. 오빠가 개량한복을 입고 있어요. 오빠가 편하고 시원하다고 자주 입는데.. 무척 잘 어울리지요?
▲ 며칠 전 베란다에서 바라본 저녁노을이 지는 연못과 Barn. 언니가 가서 그런가? 좀 쓸쓸해 보입니다. 

(2004년 6월 테네시에서 쓴 글임)

1961년 미국에서 교육문화상호교류법(The Mutual Educational and Cultural Exchang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교환교수, 교환연구원 그리고 교환학생(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유학이 아니다. 미국공립학교에서 최장 1년간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중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참여 학생들도 많다. 원래 비용은 무료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립기관이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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