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백년대계 교육

▲ 김홍도의 서당도

大學始教(대학시교)㉗, 皮弁(피변)㉘祭菜(제채)㉙, 示敬道也(시경도야).宵雅肄三(소아이삼)㉚, 官其始也(관기시야)㉛.入學鼓篋(입학고협), 孫其業也(손기업야)㉜.夏楚二物(하초이물), 收其威也(수기위야)㉝.未卜禘(미복체) , 不視學(불시학), 游其誌也(유기지야)㉞.時觀而弗語(시관이불어), 存其心也(존기심야)㉟.幼者聽而弗問(유자청이불문), 學不躐等也(학불렵등야)㊱.此七者(차칠자), 教之大倫也(교지대륜야)㊲.記曰(기왈), 凡學(범학), 官先事(관선사), 士先誌(사선지)㊳, 其此之謂乎(기차지위호).

풀이

대학에 입학할 때는 예복을 입고 성인과 스승에 예를 표하여 도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소아의 시 세 편을 학습하여 국가를 위해 복무하겠다는 의지를 이끌어낸다.

북을 울려 학생을 소집하고 책 상자를 열어 책을 꺼내는 것은 마음을 겸허하고 공손히 학습하게 하는 것이고, 회초리로 체벌을 행하는 것은 학생으로 하여금 경계심과 두려움을 갖고 예절을 준수하도록 하게하기 위함이다.

천자제후는 대례를 행하지 않고는 학교 시찰을 하지 않았는데, 이는 학생들의 학습에 여유를 주기 위함이었다. 교사는 학생을 수시로 관찰하되 지시를 반복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항상 사색할 수 있도록 하게하기 위함이었다. 연소한 학생들은 질문을 하지 않고 단지 청강하도록 하며 배움이 수준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게 하였다.

이 일곱 가지가 모두 가르침의 큰 대강인 것이다. 고서에 이르기를, ‘관리가 되려면 먼저 공사를 처리하는 것을 배워야 하고, 학문 연구를 하려면 먼저 뜻을 세워야한다‘ 라고 한 것이 바로 이를 두고 말한 것이다.

오늘의 교훈

宵雅(소아)란 詩經(시경)의 風(풍), 雅(아), 頌(송) 중 하나인 小雅(소아)를 말한다. 풍이란 민요이고, 아와 송이란 주로 잔치나 종묘제례의 노래를 수집한 것이다 .

공자는 ‘爲政篇’에서 ‘詩三百’을 ‘思無邪’(시경 305수의 생각에는 사악함이 없다.)라고 했다. 고대의 대학에 입학한 후 시경에서 배웠다는 세 편의 시는 과연 무슨 내용이었기에 목민관이 되고자하는 의지를 고무시켰을까?

그 첫째로, ‘鹿鳴(녹명)’이란 시는 잔치를 열고 손님을 접대하는 내용이고, 둘째, ‘四牧(사모)’란 시는 다른 나라에서 외교로 사절로 온 사신을 위로하는 가사로 되어있고, 마지막으로, ‘皇皇者華(황황자화)’란 시는 다른 나라로 파견되는 사신에게 불러줬다는 노래였다.

이러한 시를 선별한 뜻을 생각해 보면 오늘날 정치인들은 오로지 선거철에만 노점상이나 국밥집을 찾는다. 그러나 진정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인이라면 언제나 백성을 흡족히 대접하는 마음으로 서민과 함께 하고 소통해야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우리 학교에는 학생 인권은 넘치지만 교권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서당도’에서 볼 수 있는 회초리와 함께하는 훈장의 따뜻한 시선과 아이의 반성의 눈물을 지금 교실에서는 찾을 수 없다. 앞으로 학교가 규율과 법도 그리고 사랑을 다시 품을 때 우리 교육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일찍이 15살에 학문에 뜻을 세우고 30살에 자립한 공자가 오늘날 나이 서른에도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노량진 학원가를 서성이는 수많은 공시생들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이제 더 이상 젊은이를 희망이 없는 거리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학교에서 학생이 잘못하면 선생님에게 회초리로 맞기도 하고, 학생이 한 가지라도 잘 하면 인정받아 자존감을 키울 수 있고, 인문학으로 진로교육을 해서도 취업이 잘되는 사회가 되도록 이제라도 우리 모두 국가 백년대계 교육의 큰 뜻을 다시 세워야할 것이다.

選註

㉗ 始敎(시교) : 入學의 初期.

㉘ 皮弁(피변) : 禮服.

㉙ 祭菜(제채) : 禮를 드림에 먼저 聖人과 스승에게 예를 표함으로서 스승과 道에 대한 敬意를 나타낸다. 菜는 미나리류.

㉚ 宵雅肄三(소아이삼) : 宵는 小와 통함. 宵雅는 즉 《詩經》의 편명인 〈小雅〉를 말한다. 肄는 학습. 肄三이란 〈小雅〉의 前 三首(鹿鳴, 四牧, 皇皇者華)를 학습하는 것.

㉛ 官基始(관기시) : 官吏로 任用될 때 나라를 위해서 奉仕하겠다는 처음의 뜻을 誘導함. 鹿鳴은 임금이 군신을 위한 宴會를 베푸는 詩이고 四牧은 임금이 使臣이 歸國하는 것을 慰勞하는 시이다. 皇皇者華는 임금이 臣下를 使臣으로 보낼 때 慰勞하는 시임.

㉜ 入學鼓篋, 孫其業也(입학고협, 손기업야) : 鼓는 북을 두드림으로 학생을 소집하는 것. 篋은 상자를 열어 책을 꺼내는 것. 孫은 遜과 同字. 恭遜의 뜻. 業은 學業. 學校에 들어올 때 북을 두드려 학생을 召集하고 학생이 이르면 상자를 열어 책등을 꺼내는데 북을 두드려 警戒하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공손히 學業에 精進하도록 하려는 것임.

㉝ 夏, 楚二物, 收其威也(하, 초이물, 수기위야) : 夏는 싸리나무. 楚는 가시나무. 두 나무의 가지를 꺾어 規則을 어긴 자를 다그침. 收는 일치되도록 함. 威는 威嚴. 즉, 회초리로 학생들이 두려움을 갖도록하고 行動이 禮儀에 合致되도록 함.

㉞ 未卜禘, 不視學, 遊其志也(미복체, 불시학, 유기지야) : 禘는 大祭. 天子諸侯는 먼저 大禮를 올린 후 비로소 學校의 優劣을 視察하였는데 이는 여유를 줌으로서 學生들이 學問을 조급히 하지 않도록 함.

㉟ 時觀而弗語, 存其心也(시관이불어, 존기심야) : 스승은 항상 학생을 觀察하지만 指示를 하지않아 학생들이 深思熟考하도록 하여 自得하게 하고 때가 된 연후에 그를 啓發하도록 하여 마음이 언제나 學問에 있도록 함.

㊱ 幼者聽而弗問, 學不躐等也(유자청이불문, 학불렵등야) : 學은 敎. 躐은 넘어서는 것. 학생의 年長者가 發問을 하면 나이 어린 학생은 오직 듣기만 하고 묻지를 않고 謙遜하게 辭讓함.

㊲ 大倫(대륜) : 큰 大綱.

㊳ 凡學, 官先事, 士先志(범학, 관선사, 사선지) : 官吏가 되려면 먼저 公事를 처리하는 官吏의 일을 배우고, 선비가 되려면 먼저 선비의 志操를 깨우쳐야 함.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김종운 주주통신원  jongum@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