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개.돼지 아니다! 주인이다!

숙정문에서 창의문으로 이어지는 산행을 마치고 청운동까지 가는 길은 경찰들의 세상이었다. 양쪽 도로로 관광버스와 경찰버스가 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서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버스로 사람이 다니지 못하게 막는 차벽이 불법이라고 하는데... 경찰이 경찰버스로 불법을 자행하는 것을 감추고 싶어서, 관광버스로 올라와서는 마치 관광버스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 마냥 눈속임 하는 것이라는데? 정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다. 누가 명령했는지 치사하고 졸렬하다.

▲ 창의동에서 청운 중학교를 지나서

▲ 청운실버센터를 지나서는 대부분 경찰버스다. 경찰에게 배달받은 비싼 손피켓이 반가워서 계속 일인시위하며 내려왔다.

▲ 청운동 200m 앞 경찰 세상. 차벽 너머는 시민 세상

드디어 청와대 100m 앞에 갔다. 꽹과리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이 꽉 차서 더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카메라맨이 지나가기에 "파이팅" 해주었더니 인터뷰를 하잔다. 청와대 앞 100m 집회 허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묻는다. "청와대 분수까지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법원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국민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방송에는 법원에 감사한다는 것만 나왔다. ㅎㅎㅎ

▲ 청와대 100m 앞

세월호 차량이 진입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그렇게 오려고 했던 곳에 이제야 왔다"고 절규했다. ‘진상규명’ 이외의 그 어떤 것도 그들의 아픔을 위로해줄 순 없을 거다. 우선 특검에서는 ‘박근혜의 7시간’에 집중해서 진실을 밝혀주었으면 한다.

경찰 차 위와 폴리스 벽위에 올라가 서 있던 경찰이 채증을 했다. 내가 본 카메라만 세대. 성난 군중들이 "불법 채증 그만하라"고 소리치자 처음에는 폴리스 벽 위에 있던 두 대의 카메라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렸다. 경찰 차 위에서 찍던 카메라는 끈질기게 내리지 않았다. 다시 시민들이 손가락질 하며 소리치니 내렸다.

다른 일도 있었다. 청와대 100m 전, 맨 앞에 MBC 카메라맨과 Channel A 카메라맨이 있었다. 먼저 군중들은 "MBC 내려와"라고 외쳤다. 한참을 외치니 MBC 카메라맨이 자리를 떴다. 다시 군중들은 Channel A도 내려오라고 했다. 역시 Channel A도 자리를 떴다. 나중에 이동하면서 보니까 Channel A는 집회 참가자가 모여 있는 중간 쯤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절박한 것 같았다. 그런데 MBC 카메라 사다리를 들고 쫓아다니는 학생(?)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뒤에서 어슬렁거렸다. 국민이 MBC에게 더 인색하지 싶다. MBC.. 국민이 '마봉춘'라고 부르며 얼마나 사랑했었나?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했기에 국민의 분노가 더 크다는 것을 MBC는 알까?

재미있는 현수막과 피켓이 있어 소개한다. '약한 여자 구속 하야' 현수막은 청와대에서도 다 보일 것이다.

▲ 청와대 앞 100미터에서. '약한 여자 구속하야'
▲ 청와대 앞 100미터에서. '대통령 딸 18년, 백수생활 18년, 정치인생 18년, 노후생활 18년은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지인을 만나기 위해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저녁 6시경.. 광화문이 정말 아름답다. 그 아래 빈자리 없이 빼곡히 앉아 있는 우리 국민은 더 아름답고 자랑스럽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땅바닥에 패대기쳐 더러워진 국격을 국민의 힘으로 깨끗이 닦아 차곡차곡 다시 쌓아올리고 있다.

▲ 광화문에서

세종대왕 상 앞에서 지인을 만나기로 했는데 시청에서 걸어오던 지인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에게 오는 것을 포기했다. 진입할 수가 없다는 거다. 할 수 없이 우리가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가기로 했다. 가다 보니 왜 진입할 수 없는 지 알았다. 광화문 사거리로 나가려는 사람들로 인도가 꽉 차 걷는 것이 아니라 그냥 떠밀려가는 수준이었다. 150만이 쏟아져 나왔다는 11월 26일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바로 알았다. 아.. 지난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왔구나.

▲ 세종대왕 앞에서 시청 방향으로 이순신 장군 너머 촛불시민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간신히 지인을 만나 광화문 설렁탕집에서 식사를 했다. 자리가 부족해서 우리 테이블에 엄마 둘에 아이 셋이 함께 앉았다. 셋 다 초등학생이고 인천에서 왔다고 했다. 아이들이 '친구들도 갔다 왔다. 우리도 촛불집회에 나가야 한다'는 성화를 해대는 통에 엄마들이 떠밀려 나왔다고 했다. 지난 11월 19일에 초등학생 1학년이 ‘박근혜 물러나라’고 직접 피켓에 써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 초등학생들도 알 건 다 안다고 했다. 하긴 유치원생도 다 안다는 이야기도 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청운동으로 행진을 하려고 했더니 초입부터 진입이 어려웠다. 청운동 100m 앞에서 행사를 진행한 주최측의 행사 차량의 퇴진이 어려워 행사를 계속 진행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경찰이 시간 지났다고 불법집회라고 강제진압하면 어쩌나 했는데 나중에 보니 퇴로가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행사차량의 행사진행을 눈감아 줬나보다. 예전 같으면 해산방송하면서 국민에게 윽박지르고 캡사이신 물대포 쏘고 난리도 아니었을 텐데... 경찰도 판이 넘어 온 것을 아는 것이지....

▲ 경복궁 사거리 앞에서.

노란 정의당 풍선이 보였다. 늘 중심을 잡고 변함없이 탄핵정국을 끌어가는 정의당이 좀 더 많은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너무 수가 적어 아쉬운 마음에 힘내라고 손 잡아 주고 싶다.

▲ 정의당이 쏘아 올린 즉각 탄핵

정말 용감한 아짐을 만났다. 사진을 찍으라고 뒤로 돌아 포즈까지 취해주었다. 느낌에 아주 세련된 분인데 아래와 같이 만들어 입고 나왔다. 누가 저 멋쟁이 아짐에게 비닐을 걸치게 하고, 누가 저 점잖은 아저씨 옷에 비닐 글자를 붙이게 했을꼬... 정말 국민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 두 용자님. 개누리는 닭치고 탄핵찬성하라. 그 옆에 용감한 아짐의 서방님은 옷에다 즉각 퇴진

이문열은 얼마 전에 조선일보에 이렇게 썼다.

"심하게는 그 촛불 시위의 정연한 질서와 일사불란한 통제 상태에서 '아리랑 축전'에서와 같은 거대한 집단 체조의 분위기까지 느껴지더라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지난 주말 시위 마지막 순간의, 기계로 조작해도 어려울 만큼 정연한 촛불 끄기 장면과 그것을 시간 맞춰 잡은 화면에서는 으스스한 느낌마저 들었다고도 했다"

그 글을 보고 이문열에게 이렇게 묻고 싶었다.

"한 번도 집회에 나오지 않았죠?"

이문열은 집회의 분위기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직접 참여해서 현장 분위기를 느낀 사람은 저렇게 쓸 수가 없다. 국민의 순수함과 뜨거움에 저절로 감동이 와 심장이 후끈 달아오르는데 어떻게 저리 으스스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국민을 깔보고 조롱하는 듯한 그 글에서 이문열과 조선일보가 국민을 어떻게 보는지 다시 한 번 더 깨닫는다. 그들 또한 퇴진해야할 대상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해본다.

그들이 국민을 보는 방식은 단 하나

'국민은 생각없는 개.돼지' '냄비같이 끓어올랐다 식어버리는 개.돼지'

그들은 그동안 국민을 여론조작으로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는 존재로 보았다. 함부로 보고 무시했다. 그런데 어쩌나? 이제 국민은 깨달은 것이 너무 많다.

'이 나라는 우리가 주인이라고, 우리가 지킨다고, 우리가 해낸다고'

어제 비박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비박 중 직접 집회에 나와본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지난 3일 민심이 어떻게 요동치는지.. 그 흐름이 얼마나 장대한지 보았을 것이다. 그동안 쌓이고 쌓였다가 분출하는 민심. 거역하면 한 순간에 끝장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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