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운’의 고전교실 6화 중산랑전 3

역지사지 김종운 주주통신원l승인2017.01.15l수정2017.02.1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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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목 출처 Park,Seong-Yul's ART(http://www.soseul.pe.kr/xe/Aura/113350)

古今文選 2集 中山狼傳 鍾露昇 選註 引用 pp.773-778(臺灣 國語日報社 出版 (중화민국 82년판))

逾時(유시),道無行人(도무행인)。狼饞甚(낭참심),望老木僵立路側(망노목강립로측),謂先生曰(위선생왈):「可問是老(가문시노)。」先生曰(선생왈):「草木無知(초목무지),叩焉何益(고언하익)?」狼曰(낭왈):「第問之(제문지),彼當有言矣(피당유언의)。」先生不得已(선생부득이),揖老木(읍노목),具述始末(구술시말)。問曰(문왈):「若然(약연),狼當食我耶(낭당식아야)?」木中轟轟有聲(목중굉굉유성),謂先生曰(위선생왈):「我杏也(아행야),往年老圃(왕년노포)①種我時(종아시),費一核耳(비일핵이)。逾年(유년),華(화),再逾年(재유년),實(실),三年拱把(삼년공파)②,十年合抱(십년합포)③,至於今二十年矣(지어금이십년의)。老圃食我(노포식아),老圃之妻子食我(노포지처자식아),外至賓客(외지빈객),下至於僕(하지어복),皆食我(개식아);又復鬻(우복죽)④實於市以規利我(실어시이규리아)⑤, 其有功於老圃甚巨(기유공어노포심거)。今老矣(금노의),不得斂華就實(부득렴화취실)⑥,賈(고)⑦老圃怒(노포노),伐我條枚(벌아조매)⑧,芟(삼)⑨我枝葉(아지엽),且將售我工師(차장수아공사)⑩之肆取值焉(지사취치언)。噫(희)!樗朽(저후)⑪之材(지재),桑榆之景(상유지경)⑫,求免於斧鉞(구면어부월)⑬之誅而不可得(지주이불가득)。汝何德於狼(여하덕어랑)。乃覬免乎(내기면호)?是固當食汝(시고당식여)。」
言下(언하),狼復鼓吻奮爪以向先生(낭부고문분조이향선생)。先生曰(선생왈):「狼爽盟(낭상맹)⑭矣(의)!矢(시)⑮詢三老(순삼노),今值一杏(금치일행),何遽見迫耶(하거견박야)?」復與偕行(부여해행)。 

풀이

한참을 지나도 길에 지나는 사람이 없었고, 이리는 배가 매우 고팠다. 길가에 고목이 한 그루 서있는 것을 보자 동곽선생에게 말했다.

“저 나무에게 가서 물어 봅시다.”

동곽선생이 말하길

“초목은 어떤 식견도 없는데 그에게 물어 뭐하겠는가?”

이리가 말하길

“그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말할거요.”

선생이 부득이하여 고목에게 두 손을 모으고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물었다.

“일이 이리 되었으니 이리가 나를 잡아먹는 것이 당연하겠는가?”

나무 그루터기에서 중후한 소리나며 동곽선생에게 말하길

“나는 은행나무요. 예전에 농사꾼이 나를 심을 때는 단지 은행나무 씨를 심었을 뿐이오. 1년이 지나 꽃이 피고 또 1년이 지나 열매가 열렸고, 삼년 만에 양 손가락을 모을 정도로 자랐고 십년이 되니 양팔을 둘러야 될 정도로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현재 20년이나 되었소. 농사꾼과 그의 아내 그리고 아들과 밖으로는 손님 그리고 하인까지 모두 내 열매를 먹었소. 또한 열매를 장에 내다 팔아 돈벌이를 하여 농사꾼에게 내 공로가 매우 컸소. 현재 내가 늙어버려 꽃과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자 농사꾼은 화가 나서 내 줄기를 잘라버리고 가지와 잎을 제거해 버렸소. 또 장차 나를 장인에게 팔아 돈으로 바꾸려고 한다오. 아! 내가 이렇게 늙어 쓸모없는 나무가 되어버리니 도끼날을 베어지는 것을 면하기 어려워졌는데 당신이 이리에게 무슨 은덕을 베풀었다고 죽음을 모면하길 바라겠소? 당연히 당신을 잡아 먹어도 되오.”

나무가 말을 마치자 이리는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 발톱을 세워 동곽선생에게 달려들었다.

동곽선생이 말하길

“이리야, 약속위반이구나. 세 어른에게 묻기로 맹서를 했지 않았느냐? 지금 은행나무 하나를 만났을 뿐인데 어찌 이리 급박할 수 있느냐?”

이리하여 이리와 동곽선생은 다시 함께 길을 떠났다. (다음에 계속)

오늘의 교훈

나무. 나무는 참으로 위대하다. 산소를 생산하며, 홍수에 빗물을 저장하여 산사태를 막고, 또 가뭄을 이겨낼 수 있는 조절기능도 한다. 인간 세상의 토목과 가옥 건축에 필요한 자재로 꼭 필요하고, 또 각종 열매는 굶주린 사람들의 기아를 해결해 주고, 예전에는 나뭇잎까지 닥닥 긁어 땔감으로까지 썼다. 어느 하나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석이 없다.

사시사철 제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풍광과 세월을 이겨내는 그 뚝심도 가히 본받을 만하다.

여기서는 나무가 이리 편을 들어 동곽선생에게 실망을 주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입장을 바꿔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라.’는 '易地思之'(역지사지)란 말이 떠오른다.

選註(선주)

① 老圃(노포) : 채소 농사꾼.

② 拱把(공파) : 拱(공)은 팔의 둘레. 把(파)는 손으로 쥐는 것. 拱把(공파)는 양손가락 끝을 모은 모양.

③ 合抱(합포) : 아름드리. 양팔로 껴안음.

④ 鬻(륙) : 팔다.

⑤ 以規利我(이규리아) : 規利(규리)는 이익을 꾀함. 나를 가지고 이익을 꾀함.

⑥ 斂華就實(렴화취실) : 斂(렴)은 거둠. 就(취)는 성취. 꽃을 활짝 피우고 나면 곧 열매를 맺음.

⑦ 賈(고) : 불러들이다. 야기하다.

⑧ 條枚(조매) : 條(조)는 나뭇가지. 枚(매)는 나무줄기. 《詩經(시경)․周南(주남)․汝墳(여분)》‥『伐其條枚(벌기조매)』(그 나뭇가지를 베다)

⑨ 芟(삼) : 제거하다.

⑩ 工師(공사) : 古代(고대) 百工(백공)의 우두머리. 여기서는 공예사를 가리킴.

⑪ 樗朽(저후) : 樗(저)는 개똥나무. 樗朽(저후)는 부패하여 쓸모가 없는 것. 《莊子(장자)․逍遙遊(소요유)》‥『惠子曰(혜자왈) 吾有大樹(오유대수), 人謂之樗(인위지저). 其大本擁腫而不中繩墨(기대본옹종이부중승묵), 其小枝卷曲而不中規矩(기소지권곡이부중규구). 立之塗(입지도), 匠者不顧(장자불고). 今子之言(금자지언), 大而無用(대이무용), 衆所同去也(중소동거야).』(혜자는 장자에게 말했다. 내게는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은 개똥나무라고 부른다. 그 밑동은 혹투성 이라 먹줄을 댈 수가 없고, 그 작은 가지들도 굽어서 規矩(규구)에 맞지 않는다. 그 나무가 길가에 서 있으나 목수가 돌아보지를 않는다. 지금 그대의 말도 뜻은 크나 소용이 없다.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⑫ 桑楡之景(상유지경) : 해가 질 때 뽕나무와 느릅나무 끝에 걸려 있는 餘光(여광). 老年(노년)에 비유.

⑬ 斧鉞(부월) : 鉞(월)은 큰 도끼. 斧鉞(부월)의 본래의 뜻은 斬刑(참형)인데 여기서는 伐木(벌목)되는 것을 말함.

⑭ 爽盟(상맹) : 爽(상)은 위배됨. 盟(맹)은 약속.

⑮ 矢(시) : 서약. 보증.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종운 주주통신원  jong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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