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라문황씨는 고향이 대만이다. 유학 온 한국남성을 만나 결혼해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다. 대만에 거주하는 김동호 주주통신원으로부터 <한겨레:온>을 소개받아 한겨레 주주가 되었다. 남편 이은모씨는 한겨레 애독자다. 라문황씨는 한국에 살면서 한지그림의 아름다움에 빠져 한지민속그림작가가 되었다. 대만과 한국에서 수차례 전시회도 가졌다. 이번 7월 3일부터 8월 14일까지 종로에 있는 <문화공간 온>에서 한지민속그림전시회를 연다. 

다시 한 번 안아보고 싶어요. 엄마!!

엄마!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보고 싶어요. 내 품에 오래 오래 꼬옥 안아보고 싶어요. 하지만 이젠 그럴 수가 없네요. 엄마를 화장하고 유골함에 수습한 후, 상주인 동생에게 부탁을 했지요. 엄마를 한 번 안아보고 싶다고... 동생은 1분의 시간을 주었어요. 천천히 엄마를 품안에 끌어안고, 오래 오래 있고 싶었어요. 엄마! 너무도 너무도 다시 한 번 안아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 느낌을 오래토록 기억하고 싶어요.

엄마가 가신지 한 달이 흘러갔네요. 이 모든 일들이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꿈인지 사실인지 잘 믿어지지 않아요. 장례식 때 찍은 사진들을 꺼내어 보고 또 보고 나서야 엄마가 떠났음을 받아들입니다. 최근엔 침대에 누워있던 엄마의 마지막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오로지 길고 고왔던 은백색 머리만 떠오릅니다.

작년 7월 도우미가 바뀌었지요. 그 도우미는 항상 엄마의 머리카락을 짧게 3센티 정도로 잘랐어요. 나는 싫었지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어머니 머리를 깨끗하게 감기지 않을까봐... 새로운 도우미가 왔을 때 부탁했습니다. 엄마 머리를 짧게 자르지 말라달라고... 남자가 아니라고... 다행스럽게 새로 온 도우미는 내말을 잘 이해했어요. 엄마의 머리가 엄마가 좋아하는 길이로 아름답게 자랐을 때, 그 때 엄마는 이 세상을 떠나셨지요.

엄마, 매일 피곤하게 일하고 잠자리에 들어요. 그리곤 해가 뜰 때까지 잠을 잡니다. 누군가 그랬어요. 피곤하면 쉽게 꿈을 꾼다고. 그렇게라도 해서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보고, 다시 한 번만이라도 꼬옥 안아보고 싶어요!

오늘 보니 옆집에 모란이 피었군요. 정말 빠르네요. 올 봄에도 진달래, 목련, 벚꽃이 순서대로 피었고 이제 모란이 피었어요. 올해 보지 못한 꽃들은 내년에 다시 볼 수 있지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꼬옥 안아보지 못한 엄마, 이번 생에서는 이룰 수 없나요?

엄마! 오늘 밤 나를 보러 와줘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오래 오래, 꼬옥 안아보고 싶어요, 엄마, 올 거지요?

▲ 작품<부엌. 灶脚.조각 >

이 작품은 대만 루깡 개인전에 출품을 했다가 자선기금으로 판매되었습니다. 항상 다시 만들어 간직하고픈 그림이었습니다. 지난 며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힘을 얻어 다시 완성했습니다. 어머니가 부엌에 앉아 생각에 잠긴 모습을 제가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운 엄마...........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라문황  low030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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