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초 서울 근교에 핀 변산바람꽃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변산바람꽃

이맘때면 어김없이 피는 꽃, 올해도 서울 근교에 변산바람꽃이 피었다. 우리나라에는 바람꽃 종류가 17가지나 될 정도로 참 많다. 일찍 피는 너도바람꽃을 비롯하여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회리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들바람꽃, 숲바람꽃, 세바람꽃, 나도바람꽃, 가장 늦게 여름에 피는 바람꽃 등등. 그렇지만 변산바람꽃은 여느 바람꽃과는 달리 참 특이한 꽃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꽃, 그래서 한국특산식물이다. 뿐만 아니라 이름 없는 꽃으로 지내다가 뒤늦게 출생신고가 된 바람꽃 중의 막내이다.

1993년 전북대학교 선병윤 교수가 전라북도 부안 변산반도에서 처음으로 발견하여 ‘변산바람꽃’이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출생지인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에서 처음 발견된 ‘바람꽃’이라는 뜻이다. ‘바람꽃’이란 이름은 바람에 잘 흔들릴 정도로 줄기가 아주 가늘지만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이 아름다워 유래했다고 한다. 한편 국제식물명명규약의 규칙에 의해 ‘Eranthis byunsanensis B.Y.Sun’이라는 학명으로 세계 식물분류학계에도 알려졌다. 속명 ‘Eranthis’ 는 희랍어로 ‘봄’을 뜻하는 ‘er’와 '꽃'을 뜻하는 ‘anthos’의 합성어로 ‘봄에 피는 꽃’이라는 뜻이다. 종소명 ‘byunsanensis’는 ‘변산반도의 산’이란 뜻으로 자생지를 밝힌 것이다.

변산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빗과의 ‘Eranthis’ 속에 해당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변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멀리 제주도 한라산을 비롯하여 남해안에 연해 있는 전라남도 여수 금오산, 지리산과 백암산, 서해안 쪽으로는 전라북도 마이산, 내장산, 선운산, 경기도 수원 광교산, 안양 수리산, 가평 명지산 등에도 난다. 동해안 쪽으로는 경주 토함산과 강원도 두타산, 설악산에도 분포한다. 주로 깊은 산 숲 속 햇볕이 잘 들며 약간 습한 곳에 자생한다.

봄이 되면 지난해 영양분을 갈무리해 두었던 땅속 덩이뿌리에서 높이 10~20cm가량의 줄기가 나온다. 오각상 원형의 뿌리잎은 길이와 폭이 가각 3~5cm쯤이며, 3갈래로 깊게 갈라진다. 꽃은 2월 초순부터 3월까지 줄기 끝에 1개씩 피는데 흰색이거나 은은한 분홍빛이 감돈다. 꽃 지름은 크기가 2~3cm 정도이다. 꽃자루는 길이 1cm쯤 되는데 털이 없으며 아래쪽에 꽃을 감싸고 있는 꽃싸개잎이 2장이 마주난다. 꽃싸개잎은 자루가 없으며 3-4갈래로 갈라지는데 갈래는 가장자리가 밋밋한 선형이다. 꽃싸개잎이 감싸고 있는 5-7장의 하얀 것은 꽃잎처럼 보이지만 실은 꽃받침잎이다. 하얀 꽃받침잎 안쪽에 푸른빛의 수술과 섞여 있는 노란빛이 도는 초록색의 깔때기처럼 보이는 것이 4-11개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꽃잎이다. 꽃받침잎은 길이 3-5cm, 너비 1-3cm로 큰데 비해 꽃잎은 길이가 3-4mm쯤으로 아주 작고 볼품 없다. 수술은 많고 5-8mm이며 가운데 1개의 암술대를 둘러싸고 있다. 열매는 길이 1cm쯤 되는 골돌과이며, 4월에 익는다.

올해는 유난히 꽃샘추위가 매섭다. 그래도 봄을 안고 불어오는 꽃바람은 막을 수 없다. 머지않아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회리바람꽃, 홀아비바람꽃도 필 것이다. 천마산의 너도바람꽃이 보고 싶다.

이호균  lee1228hg@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