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성곽의 모습을 본다.

청운대에서 성곽탐방을 계속하려면 목조구름다리를 건너 도성 밖으로 나가야 한다. 청운다리라는 이 다리를 건너가면 백악산탐방로에서 성 밖을 걷는 유일한 구간이다. 이 구간은 탐방로 옆으로 이중철책이 설치되어 휴전선처럼 삼엄한 경계선을 떠올린다. 군부대막사와 접촉을 피하기 위해 탐방로를 성 밖으로 낸 것인데, 이 때문에 45년 정도 통행을 차단했기에 이 지역은 비무장지대처럼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었다. 지금 와서 보면 기꺼운 일이다.  이 구간에서는 목멱산구간처럼 성 밖의 시대별 성벽축조형태를 관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성 밖 탐방로는 곧 끝나고, 성안으로 들어가는 청풍암문이 나온다. 이 암문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가기 전 암문 왼쪽에 축성의 시대별 차이를 설명한 안내판이 있다.
 이 암문은 평상시 일반백성들의 출입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군사들이 순찰하는데 편리하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소위 순성길을 위하여 만든 것이다.

▲ 청운대 부근 동쪽에서 바라본 곡장(曲墻)의 삐져나온 모습

 암문을 들어가서 보도블록으로 정비된 도성 안 탐방로를 걷다보면 성곽이 밖으로 꽤 길게 튀어나온 곡장(曲墻)이 나온다. 곡장(또는 곡성)은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위하여 성벽의 일부를 둥글게 돌출시킨 것인데, 백악산의 이 곡성은 그 보다는 오히려 성 안팎의 수려한 경치를 조망하기 위하여 설치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 건너다보면 백악산 정상까지 마치 만리장성처럼 이어지는 장관이며, 산악과 도심이 대비되는 경관이 오묘하고 매혹적이다.

▲ 곡장 근처에서 내려다본 경복궁과 광화문 그리고 세종대로, 세종대로는 11방향으로 굽어있다. 왼쪽 멀리 남산(목멱산)의 N서울타워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불꽃이 일렁이는 듯한 관악산의 등성이가 보인다.

 촛대바위전망대

▲ 촛대바위

 곡장을 뒤로 하고 숙정문 쪽으로 240m 내려가면 ‘촛대바위전망대’가 있다. 촛대를 닮았다고 하여 촛대바위라고 부르는데, 그 높이가 13m나 되는 제법 큰 바위다. 그러나 촛대바위전망대에서는 그 전모가 보이지 않고, 녹음의 계절이 아니면 청운대에서 잘 보인다. 지금은 그 바위의 위험한 절벽을 오르지 못하도록 난간으로 막아놓아서 접근할 수가 없다.
 그 바위 위에는 작은 표지석 하나가 있다. 일제가 한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하여 박아놓았던 쇠말뚝을 뽑아버리고 표지석을 세워 그 자리가 쇠말뚝을 박은 자리임을 나타낸 것이다.
 이 전망대에서는 백악산자락에 폭넓게 자리 잡은 경복궁의 모습이 낱낱이 보인다. 경복궁의 중심이 되는 근정전이며, 그 아래로 시원하게 뻗은 세종로를 본다. 또 그것의 남쪽 연장선상에서 멀리 가물가물 손짓하는 것 같은 관악산을 본다. 풍수지리설로는 관악산이 경복궁의 화인이 된다니 그런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촛대바위전망대에서 숙정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송림이 우거진 오솔길이다. 백악산은 배수가 잘 되는 바위산인데다가 척박한 토질이어서 활엽수의 생장조건에는 맞지 않아 소나무가 이 산의 주인공이 되었다.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에서 많이 나온다는 피톤치드를 흡입하기 위해 어깨와 가슴을 쭉 펴고 심호흡을 한다. 기분이 한결 상쾌해지고 쌓였던 피로도 풀린다. 다음 여정을 위해 여유를 가질 수가 있는 곳이다.

▲ 청운대와 숙정문 사이에 우거진 소나무숲

글 : 허창무 주주통신원, 사진 : 이동구 에디터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허창무 주주통신원  sdm3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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