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성곽의 모습을 본다.
청운대에서 성곽탐방을 계속하려면 목조구름다리를 건너 도성 밖으로 나가야 한다. 청운다리라는 이 다리를 건너가면 백악산탐방로에서 성 밖을 걷는 유일한 구간이다. 이 구간은 탐방로 옆으로 이중철책이 설치되어 휴전선처럼 삼엄한 경계선을 떠올린다. 군부대막사와 접촉을 피하기 위해 탐방로를 성 밖으로 낸 것인데, 이 때문에 45년 정도 통행을 차단했기에 이 지역은 비무장지대처럼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었다. 지금 와서 보면 기꺼운 일이다. 이 구간에서는 목멱산구간처럼 성 밖의 시대별 성벽축조형태를 관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성 밖 탐방로는 곧 끝나고, 성안으로 들어가는 청풍암문이 나온다. 이 암문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가기 전 암문 왼쪽에 축성의 시대별 차이를 설명한 안내판이 있다.
이 암문은 평상시 일반백성들의 출입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군사들이 순찰하는데 편리하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소위 순성길을 위하여 만든 것이다.
암문을 들어가서 보도블록으로 정비된 도성 안 탐방로를 걷다보면 성곽이 밖으로 꽤 길게 튀어나온 곡장(曲墻)이 나온다. 곡장(또는 곡성)은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위하여 성벽의 일부를 둥글게 돌출시킨 것인데, 백악산의 이 곡성은 그 보다는 오히려 성 안팎의 수려한 경치를 조망하기 위하여 설치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 건너다보면 백악산 정상까지 마치 만리장성처럼 이어지는 장관이며, 산악과 도심이 대비되는 경관이 오묘하고 매혹적이다.
촛대바위전망대
곡장을 뒤로 하고 숙정문 쪽으로 240m 내려가면 ‘촛대바위전망대’가 있다. 촛대를 닮았다고 하여 촛대바위라고 부르는데, 그 높이가 13m나 되는 제법 큰 바위다. 그러나 촛대바위전망대에서는 그 전모가 보이지 않고, 녹음의 계절이 아니면 청운대에서 잘 보인다. 지금은 그 바위의 위험한 절벽을 오르지 못하도록 난간으로 막아놓아서 접근할 수가 없다.
그 바위 위에는 작은 표지석 하나가 있다. 일제가 한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하여 박아놓았던 쇠말뚝을 뽑아버리고 표지석을 세워 그 자리가 쇠말뚝을 박은 자리임을 나타낸 것이다.
이 전망대에서는 백악산자락에 폭넓게 자리 잡은 경복궁의 모습이 낱낱이 보인다. 경복궁의 중심이 되는 근정전이며, 그 아래로 시원하게 뻗은 세종로를 본다. 또 그것의 남쪽 연장선상에서 멀리 가물가물 손짓하는 것 같은 관악산을 본다. 풍수지리설로는 관악산이 경복궁의 화인이 된다니 그런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촛대바위전망대에서 숙정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송림이 우거진 오솔길이다. 백악산은 배수가 잘 되는 바위산인데다가 척박한 토질이어서 활엽수의 생장조건에는 맞지 않아 소나무가 이 산의 주인공이 되었다.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에서 많이 나온다는 피톤치드를 흡입하기 위해 어깨와 가슴을 쭉 펴고 심호흡을 한다. 기분이 한결 상쾌해지고 쌓였던 피로도 풀린다. 다음 여정을 위해 여유를 가질 수가 있는 곳이다.
글 : 허창무 주주통신원, 사진 : 이동구 에디터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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