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오후 4시, 친일문인 김동인을 기리는 동인문학상을 반대하는 집회가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주최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열렸다.

김동인은 친일 문학인 중에서도 특히 적극적인 친일 행위를 하고 황민화와 조선 학생들의 강제징병을 선동하는 글을 싣는 등 비판을 받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조선총독부 학무국을 직접 방문해 ‘북지황군위문 문단사절’을 조직하고 조선총독부의 외곽단체인 조선문인협회의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내국민들에게 일제의 사상을 널리 전파하는 등으로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이날 집회 주최측은 동인문학상 시상식장인 조선일보미술관 앞에서 미리 준비한 성명서와 창작 항일시, 구호 등을 외치고 거듭 동인문학상의 문제를 지적, 친일 잔재의 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해당 문학상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올해는 '독의 꽃' 을 쓴 최수철 작가가 수상했고 시상식장엔 작년에 이어 초대받은 일부만 입장, 취재는 불허되었다.
 
 

기자회견 <성명서>

 

조선일보는 친일문인김동인을 기리는 동인문학상을 폐지하라!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된 지 70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제의 식민잔재는 청산되지 않았다. 남북분단과 전쟁, 그리고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친일세력들이 오히려 득세하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한국의 문학계에는 여전히 ‘친일부역문인’을 기리는 기념사업과 함께 ‘친일문인기념 문학상’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일본의 침략에 의해 36년 간 식민통치를 받는 동안, 그들은 일제를 적극 옹호하고 일본국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자고 했던 문인들이다. 그들은 문필가라기보다는 적국의 편에 서서 민족을 배반한 부역자들이다. 그들은 단지 문화예술을 통한 일본에 협조한 행위를 넘어서서 일본제국주의와 식민지 전쟁의 앞잡이 노릇을 한 ‘전범들’이었다. 전범은 처벌되어야 한다. 그러나 친일문인들은 전혀 단죄되지 않았다. 해방 이후, 친일문인들은 오히려 한국문단의 권력자가 되었다. 

 

우리는 알고 있다. 해방이후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가 설립되어 일제에 협력한 자들을 처벌하자는 ‘반민족행위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승만 정권은 반민특위 위원들을 ‘빨갱이’로 몰아 탄압했다. 친일파 경찰들을 동원해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했다. 결국 반민특위는 해체되었고, 친일파 청산의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만일 반민특위가 제대로 된 활동을 했다면,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는 물론이고 ‘일본에 직간접적으로 협력한 문인’들은 결코 온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친일문인들, 그들의 제자들, 그리고 친권력적인 문인들, 교수들, 비평가들은 “친일행적 때문에 그들의 문학적 자산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그들을 옹호했다. 그들은 단 한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없었다. 그들의 작품은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실렸다. 친일문인들이 죽으면, 그들을 기리는 ‘문학상’이 앞다투어 만들어졌다. 한국의 일제 강점기 36년과 프랑스의 나치 지배 3년을 비교해 보면, 프랑스는 나치 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처절하리만치 가혹했다. 단 한 줄이라도 부역혐의가 있으면 용서하지 않았다. 한국은 반민특위가 잡아들인 400여명의 친일파 중에 처벌받은 자는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친일문인 이름으로 된 기념문학상이 넘쳐나고 있다.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식민지 지배를 겪고 강대국의 침략을 받은 세계의 수많은 국가 중에서, 자기 나라를 배반하고 민족을 팔아먹은 범죄자, 역사반역자, 민족반역자들을 두둔하고 그들을 기리는 기념상을 만들어 찬양하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어디에 있는가? 대한민국 말고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빼앗기고 친일세력들의 정치적 압제에 시달려 왔다. 그중 인간의 엄중한 삶과 문학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문학인들이 가장 먼저 삐뚤어졌다. 문인들이 문학정신을 왜곡하고 민족의 정신사를 말살하고 문학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마저도 오염시켰다. 여기에는 보수언론이 문단에 개입하여 문화적 지배이데올로기를 행사하려는 의도적인 음모가 들어있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올바른 양심을 지키고 문학적 자존감을 지녀야 할 작가들이 이같은 공모에 영혼을 팔고 있다. 끊임없는 국론분열을 획책하고,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고, 국민갈등을 부채질하고, 친일보수 편향적인 여론책동에 몰두하는 조선일보에서 주는 친일문인기념상의 대표격인 ‘동인문학상’을 한국의 소설가들은 그렇게도 받고 싶은가?

 

김동인이 누구인가? 김동인은 조선총독부 학무국 사회교육과를 제 발로 찾아가서 문단사절을 조직해 중국 화북지방에 주둔한 ‘황군’을 위문할 것을 제안했다.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 그는 ‘북지황군위문 문단사절’로 활동했다. 그는 조선총독부의 외곽단체인 조선문인협회에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조선문인협회가 주최한 내선작가간담회에 출석하여 ‘내선일체’를 선동했다. 

 

김동인이 누구인가? 그의 문필활동을 보면, 내선일체와 황민화를 선전 선동하면서 일제에 협력하는 글을 썼다. 그는 ‘만주사변’을 통해 조선인도 내선일체가 되어 국민의식을 높여가게 되었다고 했다. 다시 태평양전쟁이 발발되자 “조선인도 다만 ‘일본시민’일 따름이다. 한 ‘천황폐하’의 아래서 생사를 같이 할 백성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조선인 학병이 첫 입영을 하게 되자 “조선에도 드디어 징병제가 실시됐다. 우리나라 헌법은 병역을 국민의 의무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병역이란 단지 국민의 의무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특권이다. 조선인의 사상이 과연 황국신민이 되기에 충분한가, 그 사상까지 완전한 일본인적 사상을 가진 자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 

 

김동인이 누구인가? 그는 “우리나라의 국체에 대하여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이런 국체를 가진 국가의 우수한 병사가 되기를 명하는 바이다. 내 몸은 이제부터는 내 것이 아니요 또는 가족의 것도 아니요 황공하옵게도 폐하의 것이며 지금 폐하의 어본부로 완적을 멸하려는 성검을 잡고 일어선 자각을 가지고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학병제야말로 “조선인의 황민화의 정도, 조선인의 일본인적 애국심의 강도를 다루어 보는 저울”이라고 했다. 

 

김동인이 누구인가? 그는 국책문학으로서 ‘국민문학’을 선전하면서 문학인의 ‘문필보국’에 앞장섰다. ‘애국열과 보국정신을 붓의 힘을 빌어서 국민에게 환기시켜 천황폐하의 은혜와 나라의 은혜에 대해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것이다.’라고 결의하고, 전쟁 막바지까지 ‘국민문학’에 대한 문학인의 자세를 설교하는 한편 문화인과 지식인의 선도적 역할을 선전함으로써 문필보국의 전범이 되었다. 이 밖에도 그는 친일소설이나 산문을 여러 편 남겼다. 

 

이러한 반민족적, 반인륜적, 반문학적 행적을 가진 문인을 문학상으로 기념해서야 되겠는가? 그러므로 동인문학상은 이제 문학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앞에 놓인 역사의 문제이다. 문단적폐 청산의 중대한 과제인 것이다. 

문학은 문학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이 나라의 공동체 구성원인 국민 모두의 것이다. 일본의 아베 수상이 우리를 믿지 못할 나라로 매도하고 수출을 금지하는 행위 또한 우리가 친일 잔재를 청산하기는커녕 이런 친일파를 기리는 행위를 목도해왔기에 가능하다는 추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인문학상을 주관하고 있는 조선일보사는 언론사로서 분별력이 있고 역사정의에 대한 치욕을 안다면,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고 더 이상 동인문학상을 운영하지 말라! 

-동인문학상 심사와 수상에 참여하고 있는 문인들은 최소한의 고민도 없는가? 문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후대의 작가들에게, 정말 부끄럽지 않은가? 

-우리말을 가르치고 우리글을 쓰는 평론가, 대학교수, 소설가들은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친일문인기념 동인문학상’ 심사와 수상을 당장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 

 

민족문학연구회는 조선일보에 친일문학에 대해 토론할 의사가 있으면 언제든지 토론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

2019년 11월 26일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이요상 주주통신원  yoyo04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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