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강력한 가치 지침서
한국표준협회(KSA)의 초기 설립은 1962년 한국표준규격협회로 시작되었다. 이 역사적인 첫걸음에서 필자의 부친인 고 박성철 교수가 초대 부회장이자 기술 자문 리더 역할을 수행했다. 도쿄대학에서 수력기계학을 전공한 박 교수의 배경은 댐과 발전소 같은 국가 핵심 동력 인프라에 직접 연결되는 분야였다.
초기 한국표준규격협회의 리더십 구성은 국가 발전 계획의 핵심 과제에 즉각적인 기술적 대응을 제공할 수 있는 최고 전문가들로 이루어졌다. 1962년 협회 설립은 당시 가장 시급했던 '기술적 자립 및 인프라 안정성 확보'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것이었으며, 한국 표준이 단순한 규격 제시를 넘어 기술 주권 확립에 기여하도록 설계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표준화 기관이 곧 국가 경쟁력의 기술적 담보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필자는 이처럼 기술적 통찰력과 전략적 의도를 가졌던 한국표준협회의 존재와 위상을 벤치마킹하여, '한국 인성 표준(K-스탠다드) 의 설립을 제안한다. 현 시대에 이러한 '한국 인성 표준'은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신뢰와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략적 통찰을 의미한다.
오늘날 K-Pop과 K-Culture 등 소프트 파워가 세계를 선도하는 시점에서 한국이 직면한 새로운 과제는 '글로벌 신뢰와 지속 가능한 리더십 확보'이다. 인성 표준 제안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여 표준화의 영역을 기술과 산업을 넘어 인간의 근본적인 가치 영역으로 확장하자는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한국 인성 표준(K-스탠다드)'의 설립 목표는 초기 KSA가 기술 표준을 통해 국가 인프라 성공의 기술적 안전망을 구축했듯이, 현 시대에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 있다. 이는 기술적 안전망에서 사회적 안전망으로의 국민 의식의 확장을 뜻한다.
인성 표준은 윤리성, 책임감, 상호 존중 등 추상적인 가치를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의 책임 있는 시민 윤리,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서의 투명한 기업 윤리(ESG 연계), 세대 간 상호 존중 규범 등 시대 변화를 반영한 구체적인 측정 축을 설정해야 한다.
K-스탠다드를 한국 인성 표준으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가치를 넘어 한국 사회가 실제로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측정 영역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표준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일상과 사회 시스템에 깊숙이 작용하는 실질적인 규범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음은 한국 사회의 현안을 반영하여 K-스탠다드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할 핵심 측정 축에 대한 구체적인 제언이다.
첫째, 디지털 환경에서의 책임 윤리 (악성 문화 및 허위 정보 방지)
한국 사회의 높은 디지털 접근성이 낳은 그림자인 악성 댓글, 사이버 괴롭힘, 가짜뉴스 유포는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사회적 불신을 심화시키는 주범이다.
둘째, 사회 통합과 다양성 포용 표준 (갈등 해소 및 공존)
극심한 정치적, 이념적 양극화와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은 한국 사회의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한국 인성 표준(KHS)은 이러한 갈등을 관리하고 통합을 유도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과도한 경쟁 문화와 정신 건강 존중 표준
높은 학업 경쟁률과 직장 내 성과주의가 빚어내는 스트레스, 번아웃, 청년 세대의 심리적 불안정은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넷째, 세대 간 공정 및 상호 존중 규범 (책임 있는 미래 세대 배려)
단순한 예의를 넘어, 연금 고갈, 환경 부채 등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현재 세대 간의 자원 분배 공정성을 확보한다.
K-스탠다드는 이러한 구체적인 사회 문제들을 해결의 대상으로 명시함으로써, 한국이 국제 무대를 향하여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강력한 가치 지침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편집: 조형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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