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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가을에는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주님, 가을에는

꺼져가는 심장이 멎고

떠밀린 파도에 마지막이라 해도

만조를 기다리는 안목을 꿈꾸게 하소서

주님, 가을에는

라일락 목련화 줄기

힘 잃은 이파리 정막 다짐한 꽃

향기 지키는 국화 꽃으로 살게 하소서

주님, 가을에는

새싹이 갈색으로 주저앉아

무망한 계절 황망해 보여도

새싹 부르는 갈색의 꿈 배우게 하소서

주님, 가을에는

하늘거리는 갈대숲에

더부살이로 숨어 살다가

훌쩍 떠나버린 종달새 삶이 되기보다

주님, 가을에는

일찍 찾아든 어둠을 읽어

둥지를 엮어 새날을 준비하는

솔새 해맑은 내일을 노래하게 하소서

주님, 가을에는

떨어진 낙엽을 보고

절망을 부르지 말게하시고

낙엽 등뒤의 새봄을 바라보게 하소서.

편집 : 박명수 객원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