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나라에서 다르게 살아가는 약자의 모습

금융감독원과 신탁사의 관계는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다. 치외법권이요 법과 행정의 사각지대는 아닌지 궁금하다. 다음 대화로 문을 열러본다.

신탁사 직원 : 왜 업무를 방해하세요, 왜 업무를 꼬세요. 대표님 진상이에요. 왜 사업을 망치려하세요. 그렇게 하면 1원이라도 더 남겨줄려고 안 할 겁니다.

위탁사(시행사) 사장 : 아니 내가 내돈 들여 토지 구입해 사업하는 내 사업인데 왜 내가 사업을 망친다는 겁니까? 아니 보세요. 지금 하시려고 하는 신탁사와 한신간의 계약금은 1억 5천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내가 한신에 보냈다는 견적서를 입수해 보니 고작 3천만원에서 5600만원 정도 밖에 안돼요. 이건 너무하잖아요.

아래 사진을 설명한다.(입주도우미업무란? 입주자들에게 키 교부와 세대안내, 세대내 보일러 등 입주에 필요한 사항을 사용설명해주는 담당자다.)

▲ 산탁사와 한신계약서 . 수수료 항목 단가에 세대수를 곱하면 총비용이 나오는데 1억4700만원
▲ 한신이 뒤로 받아놓은 견적서 2개월 업무수행용. 아파트 전체 입주자 도우미 업무 견적인데 3천60만원
▲ 한신이 뒤로 받아놓은 견적서 1개월 업무수행용. 아파트 전체 입주자 도우미 업무 견적인데 5천600백16만원

이 아파트 시행사업 당사자는 위탁사와 신탁사 2인 뿐이고, 분양업자(PM사)는 위탁사(시행사)와 하도급계약을 맺은 위탁사의 거래처일 뿐이다. 위탁사는 허가관청인 시청과 신탁사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행할 지적, 정보, 노하우 등 능력이 안되었던지 분양업자(PM사/신탁사 수지심의 통과, 시청 사업허가 업무)를 앞세워 업무를 해왔다. 그런데 이 분양업자(PM사)가 자신이 위탁시행사 대표행세를 하고 다녔고, 신탁사와는 죽이 잘 맞아 그동안 업무를 전횡해 처리해 왔던 것이다.

위 시행사 사장은 토지를 구입해 신탁사에게 “개발신탁”(설계, 감리, 건축, 분양총괄사업)이라는 신탁을 의뢰하였다. 따라서 분양대금과 부대 수익 등이 모두 신탁사 통장으로 들어가고, 신탁사는 사업을 한 후 정산하여 이익금을 시행사 사장에게 보고하였다. 신탁사는 사업관리 수수료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챙기고 남으면(이 사업의 목적은 사업관리에 둔감한 지주인 시행사를 대신하여, 신탁사에게 관리를 위탁함으로 최대 이익을 창출해 시행사에게 주는 사업임) 위탁사에 반납하는 계약형식이다.

이 위탁사 사장은 신탁이 여러 형태로 이뤄진다는 다양한 사업 장르를 모른 채, 선뜻 계약을 해버렸고, 신탁사는 위탁사에게 신탁개념은 물론 여러 형태의 신탁이 있다는 것을 충분한 주지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브랜드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사업을 수행여부를 결정한 후, “수지계산서”(이익금을 얼마를 남겨 주겠다는 사업에 대한 가상결산 계산서)라는 것을 제시하고 사업을 계약하였다. 그런데 이 수지계산서는 계약조항에 단지 참고사항일 뿐 전혀 구속력이 없는 것이라고 못을 박아놓았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건축물를 신축하여 분양을 하였는데, 아파트 370여 세대와 오피스텔 47세대 중 오피스텔18개를 제외하고 예상외로 조기에 완판(조기분양 완료)되었다. 모두들 완판에 기뻐하는데 이후 돌아가는 사정이나 들려오는 얘기는 이상하게 “위탁자의 수익이 없다”라는 횡횡한 소리였다. 그러자 위탁자들은 왜 수익이 나지 않은 것인지 모른 상태에서, 혹여 잘못 보이면 전혀 이익배당이 없을 것을 우려한 나머지, 눈치를 보고 전전긍긍하면서 숨죽이고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위탁자들은 토지를 사주고 3년여 신발이 달도록 공사, 분양 현장을 쫓아다니며 고생한 것이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하지만 공사 종료시점에 와서 이 지경이 되었으니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으로 눈에 불을 켜고 사업 전 과정을 요시찰했다. 그러던 중 “입주자 도우미 대행사” 선정 하는 과정에서 모순됨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 연유를파고 들어가 본즉 터무니 없는 단가로 작성된 하도급계약서가 신탁사에 승인요청되었음을 발견하였다. 이리하여 위탁사 대표가 신탁사에게 “지금계약서는 일전에 말한 대로 반려 취소하고, 내가 올려준 저렴한 견적서로 계약하십시오.” 하자 이미 계약해 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에도 하나씩 의문이 생겼는데 분양수수료를 왜? 중간에 200%씩 올려 주어야만 했는가?이다. 조기에 분양이 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는데 누가? 왜? 그렇게 결정해 주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꼬리를 물었다. 이제 와서야 실상을 알고나니 그외 다른 의문도 더 생겼다. 지금도 여전히 이 나라는 힘 있고 백 있는 자들의 나라일 뿐, 힘 없는 자들에게는 허울뿐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신탁사들의 갑질이 극에 달하였지만 관리감독관청은 안 보는 것인지, 못 보는 것인지 모른다고만 하니 답답하고 억울하다. 분하고 억울하고 치가 떨린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언론이 있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신탁사 관리감독관청인 금융감독원, 건설교통부, 경찰, 검찰,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청와대 신문고, 국가 인권위원회, 집권당, 야당 온갖 기구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막상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을 반겨주는 곳은 한 곳도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것이 우리나라요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백 없고 돈 없으면 눈뜨고 당할 수 밖에 없는 대다수 국민은 서러울뿐이다. 즉 위에 나열한 온갖 기구의 주인인 국민들이 억울해도 하소연할 곳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국민이 없으면 나라도 없어질텐데... 집권당에 전화해 보았지만 냉담하고 민원을 남기라는 전화 멘트만 들려온다. 언론사에 전화를 해보아도 진지하게 들어주는 곳 없고, 금융감독원에 전화해도 진정서를 작성해 보내라는 말 밖에 없었다. 이 땅에서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약자들은 언제나 국민으로 마땅한 대접을 받고 살 수 있을지 아연하다. 언제까지 주류들의 들러리로 살아야 할지 가슴이 먹먹하다. 모두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조속히 정착되기를 간절히 기구한다.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송광섭 주주통신원  sgs81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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