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변상욱 대기자가 제14회 송건호언론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지난 9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 한겨레 자료사진: 제14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변상욱 <시비에스>(CBS) 대기자(가운데)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뒤 청암언론문화재단 이해동 이사장(오른쪽), 한겨레신문사 정영무 대표이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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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기자는 1959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다. 기자, 프로듀서, 앵커를 거쳐서 33년째 방송 현장을 지키고 있는 현역 언론인이다. 1980년 11월 ‘언론통폐합’을 강행한 신군부가 CBS의 뉴스방송과 광고를 막았다. 83년에 프로듀서로 입사한 그는 프레스카드도 없이 특집방송이라는 명분으로 매주 편성된 프로그램 ‘월요특집’에서 인권침해, 공해, 도시빈민, 농촌위기 등 당시 공중파와 신문이 외면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여 진실에 목마른 사람들을 라디오 앞으로 불러 모았다. 특히 87년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일어나자 동료들과 방송실 주조정실을 막고, ‘고문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라는 특집을 생방송으로 진행해 시민의 분노와 저항을 불러 일으켜 민주화를 앞당기는데 일조를 했다.

96년 ‘시사자키’의 제작진으로 ‘제6회 민주언론상’을 받았고, 앵커로서 진행한 ‘뉴스레이다’는 2005년 라디오 보도부문에서 ‘제32회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변상욱의 기자수첩’으로 청취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2014년 10월부터는 ‘CBS 노컷뉴스’에서 매주 1회 제작하는 팟캐스트 방송인 <변상욱 김갑수의 스타까또>에서 정치이슈를 다루면서 현재 권력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88년 4월 ‘전국언론사노동조합협의회’ 단계부터 참여했던 그는 그 해 11월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이 생기자 교육훈련국장, 법무국장, 감사를 맡아 언론사 노조간 연대할 수 있는 기구를 수립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2012년 ‘뉴스타파’가 문을 열자 약 5개월간 ‘변상욱 칼럼’을 맡아서 독립 탐사보도전문 매체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치사하게 살지 말자’는 그가 소중하게 간직하는 좌우명 중 하나다. 언론노조와 기자협회의 자정운동에 참여해 후배들을 독려하다 보니, 취재원 제공의 공짜 해외여행과 촌지를 거부하느라 86년 회사 출장 이후 25년 간 출국한 적이 없었다던 그는 후배들이 닮고 싶어 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언론인의 최대 덕목은 ‘정직’이라고 믿는 그는 90년대 들어서 언론계를 비판하는 글을 활발하게 기고하고, 강연도 했다. 당시의 원고들을 모아서 낸 책이 <언론 가면 벗기기>이다. 강준만교수는 별 기대 없이 책을 펼쳤다가 ‘대단히 재미있고 유익하여, 비판할 점을 찾지 못해 유감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가 시상식에서 밝힌 송건호선생과의 인연과 소감이다.

"1983년 CBS에 입사한 직후부터 송건호선생님을 뵐 기회가 종종 있었다. 선생님은 조작된 시국사건에 얽혀서 야인으로 지내는 중이었고, CBS는 전두환 군부정권에 의해 보도기능을 박탈당해서 뉴스와 시사보도를 만들 수 없던 때였다. 프레스카드도 없이 시사프로그램 제작을 맡아서 글을 쓸 곳도, 초청하는 곳도 없던 선생님을 모셨다.

선생께서 오시면 물도 떠다 드리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눌러 드리고, 어려워서 이것저것 여쭙진 못했지만 선생께서는 도리어 이렇게 출연해도 별 일 없겠냐고 걱정도 해주시고, 또 격려도 해주셨다. 현대사 집필 중에 어떤 주제를 붙잡고 매달리셨던 모양인데 "그것에 관한 자료가 당최 없어. 혹시 생각나거나 알게 되면 내게 좀 알려줘."하면서 도움을 구하시기도 했다. 그때 기자의 기록은 그저 둘러보고 쓰는 게 아니라 세계관과 역사의식, 사회과학적 탐구에 의해 철저히 궁구되어야 한다는 선생의 철학을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수상소감으로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오늘 우리 언론을 바로 잡을 언론개혁도 선생께서 남기신 가르침에 비추어 모색할 수 있을 것 같다. 개혁은 누가 주체로 나설 것이며, 그 방향은 어떤 것이고, 방법은 무엇인지가 설정되어야 한다. 선생께서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뜻을 가진 젊은 후배들을 민주언론협의회를 통해 한겨레신문을 통해 하나로 묶고 이어 주었다. 이런 모델을 시대에 맞게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언론사에 의해 권력과 이익을 지향하는 언론은 이제 필요하지도 않고,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몰락하고 있다. 언론이 스스로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시민과 시대가 언론을 심판할 것이다. 이제 언론은 언론사와 언론사주의 것이 아니라 시민에 의한 시민의 언론으로 바뀌고 있다. 권력에 유착하고, 시장에 굴종하는 언론이 바뀌길 기대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시민사회의 힘으로 싹 쓸어버리고 시민에 의한 새로운 언론을 만들어야 한다.

1984-5년, 냉혹한 군사정권시절에 아무 것도 아닌 해직기자의 신분으로 민주언론실천연대를 조직하고, 해직기자와 뜻있는 언론인을 모아서 한겨레신문을 만든 건 불가사의한 일이다. 노동조합이 있고, 각 직능별노조가 있어도 언론현실이 이 모양인 걸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다. 송건호언론상 수상자로서 후배들의 모범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송건호선생은 1926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71년 4월 동아일보사의 젊은 기자들이 중심이 되어 '언론자유수호선언'을 결행하자 선생은 간부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여 후배들을 지지했다. 72년 '10월 유신'선포 이후 정권의 언론통제는 강화되었고, 기관원들이 언론사에 상주하며 편집에 직접적으로 간여하게 된다. 74년 동아일보 편집국장에 취임했지만 정권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선생은 수차례 정보기관에 끌려가 구타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언론의 자유를 얻고자 일어선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의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가 74년 10월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자 선생은 경영진과 기자 사이에서 주재역할을 하며 편집국장으로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이듬해 이 선언에 참여한 후배 130여 명 강제 해직에 대해 바른 해결을 촉구하며 75년 3월 자진 사임했다.

야인으로서 생활고와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각종 회유를 물리치고, 집필에 전념하여 [한국민족주의의 탐구] [한국현대사론] [해방전후사의 인식](공저) 등 역작을 연이어 출간하며 지식인의 사명, 민족의 장래, 분당의 원인 들을 고민하였다. 80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하며 두어 달 사이에 백발로 변할 만큼 고초를 겪었다. 84년에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조산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주언론시민연합)을 결성하여 초대 의장을 지냈고, <말>지를 창간했다. 이를 통해 제도권 언론이 보도하지 못하는 사회의 불의 부패 모순을 알려 저항언론의 불시를 지켰다. 특히 86년 9월, [말]특집호 '보도지침'을 발간해 정권의 언론통제 실상을 폭로했고, 민주언론운동을 통해 사회민주화에 기여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국민이 출자한 신문사를 만들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론지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자 선생은 새신문 창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87년 12월 한겨레신문사 초대사장에 취임하여 1988년 5월 15일 <한겨레신문>을 창간했다. 선생은 창간사에서 '오로지 국민 대중의 이익과 주장을 대변하는 참된 신문'의 발행을 다짐했고, 평생 소망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을 위해 편집권의 독립을 보장했고, 편집위원장 직선제를 실시했다. 선생은 평소 언론인은 소명의식을 갖고 책무를 다해야 하며, 언론인의 지위를 징검다리 삼아 이익과 출세를 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평생 이 말을 지켰다.

오랫동안 정권의 감시를 받으며 생긴 불안과 긴장감, 신문사 경영난으로 인한 정신적인 중압감, 거기에 고문의 후유증으로 2001년 12월 타계했다. 사회 각계각층의 애도 속에 사회장으로 치러졌고,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되었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되어 영면에 들었다. 2001년 11월 선생의 삶과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청암언론재단'이 설립되었고, 2002년 6월 <송건호언론상>이 제정되어 매년 시상하고 있다.

역대 수상자로는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강준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조용수, 문화방송 PD수첩, 한홍구, 뉴스타파 등이 있으며 지난해(2014년)에는 손석희씨가 수상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이동구 에디터

오성근 편집위원  babsang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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