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아이들과 함께 글마루도서관을 찾아 지양산을 넘던 서정을 담아

 

가을 지양산 길에서

                                김 광 철

 

참나무 잎들이 깔린 오솔길

사람들이 오가며 밟아 윤까지 낸 길

두세 달 전

은초록 나부끼던 영화는 어딜 가고

명성황후 떠난 경복궁 후원 같은 길에 서게 되었나

새삼스레 오늘따라

불덩이를 함께 안았던 연인도 그립고

세상을 함께 도모하고자 했던 도반들도 그립다

하나 둘, 훌훌

기별도, 소식도 없이 가버린 사람들

찾으려면 찾을 수야 없겠냐만

떨어진 낙엽 다시 달아맨들

무슨 향 나겠소

한 인연, 한 인연

끈들을 놓으면서

결국은 홀로 가는 길

함께 걷는 아이들의 희희낙락 거림에도

아랑곳없이

커다란 잎 떨군

떡갈나무 가지가지엔

주체할 수 없는 외로움만

걸리고 또 내걸리어

파르르 떨고 있었다

<주> 

글쓴이는 2011-2016년 혁신 학교인 서울 신은초에 근무하였다. 2013년 11월 15일 낙엽이 한창 떨어진 가을 아이들은 데리고 지양산을 넘어  글마루도서관으로 책을 읽으러 갔다. 가면서 아이들과 함께 낙엽도 줍고 나무도 끌어안아 보고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등을 찾으며 갔다. 다녀와서 그때의 서정을 담아 썼던 시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광철 객원편집위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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