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찾아 가며 오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생태 통합교육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잎을 찾아들고 좋아하는 1학년 아이들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잎을 찾아들고 좋아하는 1학년 아이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동안 35차례 연재해 왔던 <김광철의 혁신학교 이야기>를 이어서 쓰질 못했다. 뭐니 뭐니 해도 내가 게으른 탓이 가장 크다. 이제 정신 좀 차리고 연재를 계속하려고 한다.

 

지난달에는 ‘<우리교육>이 만난 사람’ 연재 글을 취재하기 위하여 양평군 지평면에 거주하고 있는 이 아무개 선생 집을 찾았다. 강화도와 양평의 모 초등학교에 근무를 하다 서울 교사들이 부족할 때 서울로 전근이 되어 명예퇴직을 해서 지금은 지평면 자택에서 경기도 교육청의 <꿈의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교직을 떠나기 직전 곽노현 교육감 시절 서울 초등 최초의 혁신학교인 서울강명초에서 근무를 하였다. 30여 년 교직 생활 속에서 교육의 모순과 문제점들, 특히 교육 관료들의 횡포에 저항을 하면서 교사 생활을 해 왔다. 이런 교육 모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오덕 선생을 만나 글쓰기 운동에 뛰어들면서 전교조 교사들을 만나며 한국 교육의 모순과 부패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결국은 혁신학교 운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를 중심으로 한 서울강명초의 혁신학교 운동은 그 후 서울 혁신학교 운동의 방향타가 되었다.

아이들은 사진기만 들이대면 습관처럼 v자를 그린다. 아무튼 밖에만 나가면 좋아환다.
아이들은 사진기만 들이대면 습관처럼 v자를 그린다. 아무튼 밖에만 나가면 좋아환다.

 

그는 어렸을 때 수원에 살았다고 한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엄마와 가족들이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욕을 먹으면서 자랐다고 한다. 그럴 때면 집을 나와 서울농대가 있는 언덕길을 걸어 넘으며 수많은 들꽃과 나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랐다. 그는 이런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교사가 되어 집에서 먼 곳의 시골학교로 가서 근무하기 위하여 교대를 들어갔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구박을 받고 나와 산길을 걸으며 풀꽃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실제로 아이들을 산과 들로 데리고 다니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생태 교육을 했다.

 

이런 그의 생태 감수성은 그가 서울 교사이면서도 양평에 살도록 하였다. 그러다 양평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폐가를 사서 수리를 하고 필요한 건물을 새로 짓기도 하고 개와 닭 등의 동물들을 키우고 텃밭을 일구며 작은 생태 우주 공간을 마련했다. 그 공간에 경기도 교육청의 <꿈의 학교> 공모에 선정이 되어 토요일이면 20여 명의 아이들이 몰려와 1뱍을 하면서 생태 체험 중심의 학습을 하고 간다고 한다. 도시화가 심화되는 요즘 시기에 사방에 시멘트로 둘러쌓인 공간에서 흙도 제대로 밟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생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1주일 한 번이라도 자연을 벗삼아 놀며, 공부하는 공동체 생활이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넉넉하게 할 것인가 상상이 간다.

 

그는 혁신학교에 근무를 하기 전부터 <발도르프> 학교 공부를 통하여 발도르프 교육을 혁신학교에 도입하는데 앞장 섰다. 나도 교직에 있으면서 생태, 환경 운동과 생태 교육을 줄기차게 해 오면서 이 교사와 같이 생태 감수성을 아이들의 마음에 심어주기 위하여 다양한 활동들을 해 왔다. 나는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에서 2013년과 2014년 1학년 담임을 하면서 학교 주변에 있는 지양산을 봄, 가을로 아이들과 함께 올랐다. 자연 속에서 놀기도 하고 생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하겠다.

 

2013년 서울신은초에서 1학년을 담임할 때 이야기다.

신은초는 양천구 신정3동에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신은초 1학년 각 학급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책과 친해지게 하기 위하여 독서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학급별로 학교 도서관 이용 시간을 배정하고 이용하기도 하고 학급에서는 학급 나름대로 다양한 형태의 독서 활동을 하였다. 내가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는 학부모들이 1주일에 한 번 당번을 정하여 아침 자습시간에 학교에 와서 책을 읽어 주고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학년에서는 지역의 도서관을 찾아가 책읽기 도사관 체험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도서관 체험은 구로구 고척동에 있는 구로 글마루한옥도서관을 이용하였다. 거기를 가기 위해서는 지양산 자락의 산길을 넘어 걸어서 간다. 다른 학급은 이미 다 갔다 왔고, 11월 3일 우리 학급과 푸른반이 마지막으로 체험을 갔다.

 

걸어가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서부트럭터미널도 건너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터미널 근처에서는 산길로 올라서 숲속을 걸어서 갔다. 숲길을 걸어가면서는 평소에 아이들이 많이 불렀던 '숲으로 가요' 노래도 부르면서 걸었다.

참나무와 솧나무가 우거진 지양산 길을 넘어 글마루도서관을 찾는 아이들
참나무와 솧나무가 우거진 지양산 길을 넘어 글마루도서관을 찾는 아이들

 

<숲으로 가요>

숲으로 가요 참나무 숲으로

손가락 끝에다 도톨 모자 씌우고

상수리나무를 지나서 가-

울퉁불퉁 굴참나무 껍질에

지난 밤 하늘소 이야기 숨어 있다

조용히 들어 봐.

참나무의 노래를

산길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참나무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리기다소나무를 끌어안아 보기도 하면서 산길을 넘어서 도서관을 찾아갔다. 불행하게도 지양산은 산이 낮아서 굴참나무를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가는 길은 30분 정도 걸렸다. 가고 오는 길에 저물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아이들과 함께 느끼면서 넘는 산길이었다.

 

나는 당시 아이들과 산을 넘어 도서관 체험학습을 갔던 이야기를 시 한 편으로 마음을 정리해 보았다.


 

도서관 가는 길

                 김 광 철

 

글마루도서관 가는 길에 산길을 넘었다.

다람쥐들처럼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도토리도 찾고

낙엽도 주으며

지양산길을 넘고, 또 넘으며 갔다.

가을은 가고 있었다

발밑에선 바삭바삭 낙엽 밟히는 소리가 정답다

소나무 가지에 걸려있는 가을의 향기

내 몸속까지 스며온다

노래 속의 상수리나무는 어디며

굴참나무는 어디에 있나

떡갈나무도, 졸참나무도 찾으며

넘고, 또 넘어서 갔다

사람들에게 밟히고 밟힌 가을은 이제 더 이상 참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는지...

마냥 즐거운 아이들은 가을과 함께 여물어 가고 있었다.

 

요즘 교육은 과거처럼 교과별로, 단원별로 세분화하여 이루어지지 않는다. 융합(통힙)방식이다. 주제가 있으면 그와 관련된 글 읽기, 글 쓰기, 그리기, 신체활동, 노래 등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교육 내용들 간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분절적이지 않은 통합적으로 교육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교육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도서관을 찾는다고 하여 책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고 오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사물을 학습의 주제로 끌어와서 언제,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발도르프 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배웠던 ‘숲을호 가요’ 노래를 부르면서 산길을 걷고, 노래에 등장하는 ‘참나무’며,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을 찾아보는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니 도서관을 찾아가 책 읽는 활동만이 아니라 그동안 학교에서 공부했던 내용을 자연 현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혀간다면 아이들은 학습에 대한 파지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편집 : 김광철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김광철 객원편집위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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