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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한 건 1994년이다. 결혼하고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다 우연히 호스피스 교육을 나흘 동안 받았다. 서울 미아삼거리에 있는 성가복지병원 간호과장 수녀님의 권유로 간호 봉사와 호스피스 활동을 하게 되었다.그때만 해도 병원에서 암을 치료하는 비용이 워낙 비쌌다. 암 말기면 땅 팔고 집 팔고 나서 사망한다고 할 정도였다.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병원도 몇 군데 되지 않았다. 성가복지병원은 무료 병원인데다 호스피스 병동까지 있어 병실 침대가 비는 날이 거의 없었다.당장 내일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은 환자
여기 이사람
김점옥
2015.09.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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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과자 먹고 싶어.”통화할 때마다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게 많아지는 모양입니다. “저번에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혼자 지서리에 갔다 왔어. 그런데 10원이 모자라서 한 개밖에 못 먹었어” 합니다.휴! 공동체가 있는 운산리에서 버스정류장과 구멍가게가 있는 지서리까지는 걸어서 꼬박 40여 분이 걸립니다. 그 길을 혼자서 다녀왔다고 합니다.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날에요. 아무튼 통화할 때마다 이것이 먹고 싶다, 저것이 먹고 싶다고 쭉 열거합니다.“(보름에 한 번) 외출하는 날에 부안에 가서 사 먹으면 되잖아” 하면 “응. 그런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9.0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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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복종』(미셸 우엘벡, 문학동네, 2015)은 제목마저 도발적이니 왜 망설이겠는가. 그렇게 마주한 “나”는 “파리-소르본 대학” 정교수다. 특정 작가 연구로 입지를 다진 40대 중반이다. 그의 일상은 바삭한 크래커처럼 건조하며 위태롭다. 학부 여학생들과 “일시적인 성관계”를 맺거나 “포르노 사이트”를 애용하는 평균치 속물이다. 하지만 내심 육체적 노화에 위축되어 있다. 물론 남 보기에는 버젓한 삶이다.“나”가 훑은 “프랑스 사회 전반에 깔린 정서”는, “일어나게 될 일은 일어날 것이다”로 체념한
온:영화·음악 온:책
김유경 편집위원
2015.08.2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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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중인 ‘모딜리아니전’을 관람했다. 갈수록 더위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 힘들던 차였는데, 비가 내린 덕에 심정도 차분해져서 다행이었다.모딜리아니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이다. 대학생 시절 후배를 따라 무교동에 있는 ‘개암’이라는 다방에 갔다. 그곳에서 모딜리아니의 그림들을 처음 보았다. 길쭉하게 늘려 그려진 그림 속 사람들은 편안해 보이면서도 슬픈 느낌을 주고 있었다. 독특한 분위기가 궁금해졌다. 강한 첫인상을 받으며 모딜리아니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중에 취직해서 급여를 받고 처음
여기 이사람
이원경
2015.08.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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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집에 가고 싶어.”울음기 섞인 다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습니다.“다향아, 왜? 무슨 일 있어?”“아니. 엄마랑 아빠가 보고 싶어.”눈물이 납니다. 아니, 다향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부터 눈물이 나고 있었습니다.“…… 다향아, 한 달만 지내보기로 했잖아.”“알아, 아빠. 그런데 여기 언니오빠들 다 욕 쓰고 오빠들은 담배도 피워. 여기 있으면 욕이랑 담배만 배울 것 같아.”“…….”세상은 그렇지 않은데 다향이를 너무 무공해로 돌봤나 싶었습니다. 담배를 배울 것 같다는 말은 집에 오고 싶다는 절박감에서 하는 말일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8.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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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게 다야?” 저녁 밥상머리에 앉은 딸이 물었다. 밥상엔 회 한 접시와 파김치, 상추, 초고추장에 간장 그리고 소주가 놓여 있었다. 나는 눈치를 채고 오늘 결혼식 뷔페에서 환갑잔치를 겸사겸사 잘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딸은 “그게 말이 돼?” 하며 할머니를 원망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며 울음을 왈칵 쏟았다. “아빠 환갑 때는 온 가족이 모여 반찬도 많이 하고 외식도 하고 하더니 엄마 환갑에는 이게 뭐냐”며 따지고 들었다.내가 당황해서 “아냐, 할머니가 잔치 준비하신다는 것을 엄마가 싫다고 했어”라며 달래도 딸은 “엄마야 미안
여기 이사람
소현영
2015.08.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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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보낼 것인가? 그냥 데리고 있을 것인가?’ 다향이가 열세 살이 되면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이유가 대략 두 가지 정도 있었지요. 아빠가 줄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줬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선생님들로부터 폭넓게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다향이에게 또래와 어울릴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아야 하는데 제주의 외딴곳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지요.다향이의 진학 여부를 두고 꽤 오랫동안 가족회의를 했습니다. 저녁마다 의견을 나눴지만 결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8.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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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역을 지날 때 옆에서 누가 물었다. “태평역을 가려면 이 전철이 주욱 가남유?” “아니요. 복정역에서 갈아타야 해요.” “그렇지. 참 나 그거 알고 있었는데 깜빡했네유.” “조금 있다가 또 물어보세요.” 둘이 마주보며 웃었다. 일하고 온다는 71살의 할머니. 무슨 일을 하시나. 남매를 두었다는 할머니는 남의 집 파출부로 다니고 있었다. 신흥동에 4억원 정도 나가는 집에서 혼자 산다고 했다. 내가 아는 아주머니는 반찬을 잘해서 서울 부잣집에 파출부로 28년 다녀 궁내동 10차선 대로변에 3층짜리 빌딩을 지었는데, 파출부 아주머니들
여기 이사람
장영희
2015.08.12 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