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백두산 들꽃 탐사를 다녀와서

▲ 백두산 정상 주변에서 만났던 두메양귀비

 

<백두산의 들꽃>


하늘과 땅을 열던 태초에
선인께선
땅 속 깊은 곳의 불기둥을 솟아 올려
백두산을 만들고
물가엔
양귀비, 호범꼬리, 구름국화...
불러들이고
그 산 바위틈엔
돌꽃, 좀참꽃, 담자리꽃...
품어 안고
그 너른 고원엔

부채붓꽃, 껄껄이풀, 곤달비, 화살곰취...
흩뿌러 놓으니
사람들은 제 맘대로 이름도 붙이며
이리 찾고 저리 찾으려고
헤매고 또 헤맨다만
그 자식들을 알면 얼마나 알겠어
그 뜻을 알면 얼마나 알겠나
해해년년 여름이면 여름마다
풀꽃들에게 명하여
형형색색으로

제 잘났음을 맘껏 뽐 내어보라 하시니
인간들은 그 꽃 보물찾기에 해 가는 줄 모른다
그 산정을 움푹 파서
천지물 가득 담았다네
세상이 다 말라도 너만큼은 마를 수 없다며
그 물 기운으로

 

▲ 2016년 8월에 올랐던 백두산 천지, 주변에 고산식물 꽃들을 많이 피우고 있었다.


‘너희들 궁금하면 내 뜻을 알아 봐’
선문선답을 하시며
느낌이 동하거든
사진으로 담고,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도 쓰고
분석적으로 알고 싶다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따져보기도 해 보시란다
그건 다 네 맘이야
국경이라는 이름으로 경계지어
오고가는 것도 자유롭지 않은 것도 다
너희가 스스로 만든 구속이거늘
어찌 나를 탓하겠는가
그 구속을 짓기 위하여 너희끼리

싸우고 뜯고, 다치고 죽고, 죽이고...
그런 팍팍한 지경을 만들었는데
나를 탓하지 말라
세상이 너무 팍팍해져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면 나를 찾으라
이곳엔 오직
때 묻지 않은 순수만이 존재한다
이 너른 고원 대지 위에
한도 끝도 없이 풀꽃들을 펼쳐놓았으니

이 화원 위에 드러누워서
하늘을 보라
구름을 보라
그리고 나를 보라

 

▲ 2005년 여름 동북아식물연구소 사람들과 함께 올랐던 백두산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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