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쟁의 날

 

나도 한 때는 거리의 전사처럼 투쟁했지.
이 나라 사람치고 정의감 가져본 사람이라면
투쟁 한 번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마는
새누리 대표란 자의 단식투쟁을 보면서
창조의 세계에 저처럼 코믹한 놈도 드물다 싶어
절실함도 고통도 없는 천하태평스런 투쟁을 보며
폭소, 실소, 나 태어나 웃어본 다양한 종류의 웃음이
해지는 줄 모르고 깊은 겨울날 폭설처럼 쏟아져
내 볼기짝만 낯없이 아프다네.
나도 한 때는 투쟁의 날밤 새는 줄 모르고
밝은 세상을 꿈꾸었다네.
눈물로 불을 밝히다 세상을 달리하신
투사들에게 면목없는 한 때의 투쟁이
이제는 모든 번뇌의 세상 일에 면죄부처럼
아무 일 없는 슬픔에 날을 이기고 있네.
나도 한 때의 투쟁에 눈길이 남아
지금 내게 꺼진 양심 같은 일상이 있어
오늘도 깊은 내면에서 울려오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로
죽은 삶을 사는 듯 하루 하루가 안타깝네.
나아가자니 무거운 짐들로 억눌려 아프고
멈춰서 바라보자니 가슴만 먹먹해서
어쩌나 어쩌나 울림없이 속울음 울듯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로 숨구멍을 열고 사네.
안녕. 안녕만 외치다 먹먹한 세상을 바라보며
홀로 외치는 투쟁의 소리가 너무 가냘퍼서
어제도 오늘도 아프기만 하다네.
어쩌라고, 어쩌라고.....
넋 놓고 살아가네.


★지난해 쓴 시다. 1 년이 지난 올해는 삭발을 하니 내년에는 자결을 할까? 할복을 할까? 어찌 되었든 사라져주기를...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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