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시인은 울부짖고 시민은 합창을 한다

심창식 편집위원l승인2019.10.07l수정2019.10.1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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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유난히도 많은 태풍이 몰려온다. 홍콩 소녀 이름을 딴 '링링'이 오더니 '미탁'이 오고 지금은 또 뭐라더라, '하기비스'라더나? 그런데 태풍에도 아랑곳 않고 한편에서 싸움판이 벌어졌다. 평생을 의인으로 살아온 황인(黃人)과 겉으로는 의인인 척하지만 속은 시꺼먼 청인(靑人)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시인은 울부짖고 시민은 합창을 부르는데, 태풍이 몰려드는 것이 하늘의 음성인지, 또한 그 음성이 시인의 울부짖음인지 시민의 합창인지 그 누가 분별할 수 있으랴.

청인이 외쳤다. "조국을 파면하라. 문재인 정부는 물러나라."

황인이 응수했다. "조국을 수호하라. 검찰을 개혁하라."

싸움판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자 황인과 청인이 흑인(黑人)에게 달려가 누가 맞는지 물었다. 흑인은 시대의 현자로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흑인이 말했다.

"청인의 말도 맞고, 황인의 말도 맞네."

황인과 청인은 서로 자기가 맞다는 말을 흑인에게 들었다며 다투기 시작했다. 싸움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자 이번에는 백인(白人)에게 달려가 누가 맞는지 물었다. 백인은 예언가였고 여태껏 틀린 예언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백인이 말했다.

"청인의 말은 전적으로 틀렸소. 또한 황인의 말도 맞다고 할 수 없소."

황인과 청인은 상대가 틀렸다는 백인의 말을 앞세워 다시 다투기 시작했다. 역시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이번에는 누구에게 가서 물어야할까. 현자에게도 해법이 없었고 예언가에게도 해법을 얻지 못하자 황인과 청인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때 하늘에서 한 음성이 들려왔다.

"땅의 일을 땅에 속한 자에게  물어서야 답이 나오겠느냐?

땅의 일을 알고 싶거든 하늘의 눈으로 바라보라."

황인과 청인이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의 눈을 가지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황인은 하늘에서 이런 음성을 들었다.

"조국을 수호함은 물론이고 하늘의 뜻을 받들 수 있도록 너 자신도 지켜라."

청인도 하늘에서 음성을 들었다.

"조국을 파면하려거든 지상의 권세를 탐하는 너 자신부터 파면하라."

그러자 청인은 머쓱해져서 물러가고 황인은 겸허하게 자기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조국 장관 임명으로 인한 논쟁이 태풍과 더불어 사라져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마침 황석영과 공지영을 비롯한 1천276명의 작가 성명이 있었다. 그들은 성명에서 "현재 통제받지 않고 있는 검찰 권력이 휘두르는 칼날은 군부 독재 시절 총칼보다도 더 공포스럽다"며 "검찰의 살기가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고 있다"면서 조국 장관 지지와 검찰 개혁의 완수를 촉구했다.

누군가 하늘의 음성을 찾다가 1,276명의 작가 성명을 듣고나서 그 성명이 '하늘의 음성을 닮았다'고 말한다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리라.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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