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촛불은 <공수처설치>와 <검찰개혁>을 요구하다

▲ 거리행진 대오는 국회의사당 앞에 이르러서는 '공수처 설치', '내란음모 계엄특검 실시', '검찰 개혁', '국회는 응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10월 26일은 우리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역사적인 날이다. 1909년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오 히로부미를 쏘아 죽인 날이다. 그런가 하면 40년 전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유신 군부독재의 심장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사살한 날이기도 하다. 

▲ 광화문 정부청사 옆 소공원에서는 '제주 제2공항 저지 농성'중이다. 그곳을 방문했던 환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 회원들, '제주를 지켜주세요'라는 대형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옆에 있는 소공원에는 지난 10월 19일부터 '제주 제2공항 저지'를 위한 농성장이 차려져 있다. 그곳을 지지 방문하기 위하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환생교)의 각 지역 운영위원들이 제주 제2공항 저지 농성장을 찾았다. 필자도 환생교 회원으로서 농성장을 함께 찾았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사살된지 40주기가 되는 10월 26일에는 태극기 부대가 광화문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를 맞아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는 완전히 태극기 부대들이 점령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박근혜 무죄', '문재인 하야' 등을 외치고 있었다. 농성장을 방문하였지만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제주에서 올라온 박찬식 '제2공항 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 등을 만나도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기 조차 힘들 정도였다.

농성장 방문을 마치고 회의 장소를 찾아 이동을 하다가 신호등 앞에 멈춰서 있는데, 태극기 부대 할머니 몇 명이 "문재인은 빨갱이다, 문재인 구속해야 한다."고 흥분하였다. 그 말을 듣고 환생교 회원 중 한 여성 회원이 "할머니들 잘 알고 말씀하세요."라고 했다가 이 할머니들이 "무식한 것들"이라고 하며 소리소리를 질러 우리 일행은 더 이상 말대꾸를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면서 회원 중 누군가가 말했다.

"박정희가 살아 있었다면 우리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부마 항쟁을 탱크로 밀어버리자는 차지철의 의견을 받아 제2의 캄보디아가 되지 않았을까?

"오늘날과 같은 정도의 민주주의 발전은 이루어졌을까?"

"아마 필리핀의 전철을 밟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재규에 대한 평가를 이제는 다시 해야 될 때도 되었는데, 저렇게 태극기들이 난리를 치고 있으니......"

▲ 여의도에 모인 제11차 촛불집회 참가자들, 손에는 '공수처 설치', '검찰 개혁' 등의 구호가 적혀있는 피켓들을 들고 있다.

모처럼 전국에서 모인 환생교 운영위원들은 운영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주말마다 열리고 있는 촛불 집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여의도로 향했다. 간단히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집회 장소로 가는데, 가수 한영애 씨가 나와 '조율' 등의 노래를 열창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여의도 공원 대로에 마련된 무대차량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하면서 집회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이날 환생교 운영위원회에는 광주와 거제, 울진 등 먼 곳에 있는 회원들과 경기, 서울 등지에서 20여 명 정도가 참석하였다. 멀리서 온 회원들은 조금 일찍 자리를 떴지만 필자는 집회가 끝나고 거리행진까지 줄곧 대열과 함께 했다.

▲ 11차 촛불집회에서 무대에 오른 서울대 우희종 교수, 교수 시국선언과 검찰개혁 등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 가수 '강산에'도 무대에 올라 열창을 하여 집회 참가자들이 노래를 따라 하거나 힘찬 박수를 보내기도 하였다.

이번 집회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구속 수사를 받고 있어서 '정경심 교수 석방' 등을 외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서초동 집회 때는 '정치검찰 물러가라', '우리가 조국이다' 등 조국 장관을 응원하기 위한 구호와 검찰을 비난하는 구호들이 줄을 이었지만 이번 제11차 촛불집회의 구호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집회 장소가 서초동에서 여의도로 옮겨오면서 국회를 압박하여 검찰 개혁 입법을 촉구하는 구호들이 줄을 이었다.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국회는 응답하라' 등의 구호와 함께 국정감사에서 군 인권센터가 밝힌 계엄령 문건이 공개되고 난 후라서 "내란 음모, 계엄령 특검"을 요구하는 구호도 등장하였다. 집회장 곳곳에서는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인 점을 감안하여 '황교안 수사' 구호도 등장했다. 나경원 원대대표의 자녀 입학 특혜, 아들의 국적 문제, 사학비리 의혹 등과 관련하여 '나경원 구속' 등을 외치면서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는 구호들도 간간이 들려왔다.

▲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마포대교 방향으로 행진을 하여 국회의사당을 향해 '검찰 개혁', '공수처 설치'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제9차 서초동 집회 때부터는 태극기 부대들에게 빼앗긴 태극기를 찾아와서 촛불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기 시작하였다. 손피켓에도 한 면은 태극기, 한 면은 구호가 적혔는가 하면 이날 11차 촛불집회에서도 대형 태극기가 집회 참가자들 머리 위에 덮이는 퍼포먼스 등, 이제는 촛불 집회에 태극기가 주요하게 등장하고 있다.

▲ 조국 지키기 집회가 이제는 여의도로 옮겨져 검찰 개혁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 '공수처 설치, 사법 개혁' 등의 펼침막을 앞세우고 국회 앞을 지나 자유한국당 당사로 향하고 있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의 국회대로에서의 거리 행진

8시 반 경에 집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마포대교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하여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을 지나 서강대교 입구에서는 국회 방향으로 행진 방향을 바꾸었다. 국회 앞에 이르러서는 행진 대열이 멈추어 서서 '검찰 개혁', '공수처 설치', '내란음모 계엄 특검' 등을 요구하는 구호들을 외쳤다. 대열의 선두 차량에서 이날 행진을 진행하는 사회자는 "오늘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 앞을 행진하고 있다."하면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였다.

▲ 자유한국당 당사를 향하는 행진 대열은 당산동의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국회 앞까지 이어졌다.

대열은 국회 앞길을 지나 샛강 건너자 마자 있는 당산동에 있는 자유한국당 건물로 향했다. 대열의 선두가 자유한국당 건물 앞에 이르렀지만 뒤에서 행진해 오는 대열이 국회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사회자가 안내하기도 하였다. 건물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창문에는 '여의도 연구소'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지만 '자유한국당'이라는 간판은 보이질 않았다. 그 건물에 자유한국당 사무실이 있다는 것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자유한국당 당사를 둘러싸고 '자율한국당 해체', '황교안 수사', '나경원 구속', '토착왜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하였다. 한 집회 참가자는 방송 차량에 올라,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문재인 하야와 구속을 외치는 광화문 집회에 황교안과 나경원 대표가 참석을 했으니 이들을 내란 선동죄로 구속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였다.

▲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자유한국당 당사, '여의도 연구원' 간판이 선명하게 보인다. 제11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에워싸고 '자유한국당 해체', '토착왜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쳤다.

9시 30분 경이 되어 필자는 대열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영등포 시장 역을 향해 가는데, 대구에서 왔다는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은 "자한당 때문에 살기 힘들다. 이들을 내년 총선에서 다 떨어뜨려야 한다."고 소리를 쳐서 집회에 참가했다 귀가하는 촛불 시민들의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 제11차 촛불은 밤 10시가 가깝도록 집회와 행진이 이어졌다. 이날도 지방에서 올라온 시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수십만 인파가 모여들었다.

10월  26일 광화문과 여의도 등을 찾으면서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이렇게 양 진영으로 나뉘어 들끓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그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행진을 하여도 사고 한 건 일어나지 않고 진행된다는 것이 정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의식과 수준은 저만큼 앞서가는데,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구태를 벗질 못하고 있다. 툭하면 국회 보이콧을 하고 길거리로 나가고,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국회법 조차 무시하고, 개혁입법안은 제대로 처리도 안 하면서 싸움질만 하고, 추경예산이 100일이 넘도록 처리하지 않아 민생을 외면하는 모습, 이런 후진적인 모습에 국민들은 신물이 나 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내년 총선에서는 이런 후진적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들은 골라내어 깡그리 물갈이해서 국민들의 뜻을 잘 받들 수 있는 국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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