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살맛나는 ‘배움’!

행복해요? 살만해요? 살맛나요!

“짐승들도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고 흐뭇한 상태가 있겠지? 사람처럼 느낄 수도 있을 거야.”

때로 주말에 ‘집’에서 쉴 때 드는 생각이다. 따뜻한 햇살 받으며 잠든 고양이 모습에서도 편안함을 느낀다. 또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을 찾아주거나 자동차 뒷바퀴가 구멍 난 것을 이웃에서 알려 줄 때의 느낌은 어떤가? 이럴 때 느끼는 것을 짐승들도 느낄까? 이런 느낌을 뭐라고 할까?

요즘 쓰이는 말인 ‘소확행’이란 말을 알아보니 일본 사람 무라카미가 만든 말이었다. 작고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하긴 행복(happiness)이란 말도 일본 사람들이 ‘hap’(우연히 일어난 일)이 뿌리인 서양의 ‘happiness’를 옮긴 말이다.

남아시아 인디아 사람들은 ‘살만’이라 한단다. 그런데, 산스크리트 말 ‘살만’에 ‘-하다’를 붙이니 토박이말 ‘살만하다’가 되지 않는가? 어쩜 ‘행복하다’는 일본말을 갈음하여(대신)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참에 우리가 익히 쓰는 “안녕하십니까?” 보다 “살만하십니까?” 를 널리 쓰면 어떨까? “살맛납니다!”로 답하며.

 

한국 사람은, 왜 행복하지 않지? 살맛을 누리지 못하지?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행복할까? 우리나라 사람 열에 일곱이 ‘난, 불행하다’라고 생각한단다. 4~50여 년 동안 대한민국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은 벌었지만 정작 삶의 질, 행복 지수는 높이지 못했다고 본다. 7년 전 대통령 선거 때 ‘국민행복시대’란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 이은 ‘박근혜’ 정권의 실정으로 대부분 가계 빚에 허덕인다. 웬걸 ‘촛불정부’ 탓도 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이 ‘뜻하잖게’ 겪은 세월호 침몰 참사를 두고 5년이 지났지만 진실은 가라앉은 채 안개 속에 있다. 그 무렵 ‘세월호 3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안전행정부’를 개편하여 ‘국민안전처’를 새로 만들며 ‘안전’은 계속 강조되었으나 맞닥뜨린 현실은 그 뒤로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보편 복지’ 공약도 재원 문제를 탓하다 ‘고교무상교육’의 경우 2019년 9월에야 국회법안이 통과되고 실시되었다. 한 마디로 우리 사회 각 분야가 ‘안정’ 속에서 ‘살맛’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행복시대’란 말과 달리 정작 ‘헬 조선, N포 세대, 최고자살률, 최저출생률’ 등의 이야기가 널리 퍼진 요즘이다. ‘1:9:90’을 말하지만 ‘왜 난 불행할까’란 질문에 맞닥뜨려 누구도 선뜻 그렇지 않다고 말하긴 어려울 듯하다. 다들 ‘왜 우린 이렇게 죽을 맛의 불행한 나라에 살고 있나’란 질문을 하고 있다면 이젠 우리 모두가 한번쯤 ‘살맛누림(살만함/행복)’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사교육’에 매달린 지 오래, ‘공교육’은 실종

‘학교 교육’은 어떨까? 이제껏 ‘교육’이 우리 사회, 문화의 잣대이고 미래 희망을 만든다고 했지만 ‘절망 상태’다. ‘자본주의’ 틀 아래 평생 ‘돈’에 따라 오가는 환자로 살기를 권유당하고 있지 않은가? 세월호 참사로 학생들의 목숨을 앗겼으나 우리 교육 당국은 ‘무능함’에 부끄럽지도 않는 듯하다. 해마다 ‘수능 오답 처리 문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입에 오르내리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수능 정시 비율 확대’ 등에서 보듯 정부와 대통령이 펼치는 정책들도 혼선을 빚고 있다. 학생, 학부모는 학교 교사를 믿지 않고 ‘사교육’에 매달린 지 오래이며 ‘공교육’은 실종되었다.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그게 ‘학교’라 답했다면 다행이다. 대부분의 초, 중등 학생들이 스무 해 남짓 지나 대한민국 세상을 활기차게 움직일 테니까.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에 얽매여 있다. ‘학습노동’에 시달리며 학교 수업 땐 놀거나 자기도 한다. 상당수는 학교를 거부하며 학생 사안을 저지른다. 학교 다니는 이유는 ‘졸업장’ 때문이고 실제는 ‘친구와 놀고 사귀기’ 라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

행복한 ‘교육’ ? 살맛나는 ‘배움’ ! 중산층부터 살맛이 나야 !

잘못된 현재 상황을 두고 이대로 무너져야 할까? 대통령까지도 ‘수능 정시 확대’를 해야 공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껏 베풀어 온 ‘교육’을 되새겨 보자. 도대체 대학입시교육이 필요한 일인가? 모두가 대학에 가야 살맛이 날까? 대학은 꼭 나와야 하는가? 대학을 나와도 이미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현실이 아닌가? ‘좋은’ 일자리는 뭘까? 제 하고 싶은 노릇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일자리라면 족하지 않을까?

수능 시험 비중을 높여야 공정하다거나 출신학교차별금지 법을 만들자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바라는 고졸 4년 차와 대학을 마친 새내기들이 똑 같이 대우받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현재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대학수학능력’을 길러왔고 건강한 중산층을 길러 왔는지를. 오히려 ‘과체중’을 넘어 ‘비만’ 상태의 사람이 불편하게 살 듯 지나친 ‘교육’ 늪에 ‘고교평준화’와 ‘대학입시타령’, ‘사교육’에 빠져든 현실을 보고 있는가를.

이제라도 저마다 개성과 적성과 소질을 살려 살맛나는 배움과 맞춤배움에 힘쓰는 ‘고교 제자리찾기’(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지를. 자격과 능력을 지닌 고졸다운 고졸 만들기야말로 대한민국의 공정함을 떠받칠 ‘중산층 만들기’가 아니겠는가를. 그들의 ‘능력’이 당신들이 말하는 ‘큰배움’과 ‘대학수학능력’이지 않겠는가를. (4352.11.21.)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두루한 주주통신원  duru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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