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마을 만든 KT&G - 사옥출입문 봉쇄하고 ‘묵묵부답’

▲ 익산 장점마을 사태에 대한 KT&G 본사 앞 시위현장

집단암을 유발한 제1차 가해책임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KT&G를 향한 분노가 점점 고조되면서 범국민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화요일(12월 1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강남 대치동 KT&G 타워 서울사옥 앞에서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일명 죽음의 마을) 주민 50여 명 및 주민대책위 등 지역과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시민환경단체 간부 등 총 60여 명이 ‘좋은 정치 시민넷’ 손문선 대표의 사회로 ‘익산 장점마을 집단암 발병 사태 KT&G 책임 촉구 제2차 대회’를 개최했다. 금년 9월 26일 열린 제1차 대회보다 상경한 주민규모는 물론 동참한 시민환경단체가 대폭 늘어났다.

▲ 진행 사회를 담당한 좋은 정치 시민넷 손문선 대표

이는 그동안 집단암 발병 사건을 수수방관하면서 아무런 문제도 찾을 수 없다고 버텼던 환경부가 지난달(11월) 14일에 와서야 비로소 KT&G에서 나온 연초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장점마을 주민 80여 명 중 33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사망했고, 16명이 투병 중이라고 공식 인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을 근거로 인근마을들과 환경오염물질 배출원인 비료공장 근로자까지 암에 걸린 사람 규모를 추정하자면, 수십 명에 이를 것이다. 또, 이러한 추정과 별도로 암에 걸리지 않은 주민들도 피부병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주민들은 참을 수 없는 악취 때문에 수차례 응급실에 실려 갔고, 2010년에는 소류지로 공장 폐수가 유입되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2017년 4월 공장이 폐쇄되기 전까지 17년 동안 주민들은 환경오염 참사에 시달렸고, 주민들이 먹는 물과 농사용으로 사용했던 지하수는 이미 발암물질로 오염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 장점마을 집단암 사망자 영정 사진 퍼포먼스

장점마을 주민들은 전국 대비 모든 암에서 2.05배, 담당 및 담도암은 16.01배, 기타 피부암은 21.4배에 이르며, 발암물질을 배출한 (유)금강농산 근로자의 경우도 암 발생비가 익산 직장인 대비 11.21배로 매우 높다.
환경부가 실시한 주민건강영향조사 최종보고에 따르면, 비료공장과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택에서 담뱃잎에 들어있는 각종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비료공장 건조기와 교반기 등 내부시설 뿐만 아니라, 비료원료와 사업장 내부 침적먼지 및 마을 내 침적먼지에서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인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검출됐다. 또, 이 역학조사결과에 따르면, 유기질비료를 생산하는 (유)금강농산이 KT&G에서 확보한 연초박을 가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퇴비비료를 생산하는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불법적인 가열 건조공정을 거쳤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연초박 내에 함유된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등 발암물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되었기 때문에 집단으로 암에 걸렸다는 것이다. 즉, KT&G가 아니라 지금은 폐업한 (유)금강농산과 이미 고인이 된 유기질 비료생산 기업주에게 거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 장점마을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장점마을 주민들의 환경 참사는 KT&G 폐기물인 연초박이 원인이다. 비료제조업체인 (유)금강농산이 연초박을 퇴비원료로만 사용해야 하는데 불법으로 가열공정(380도)이 있는 유기질비료 원료로 혼합하여 사용했기 때문이며, 환경부 폐기물처리 관리시스템인 ‘올바로’ 시스템으로 추적되지 않는 2009년 이전에 사용된 양까지 합하면 처리된 연초박은 수천 톤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 위원장은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사태에 대해 KT&G는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주민들은 수년 동안 비료공장에서 내뿜은 담배 연기를 마시며 살았다. KT&G에서 배출한 폐기물 때문에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렸는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글로벌 대기업으로서 정상적인 태도가 아니다. 반드시 KT&G는 공식 사과하고 책임과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역설했다.

▲ 촛불계승연대 상임대표 송운학

촛불계승연대 송운학 상임대표는 “(유)금강농산이 확보한 연초박이 산업폐기물인지 담배생산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진 불용자재인지부터가 불명확하다. KT&G에 문의했지만, 오락가락 말을 바꾸더니 적법한 절차에 따랐다는 것 이외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끝내 정확한 답변을 거부했다. 국내주주 중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상대로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를 행사하거나 필요한 경우 이를 변경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아직까지도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송운학 상임대표는 “이처럼, KT&G가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익산시, 전북도, 환경부, 농림부, 농진청 등은 물론 국민연금까지도 자기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KT&G가 공식 사과하고 배상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선 익산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부 등 중앙행정기관이 환경범죄를 묵인하고 방조한 것에 관한 형사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익산발전연구회 왕상희 회장 역시 송운학 상임대표와 유사한 의견을 주장하면서 집단암 발병 참사를 보도해 달라는 주민호소를 외면하고 사실보도 자체를 회피한 언론사 및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해당지역구 국회의원 이모 씨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 글로벌 에코넷 상임회장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김선홍 상임회장은 “2018년 KT&G는 매출액 4조 7천억, 영업이익 1조 3천 7백억, 당기순이익 1조 5백억인 고수익 회사다. 이 추운 겨울에도 등이 따뜻한 기업이다. 며칠 전 언론보도에 의하면 KT&G는 연간 매출액의 2.5%(약 669억원·2018년 기준)를 사회에 환원하며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경영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면서 “연초박 때문에 조상대대로 지켜온 아름다운 마을 장점마을에 줄초상이 나고,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파탄시키고, 마을을 초토화 시킨 후에도 KT&G는 적법하게 연초박을 처리했다면서 묵묵부답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오늘도 사옥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봉쇄하는 전향적인 책임회피, 면피기업에 분노한다.”고 규탄했다.
또, 김선홍 상임회장은 “기사는 기사로 막는다며 오늘도 KT&G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 지원과 대중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문화예술후원 우수기관에 선정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포털에 100여개 올라온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기업”이라고 성토했다.

▲ 정의당 권태홍 사무총장

정의당 권태홍 사무총장은 “장점마을 사례는 위험을 감수하고 개인적인 선택으로 흡연한 경우에 발생한 암과 달리 그 인과관계가 분명하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필터가 없는 담배를 24시간 반복해서 쉬지 않고 17년간 피운 것이나 다름없다. KT&G가 원인물질을 무책임하게 관리해서 발생한 참사인데다가 환경부가 그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인정했기 때문에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부담하도록 만들 계획이고, 반드시 민사소송에서 승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은 “KT&G는 담배를 팔아 해마다 6만 2천명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해마다 1조가 넘는 순이익을 얻는 비윤리적인 기업이다. 그들은 담배를 파는 것도 모자라 담배를 만들고 남은 연초박이라는 발암물질 덩어리를 유기질 비료원료라고 둔갑시켜 장점마을 주민들에게 암을 일으켰다. 환경부가 연초박이 암을 일으킨다는 것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사과도 하지 않고 책임을 질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이제 다 함께 KT&G의 책임을 준엄하게 물을 때”라면서 적극적인 연대의사를 밝혔다.
그밖에도 이 날 집회에는 기업윤리실천협의회 이보영 공동대표, 21녹색환경네트워크 김용호 수석대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이정연 사무국장, 익산시장 정헌율 등이 참석했다.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는 집회 도중 KT&G가 공급한 연초박을 백복인 대표이사 사장에게 전달하려고 시도했지만 회사는 사옥 출입문을 꼭꼭 봉쇄했다. 이에 분노한 마을 주민들은 익산에서 가지고 온 연초박과 유기질 비료를 출입구 앞에 뿌리는 등 항의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KT&G 사옥 앞 차디찬 길바닥에서 준비해온 점심을 먹고 집회를 이어가다가 빌린 버스 2대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첨부. 장점마을 성명서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에 대해 KT&G는 책임져라!

공기 좋고, 물 맑은 작은 시골 마을에 집단 암 발병이라는 환경오염 참사가 일어났다. 마을 주민 80여 명 중 33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사망하였고, 16명이 투병 중이다. 환경부에 청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옆 마을들과 환경 오염물질 배출원인 비료공장 근로자까지 합하면 암에 걸린 사람은 수십 명에 이른다. 암에 걸리지 않은 주민들도 피부병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주민들의 환경피해는 2001년 마을 위에 연초박, 피마자박, 주정박, 미강박 등 온갖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유기질비료를 생산하는 비료공장이 들어오면서 시작되었다.
주민들은 참을 수 없는 악취 때문에 수차례 응급실에 실려 갔고, 2010년에는 소류지로 공장 폐수가 유입되어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2017년 4월 공장이 폐쇄되기 전까지 17년 동안 주민들은 환경오염이라는 악몽에 시달렸다. 주민들이 먹는 물과 농사용으로 사용했던 지하수는 이미 발암물질로 오염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전국 대비 모든 암에서 2.05배, 담당 및 담도암은 16.01배, 기타 피부암은 21.14배에 이르며, 발암물질을 배출한 (유)금강농산 근로자의 경우도 암 발생비가 익산 직장인 대비 11.21배로 매우 높다.
환경부 역학조사 과정에서 비료공장과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택에서 담뱃잎에 들어있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 비료공장 건조기, 교반기 등 내부시설 뿐만 아니라, 비료원료, 사업장 내부 침적먼지와 마을 내 침적먼지에서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인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검출되었다.

환경부는 역학조사 최종 보고회(11월 14일)에서 유기질비료를 생산하는 (유)금강농산이 KT&G에서 매입한 사업장 폐기물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불법으로 가열 건조공정이 있는 유기질비료 원료로 사용했고, 연초박 내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등 발암물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되어 집단으로 암에 걸렸다고 발표했다.
장점마을 주민들의 환경 참사는 KT&G 폐기물인 연초박이 원인이다. 비료제조 업체인 (유)금강농산이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만 사용해야 하는데 불법으로 가열 고정(380)이 있는 유기질비료 원료로 혼합하여 사용했기 때문이다.
역학조사 용역을 수행한 민간 연구기관이 환경부 폐기물 처리 관리 시스템인 올바로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유)금강농산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KT&G 신탄진 공장에서 연초박 2,242톤을 반입하여 비료원료로 사용했다. 2009년에는 KT&G에서 반출하는 모든 연초박을 (유)금강농산에서만 독점적으로 처리했다. 올바로시스템으로 추적되지 않는 2009년 이전에 사용된 양까지 합하면 처리된 연초박은 수천 톤에 이를 것이다.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사태에 대해 KT&G는 책임을 져야 한다. 주민들은 수년 동안 비료공장에서 내뿜은 담배 연기를 마시며 살았다. KT&G에서 배출한 폐기물 때문에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렸는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업으로서 정상적인 태도는 아니다.
KT&G가 적법하게 연초박을 위탁 처리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적정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외국의 연구논문에 연초박 내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은 보관(저장) 장소 온도가 높을수록 생성 농도가 높아진다고 발표되어 있는데, KT&G는 연초박의 유해성에 대해 (유)금강농산에 알린 적도 없다.
주민들이 담배 제조 부산물인 연초박 때문에 집단으로 암에 걸렸는데 나몰라하는 것이 KT&G의 기업 철학인가, 사과 한마디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KT&G를 규탄한다.
상점마을 주민들은 집단 암 발생 사태에 대해 발암물질이 연초박을 배출한 KT&G가 책임질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 KT&G가 배출한 연초박 때문에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리고 사망했다. KT&G는 공식 사과하고 책임을 져라!


2. 청정지역 농촌마을에 수천 톤의 발암물질 폐기물을 배출하고 나 몰라라 하는 KT&G는 각성하라!

3. KT&G는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에 대한 피해대책을 마련하라!

4. KT&G는 그동안 폐기물 처리업체에 매각한 연초박 내역을 모두 공개하라!

5. 농림부와 농진청은 비료관리법을 즉각 개정하여 연초박을 퇴비원료에서 삭제하라!


2019.12.10.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송운학 주주통신원  ohsong@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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