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로 맞는 봄

▲ '봄의 전령사' 냉이

활동 동선(動線)이 동선(凍線)인 마네킹처럼 겨우내 동선이 동면 수준을 면치 못했지만, 그렇다고 봄이 안 올까?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근처의 밭을 보니 낯모를 남정네가 뭔가 작업을 하고 있다. 나도 덩달아 밭에 가서 두리번거려 보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언 땅 풀려 갈라진 흙 뿐인데, 저 남정네는 뭔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가까이 가서 물어보니 냉이를 캐는 중이란다. 그가 있는 곳을 자세히 보니, 보호색 수준의 갈색인지 보랏빛인지 흙과 뚜렷이 구분하기 어려운 냉이 잎이 눈에 들어온다. 손가락으로 헤치며 당겨보니 해빙 후라 땅이 물러 있어서 잘 뽑힌다. 냉이 모양이 한 번 눈에 익으니 이젠 눈에 잘 띈다. 집으로 되돌아와 호미 챙겨 참냉이, 황새냉이를 캐다보니 한끼 국 끓여 먹을 만큼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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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편집위원

신성자 시민통신원  slso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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