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한겨레라는 이름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 40년을 맞는 다음주 월요일, 1만 번째 한겨레신문, ‘한겨레 1만호’를 발행하게 됩니다.   

32년 전 봄날, 창간호 발행을 준비하면서, “거대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는 사기꾼 집단이 되는게 아닌가” 걱정하시던 창간 주역 선배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일간신문 만들겠다고 50억원 창간기금은 모았는데, 약속대로 매일 신문을 찍어낼 수 있을지, 주주와 독자들 집으로 제대로 배달은 할수 있을지, 신문을 만든다 하더라도 얼마나 지속할수 있을지, 어느것 하나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한겨레가 1호에서 100호, 1000호를 지나, 10000호를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32년 대한민국 민주화 현장을 진실의 눈으로 기록한, 가장 소중한 역사가 됐습니다. 이제 한겨레라는 이름 자체가 대한민국의 무거운 역사가 됐습니다.   

7만 주주님들께 한없이 감사하면서 한없이 송구하다는 말씀을 먼저드립니다. 

주주님들의 힘으로 한겨레를세웠지만, 그 마음을 헤아리는데 많이 소홀했습니다. 다행히, 올해 32년만의 첫 주주 배당을 실시합니다. 작은 감사의 뜻을 이렇게 전하면서, 차츰차츰 주주님들의 말씀을 듣고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넓혀가려고합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으로 경영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주님과의 배당 약속만은 꼭 지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겨레를 사랑하고 걱정하시는 독자님들께도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스스로 깊이 성찰하겠다는 심정을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비판하던 기득권 언론을 우리 스스로 닮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뼈아프게돌아보겠습니다. 독자님들의 걱정거리가 아니라 본래의 자랑거리로 돌아가겠습니다. 겸손한 한겨레의 길로 한발 더 나아갈수 있도록 온마음을 모으겠습니다.  

이 자리에 몇몇 지국장님들이 자리하고계십니다. 

한겨레 창간의 또다른 주역이신 줄 잘알고 있습니다. 초창기 선배 지국장 분들은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셨습니다. 내 재산 털어 한겨레 소식을 알리는 전국 배달망 개척에 나서신 분들이었습니다. 저희 식구들이 그 헌신 잊지 않겠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립니다.  

광고주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한겨레로부터 아프게 비판받으면서도공공재 언론 한겨레가 소명을 수행하도록 지지해 주셨습니다. 한겨레가 더 열린 자세로 건강한 비판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동반자의 마음으로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한겨레 가족여러분, 

저는 한겨레 창간에 몸과 마음을 다바치셨던 해직기자 선배님들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창간에 참여했던 선배들은 그전 직장의 절반 월급을 받고 두 배의 열정으로 온힘을 쏟아부으셨습니다. 기득권 세력의 심한 견제를 받던 한겨레가 기업으로서 생산성을 유지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그런 선배들의 헌신이었습니다.   

우리 자신이 더없이 자랑스러운오늘, 저는 시대의 어른이신 리영희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새기고자합니다. 선생님은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그친다”고 아주 쉬운 말로 기자의 사명을 정리하셨습니다. 우리는 이제 진영 대결의 시대를 넘어, 기후변화 대응이나 불평등 해결, 성평등 같은 다층위의 가치를 함께 고양하는 언론문화를 체질화해야합니다. 그런 가치 지향에 충실하고 약자에 겸손하며, 그렇게 더나은 세상을 열어가야 합니다.  

또하나, 한겨레의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겨레는 사회적 자산이지, 우리 직원들만의 것이 결코 아닙니다. 주주 독자들과 함께 양심의 목소리를 만들어가야 하는 공공재언론입니다.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위기가 무섭게 한겨레도 덮치고 있습니다. 저는 한겨레가 가장 어려운 때에 빛을 내는 존재라는 믿음을 갖고있습니다. 비상한 대응으로, 비상한 경영 위기를 이겨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향해 달려가고자 합니다.   

1988년의 한겨레가 보수와 기득권의 목소리만 있던 대한민국의 기성 언론 지형을무너뜨렸다면, 2020년의 한겨레는 기레기 언론들을 뒤로 하고, 고품격 신뢰언론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그래서,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정론지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것이 한겨레가 끌어안아야 할 시대정신입니다.   

어제 한겨레 취재보도준칙과 재판보도세칙 개정을 널리 알리면서, 고품격 신뢰언론으로 가는 첫 걸음을 뗐습니다. 이제 그 정신이 우리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 일상에 깊이 스며들도록 해야합니다.  

후원모델 구축을 착실하게 준비하고있습니다. 선량한 후원자들이 주머니를 열어 성원할 수 있는 언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고품격 신뢰언론 한겨레가 나아갈 길입니다.   

1988년의 한겨레는 일간신문 창간이라는 불가능에 도전했다면, 오늘 한겨레는 본격적인 방송에 도전해야 합니다. 신문-디지털-방송을 망라하는 미디어 연합체로 한겨레가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염원을 모아내면 꿈을 이뤄낼 수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언론을 위해서도 자회사를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사업의 성장은 필수입니다. 언론과 사업이 상생의 관계로 발전하는 한겨레 그룹의 건강한 지배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지, 지혜를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역사적인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우리 구성원들에게는 큰 자부심을 가지자는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한겨레 1만호의 역사를 함께 일군 시대의 개척자입니다. 

신뢰받는 신문에서 힘있는 방송까지 아우르고, 국민주 언론에서 후원시민 언론으로 다시 태어나는 길로, 우리 힘차게 걸어갑시다.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냅시다.

2020년 5월15일

대표이사김현대

이동구 에디터  do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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