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김성대 주주통신원

‘언젠가 꼭 가겠다’고 마음먹었던 태안반도는 230km에 달하는 리아스식 해안 국립공원이다. 1박2일로 진행되는 언론인 워크숍도 친구의 권유로 하루만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와 영혼을 달랬다. 이른 새벽공기를 마시며 친구와의 약속장소로 향했다.

천고마비의 계절답다.
모진 세월을 천만억년 말없이 풍상을 꼈으면서도 이어오는 나날들.

해님은 쨍쨍거려 가는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가끔 불어오는 서해안의 바닷바람은 들락날락하며 얼굴 위로 흐르는 땀방울을 연신 식혀준다. 때론 바닷길을 또 산길, 또다시 아스팔트길을 걷다 보면 무릎이 아프다가도 쉬어가면 바쁜 길도 없다. 나의 죽마고우 친구랑 걷는 발걸음은 신이 난다.

13km 이상을 악착같이 걸어야 하는 것을 아는 순간, 되돌릴 수 없음을 알게 됐다. ‘악착같은 마음과 느닷없는 감정의 후회가 뇌리를 스쳐 눈감아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샛별이 되리라, 푸른 하늘이 가을빛이 되어 못 견디게 그리움을 안고 한걸음 갈 때마다 짐을 짊어지고 있는 마음 밭을 씻어 버리라.’ 무릎이 통증이 심했으나 친구의 파스를 건네주는 걸 붙였더니 너무나 좋았다.

태안반도는 지난 2007년 유류운반선인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예인선이 끄는 크레인 충돌로 유류 12,647kl가 유출돼 큰 피해를 입었다. ‘천 년의 빛과 향기를 잃었더라도 굳건히 이겨 가리라. 눈물로 보냈던 나날이 하나씩 움직이며, 맑은 희망이 밝은 태양이 씩씩거리며 떠오르는 것처럼 잊혀지는 그날을 어찌 생각하여 또 하나의 생명이 싹터 오리라!

당신의 애끊은 마음과 가슴이 뭉쳐서 달콤씁쓸함을 숨기며 어떻게 살았을까? 인생의 삶에 공짜가 없듯 수많은 고통을 감내하며 다시는 우리에게 깊고 깊은 소중한 환경을 깨닫게 하는 진리를 안겨주었다.

태안반도를 보며 ‘잠시나마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 왜, 왜 그때 내가 봉사활동을 못 왔을까?’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 아파하고 흐르던 눈물로 함께 할걸, 나 자신에게 가던 길 잠시 멈춰서 자문해 본다.

보상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지금도 많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피를 흘린 아픔은 닦으면 낫을 텐데 눈과 얼굴과 마음과 가슴에 새겨진 썰렁하게 속이 타는 검은 그림자는 어떤 억겁을 지나가도 남아 있으리라.

태안반도의 백리포, 천리포, 만리포 등의 해수욕장 주변은 주말인데도 식당도 상가도 썰렁했다. 우리 모두 늘 관심을 두고 보듬어 마지막까지 웃음이 넘칠 때까지 치유해 주어야 하건만. 돌아오는 길은 착잡하기까지 했다.

눈에 비친 태안반도의 아름다움을 한없이 가슴에 새기며 과거 역경의 슬픔을 이겨는 지혜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김성대  sdkimc10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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