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과 7일 2015 영호남 예술교류 행사 열려
이 가을, 사랑으로 낳은 17세 “예술이”
영남과 호남은 배타적 대립과 반목의 극과 극,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불온한 정부의 논리가 만든 해 묵은 프레임이다. 우리나라 지역 중 가장 넓은 경상도에 태어나면 무조건적인 힘의 축복을 받고, 순진무구한 생명 하나가 전라도에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천형처럼 소외된다면 이는 대단한 오류다. 이것이 근대의 망할 놈 민심이었다. 아직도 우리는 이 무지하고 수치스러운 망국적 지역감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이 위태로운 날 선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예외인 단체가 있다. 바로 영호남(가나다순) 예술교류 행사다. 예술이란 사물이나 인간에 관한 표현의 창조력, 또는 상상에서 비롯된 의미의 아름답고 특별한 절대적 가치를 창출하는 행위다. 모든 생물과 무생물의 내면이나 이면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인들이 조작된 감정을 떨치고 일어났다. 1998년부터 영호남은 해갈이 초대 잔치를 연다. 올해는 사랑의 도시 남원에서 영호남 예술인들이 단풍처럼 붉은 사랑을 나눴다.


세상 모든 언어 중 가장 으뜸이 “사랑”이다. 사랑을 맹세한 지 올해로 17살이 된 경북과 전북의 ‘예술’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사람과 자연 사이에 사랑이 없다면 삭막함만 남는다. 그 사랑을 글로 쓰고 형상화하는 작업이 예술이다. 올해는 문학 분야가 사랑의 시를 주고받았다. 더구나 남원은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의 현장이다. “남원”이라는 말은 동의어 “사랑”으로 가슴이 먼저 설렌다.

▲ 지역특산물 선물 교환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도 완벽한 선인(善人)이나 철저한 악인(惡人)으로만 구성된 곳은 없다. 지구상 모든 인류는 다양한 삶의 행태를 보이며 엇비슷한 사회 구성원들로 채워져 있다. 이유 없는 증오를 대물림하는 건 올바른 사람의 행실이 아니다. 적대감을 조장한 정치논리를 떠나 사람의 근본을 따르는 것이 지역과 지역의 경계를 허무는 진정한 사랑이다.

광한루의 또 다른 이름은 월궁(月宮)이다. 해는 아래를 향해 빛을 내뿜는 남성적 이미지다. 달은 스스로 겸양의 빛을 내리며 물을 다스리는 스밈의 미덕을 간직한다. 억양이나 습성이 해를 닮아 괄괄한 경상도 예술인들이 수용의 덕성을 베푸는 남원에서 맘 놓고 떠들며, 맘 놓고 잘 먹었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가지 말라면 더 가고 싶은 것이 사랑이다. 누가 뭐래도 덥썩 만나 사랑을 나누니 긴 긴 가뭄 끝의 단비가 밤을 적셨다. 이튿날 바람도 없이 축복처럼 내리는 가을비에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남도음식의 유혹에 휘둘렸다. 사랑이 뜨거울 때는 찬비도 약이다.
내년에는 경상북도 어디쯤에서 나이 지긋한 경상도 머시마와 가시나들이, 전라도 머슴애와 가시내들이 떼거리로 몰려 천성(天性)의 예술혼으로 또 뜨거워질 것이다. 멋진 융합의 그 날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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