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4일. 군산청소년문화센터(YMCA)에서 한겨레주주통신원회(한주회) 제1차 정기총회 겸 ‘가을로 떠나는 안도현 시인과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전국의 주주와 독자, 그리고 일반인이 참여하는 이 행사의 취재를 위해서 김미경 통신원과 특별취재반을 꾸렸습니다.

통신원이 희망하는 분야를 먼저 선택하고, 남은 부분을 김미경 통신원이랑 분담한다는 원칙만 세우고 일을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게 바로 황선주원장과 군산 YMCA의 배형원 이사 겸 시의원의 인터뷰입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 간다고 생각했던 게 부담스러운 일로 바뀌었습니다.

황선주원장이 누구인지? 또 배형원 이사는 무얼 하는 사람일까? 행사일정표에는 나와 있지만 두 분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받지 못했스니다. 궁금해서 주주센터에 전화를 해볼까 싶었지만 머리를 젓고 말았습니다. ‘행사준비로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쁠 텐데 나까지 번거롭게…’하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대신 인터넷으로 인물검색을 해보았지만 신통치 않았습니다.

YMCA이사와 시의원으로 검색되는 배형원씨가 같은 인물인지 확인한 게 고작이고, 황선주원장님에 대한 정보는 아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식, 선식과 관련된 인물로 검색되기도 하지만 그분은 황성주가 맞으니까 그릇된 정보(?)였습니다.

황선주원장님에 대한 정보를 처음 얻은 건 14일 오후입니다, 저녁식사장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이병 주주센터장이 간략하게 황원장님에 대한 소개를 했습니다.

“오랫동안 군산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던 황선주원장님(81세)이 십오륙 년 전에 개복동의 병원건물을 한겨레에 기증했습니다. 군산시민과 한겨레 주주, 그리고 독자를 위한 군산의 문화공간으로 사용되길 바라면서 선뜻 내놓았지요. (주)대우에서 약간의 지원을 받아서 한겨레문화센터를 열었고, 군산시민의 사랑방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우가 망하면서 십 년 동안 방치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야 다시 한겨레와 군산YMCA가 손잡고 문화공간으로써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황선주원장은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하고, 검소한 분입니다. 지난여름에 한겨레직원 세 명이 대전에서 원장님이랑 식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동태찌개를 먹으려는데 ‘찌개를 삼인분만 주문하고, 공기 밥을 하나 추가해서 먹자’고 해서 ‘원장님, 한겨레직원들이 제육볶음 하나 더 주문해도 됩니다.’해서 사인 분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하는 일화도 들려주었습니다.

이병 센터장의 이야기를 듣고, 황선주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십오륙 년 전에 공시지가로 칠억 원이나 하는 건물을 선뜻 기증하다니…. 재산이 많다고 해도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치기 쉽지요. ‘어떤 사람일까?’ 궁금증을 안고,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 미리 인터뷰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많은 분들이 원장님을 기다리고 있어서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미숙함을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하고, 원장님의 간략한 인사말을 정리하겠습니다.

짧은 선문답(?), 강렬한 여운.

황선주원장

 

박성득 전 이사.

황선주원장 : 난 모자란 사람입니다. 이곳(군산)은 주먹이나 난무하고, 문화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황폐한 지역이에요. 그래서 지역주민과 한겨레식구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겨레에 (병원건물)기증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만큼 유용하게 사용되지 못하는 걸 보고, ‘내가 모자라는 사람이구나!’생각했습니다. 이런 한겨레를 따라다니는 여러분(주주통신원)들은 나보다 더 모자라는 사람들 같습니다.(좌중이 폭소를 터뜨렸다)

박성득 이사 : 원장님, 오늘 좋으시겠어. 상(감사패)도 받으시고. 내가 원장님한테 사기 쳐서 병원을 빼돌렸어.

황원주원장 : 이 사람도 모자란 사람들이야. 산속에 살아.

박 : 모자란 사람한테 사기당한 원장님이 더 모자라지.

선문답 같은 짧은 말이지만 아직은 부족한 한겨레에 대한 짙은 아쉬움이 배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자신의 것을 선뜻 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리고 황선주원장님의 말씀대로 한겨레가족은 모두 모자란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도록 주주와 독자, 한겨레본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신발 끈을 질끈 묶어야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한겨레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의 바람일 테니까요.

식사 뒤, 이동을 위해서 일어설 때 황원장님과 악수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때 원장님의 손에서 느껴지는 힘에서 ‘무척이나 건강한 분이구나! 정말 다행이야’싶었습니다. 아직은 원장님의 바람을 이루어줄 시간이 남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편집 : 이동구 에디터

 

오성근 편집위원  babsang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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