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저무는 겨울 저녁에
- 이 기 운
길가에 서있는 건초더미
바람 부는 날의 피난처
기억도 아득한 어린 날
돌 던지며 따라다니던
머리 풀고 춤추는 여인
달빛조차 시린 붉은 종아리
돌부리 걷어차며 맨발로 추는 태평무
평안 하라 세상이여
나는 숨어서 울어도
너희는 울지 마라
누가 알 수 있을까
눈보라치는 밤이면
가마솥 아궁이에
고양이처럼 숨어들도록
부엌문을 빠끔히 열어두시던
아버지는 아셨을까
축복하는 자를 조롱하는
무지함은 아픈 멍울이 되고
흐린 겨울 저녁 길
나무들도 말이 없네
회개하라 가슴 깊은 곳에
감추고 있는 변명의 말까지
슬퍼하라 아무 생각도 없이
키 큰 사람들 따라하던 날들을
그대를 향해 나는 가네
해 저무는 겨울 저녁
내 유년의 예배당에
흔들리는 호롱불
편집, 사진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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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운 주주통신원
elimhill@hanmail.net


일명,
[세계의 평화]를 꿈꾸던
청년 시절,
저는
'매서운 한파 중에
종아리 들어내 놓고
맨발로 돌뿌리 걷어차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뻘~ 뻘~ 뻘~
간절한 염원으로
온 몸이 적시도록
이 땅의 태평을 바라며
춤을 췄지만
구경꾼들의 비웃음과
내 몸에
서서히 축적되는 고통 뿐....
그런 자식
'땃땃한 가마솥 아궁이'(예배당/예수님 품)로 이끄시고
허망한 춤사위로
온 몸에 세겨진 멍울과 노고를
끌어 안고
피눈물로 닦아 주신
아버지.
이제라도
집으로
돌아왔으니
이젠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버지의 뜻을 좇아
아버지를 위해
'태평무'를
춰야겠다.
형제ㆍ자매들여,
우리
아버지를 위해
함께
'태평무'를 추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