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야기
6년여 전 저녁때 집에 들어오니 아들 방에서 작은 소란이 일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문을 열어보니 작고 거무스레한 물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꺄악~ 고양이, 고양이었다. 작은 고양이, 아기고양이였다. 소름이 쫘악 끼쳤다.
영화에선 늘 기괴한 장면이나 어둠침침한 불운한 장면에서 냐옹~ 하며 나타나는 고양이, 전설의 고향에서 불길한 예감을 주며 나타나는 고양이.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하여 아이들 초등학생부터 병아리 닭 되기 여러 번, 토끼 할머니 되어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여러 번.., 너희들 키우기도 힘든데 병아리 여러 마리, 토끼 데려온다고 데려올 때마다 타박했다.
키우느라 힘들면서도 그래 너희들도 못 놀고 공부하느라 힘들지, 생각하며 같이 키웠던 가족이었다.
그런데 고양이, 고양이만은 안 되었다. 어려서부터 보아온 고양이의 정체는 불길함을 몰고 오는 이미지에 냐~옹 날카로운 소리에다 앙칼진 모습에 영 무섭고 싫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고양이 말할 때마다 고양이는 안 돼! 저얼대 안 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절대로 안 돼~!! 정 많은 아이들이 또 데려올까 봐 저런 대사가 고루하여 안 하고 싶었는데 딱히 저 말밖에 생각이 안 나 나름 엄포를 놓았다.
그런데 그런 내 엄포를 가벼이 넘기고 이렇게 말도 없이 데려오다니.... 실망감에다 배반감으로 마음이 꼬여 화가 나서 뭐라고 잔소리를 퍼부으며 아기냥이를 쳐다보니...
차암... 저 냥이가 뭔 죄가 있나. 엄마 떨어져 낯선 곳에 왔는데 큰 동물들(나. 아들. 딸)이 빙 둘러서 큰소리를 내니 움츠리고 떠드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숨~~ 아들이 만져보라 한다. 나는 무서웠다. 정말로 물릴 것 같았다. 꼬리부터 손가락 끝으로 살짝 쓰다듬으니 털이 참 부드러웠다.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며 저 작은 동물이 여기서 살려고 잘 보이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나도 낯선 친척 집에서 쥐 죽은 듯 있었던 시절, 갑자기 안됐고 측은하단 생각이 들었다.
새끼 없어져 슬퍼할 엄마냥이, 엄마 형제 떨어져 놀랍고 슬프고, 낯선 환경에 어찌할 바 모르는 아기냥이의 마음을 보니, 혐오스러워 완강히 거부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고 그렇게 짠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 키우던 냥이가 새끼를 낳아 병원 앞에 버려진 냥이 가족이었다. 밍크라 이름 짓고 2주일 뒤 밍크 오빠도 내가 직접 데리고 와 이제 6년여를 지내고 있다. 아파트 캣맘에 주변 캣맘까지 지원하고 있다.
한때는 길고양이 고아원, 쉼터 만들기가 꿈이었다. 한 달 뒤면 이사한다. 우리 아파트 길냥이 땜에 맘이 아프다. 나 이사하면 누가 이 아이들 밥을 줄까…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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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많은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는 우리들의 읽그러진 얼굴입니다, 곱게 읽어가면서 내가 정샘을 알게된 이야기처럼 잔잔한 내면을 곱게 익어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넘겨 볼 수가 있습니다.
아웅다웅 버려졌던 존심이 이렇게나마 손상되지 않으며 아카이빙 할 수 있다는게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작년에 거금을 지원해주신 한주회의 슬픈 애가에 보탬 해 주신 큰 보탬이 온에 이런 작은 삶터가 지속 될 수 있어요,
오래동안 필진으로 남아 많은 우리들의 삶의 현장을 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전 까지 우리의 연이 이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