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메리카 노땡큐!

1월 26일 2시 615남측위원회 회의실에서 미국전쟁⌯반인륜 범죄 국제민간법정 조직위원회가 출범을 선포했다. 2021~2022 9월~10월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미국이 저지른 전 세계의 전쟁, 반인륜 범죄를 단죄하고 국제사법재판소와 유엔에 미국 정부의 악행을 제소할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1월 26일  안국동 615남측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미국 전쟁 반인륜 범죄 국제민간법정 조직위원회 출범식
1월 26일 안국동 615남측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미국 전쟁 반인륜 범죄 국제민간법정 조직위원회 출범식

광화문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이승만 박근혜를 연호하는 60, 70대 노인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일이다. 1955년에 태어난 나는 흑백 TV가 처음 보급되는 것을 접했던 베이비부머 세대다. 방송국 사정이 열악했을 때라 자체 드라마제작이 어려웠던지 미국의 TV 드라마들이 많이 방영되었다. 그 중에 아주 인기 있던 건 ‘용감한 린틴틴’. 서부개척 시대에 미군 병사들이 ‘사악한’ 인디언들과 싸우는데 위기가 닥칠 때마다 부대의 마스코트인 남자 아이와 그 아이가 길들인 세파트 ‘린틴틴’이 혁혁한 공을 세워 승리로 이끈다는 이야기였다. 매주 린틴틴은 영리하고 눈치 빠른 행동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군인들을 도와 승리로 이끌었다. 나팔소리를 신호로 말을 타고 멋지게 출격해서 인디언을 모조리 죽이는 미군기마대들은 얼마나 멋지든가. TV 앞에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던 우리들은 미군의 총에 ‘사악한 인디안’들이 쓰러질 때마다 박수를 쳐댔다. 이후 한국전쟁 참전이후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남아있던 미군은 우리에게 영웅이었고 우방이었으며 은인들이었다. 광화문 광장을 굳이 이승만 광장이라고 바꾸어 부르며 성조기를 흔드는 사람들도 대개는 ‘린틴틴’ 이후 계속 미국에 취해있는 세대들이 아닐까 싶다.

2015년부터 평화어머니회 활동을 해왔던 나는 린틴틴 향수를 벗어나 이제 기꺼이 미국을 고발하게 되었다. 8년 전 충북 청산으로 귀촌했을 때 그곳이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의 본거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팀작업으로 여성동학다큐소설을 쓰면서 나는 동학도들의 숭고함, 아름다움에 푹 빠져들었다. 그들을 일거에 몰살해버린 일본의 군사력을 증오하게 되었고 이웃을 약탈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는 군국주의,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서도 군국주의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군수산업자본주의의 극악함이 저지되어야 세상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명상공동체마을을 만들어 조용하고 격조 높은 삶을 살게 되기를 꿈꾸었지만 무기장사꾼과 전쟁장사꾼들이 존재하는 한 나의 꿈은 쉽게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이었다.

동학다큐소설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주자마자 나는 평화어머니회를 조직해서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 가서 화목하게 살겠다며 화요일 목요일 주 2회 ‘평화협정에 사인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세계 10대 무기회사 중 7개가 미국 회사이고, 미소 냉전관계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무기 산업은 어마어마했다. 무기 자본가들은 정계에 수백 명의 로비스트를 풀어 전쟁을 부추기고 있었다. 주한미군사령관, 유엔사령관, 주한미대사들은 은퇴 후 미국으로 돌아가 무기회사의 임원으로 취업하여 로비스트가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이재봉교수의 말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150개국에서 벌어진 250여개의 전쟁 중 200개가 미국이 발발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사악한 악마’들을 제압해서 평화롭고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영웅적인 존재인가? 베트남, 이라크 등에서 미국은 국민의 동의를 얻어 전쟁을 하기 위해 정보의 은폐와 조작을 마다하지 않았다. 강철 같은 경찰국가가 있는데 왜 세계는 계속 전쟁과 난민과 군사적 대치로 갈등이 끊이지 않는가? 그것은 정의롭지 못한 경찰국가 때문이다. 경찰국가가 키우고 있는, 경찰국가의 목줄을 쥐고 있는 무기산업체들 때문이다. 그들은 지구와 지구생명을 파괴해야 먹고 사는 괴물들이다. 인디언의 땅을 빼앗기 위해 인디언을 ‘사악한 괴물’로 그리는 드라마를 만들어 살육을 정당화 시키듯이 돈을 벌기 위해 지구촌의 일부를 ‘군사력이 압도적인 악의 무리’라고 규정하고 ‘규제’가 필요하다, ‘악의 소멸’이 필요하다고 떠벌이며 전쟁 장사를 하고 있다.

미국 반전평화운동단체 ANSWER의 브라이언 베커가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미국 반전평화운동단체 ANSWER의 브라이언 베커가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같은 민족인데 남북은 3년 전쟁 후 70년을 증오 속에 살고 있다. 진실된 우방이라면 화해를 시켰어도 벌써 시켜야 했다. 자기들은 핵폭탄을 터뜨린 일본과는 곧 바로 손을 잡고 헤실대고 있으면서 어찌 이리 모질게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가. 어찌 이리 모질게 평화를 가로막고 있는가. 유엔의 기구도 아니고 유엔의 관리도 받지 않는 가짜 ‘유엔사’를 운영하면서 악착같이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미국의 꼬라지를 보면서 군수자본에 꽁꽁 묶여버린 미국의 신세가 가엽기 짝이 없다.

SNS를 보라. 미국이건 중국이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번역이 어색하긴 하지만 곧잘 해서 전달해준다. 나라간의 문제는 정치와 외교로 풀면 된다. 지혜를 짜 내면 윈윈하는 방식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21세기에 왜 발톱을 세워 상대를 피투성이로 만드는 못난 수탉들 처럼 무기를 들고 설쳐대나. 그래서 세계의 시민들이 나섰다. 미국의 전쟁범죄들, 반인륜범죄들을 드러내고 저지시킬 것이다.

철이 들고 보니 ‘사악’한 존재는 인디언이 아니었다. 월맹사람들도 아니었고 이라크 사람도 아니었고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의 사람들도 아니었다. ‘사악’한 존재는 평화롭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애써 ‘사악’하다고 규정짓고 계속 주먹질을 해 대는 바로 미국의 군사주의자들이다. 이제 우리는 생명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면서 상대를 귀히 여기고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신발끈을 조여맨다. 우리에게 더 이상 거짓되고 포악한 세계경찰은 필요 없다.

워싱턴에서 21세기 연구원장 정기열씨도, 그 밖의 많은 곳에서 격려와 연대의 메시지들을 보내왔다.
워싱턴에서 21세기 연구원장 정기열씨도, 그 밖의 많은 곳에서 격려와 연대의 메시지들을 보내왔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고은광순 주주통신원  koeunk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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