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어디쯤
이 기 운
오래된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사진 한 장
산 아래 논두렁길과 풀과 나무들
무언가 정겹고 마음이 끌리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은 덧없이 지나가고
내가 살고 걸었던 길들도 기억에서 멀어져가네
그래도 내 마음은 알고 있어
사진 속 풍경은 내 고향 어디쯤이라고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돌이켜 생각하고
맘껏 그리워해도 되는 시절
그날에 걷던 길 맨발로 풀숲을 헤치며
우리는 샘이 있는 숲으로 갔었지
그 산기슭 손이 저리던
차가운 샘물에 가고 싶네
잃어버린 그대 잃어버린 우리
취한 듯 안개 속을 걷듯 살아온 세월은 가고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잘 살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
정말 그럴지는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잘 살고 싶어
내 고향 어디쯤 숲길 사진을 보며
나는 다시 차가운 그 샘물에 손을 담그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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