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제목 '친할아버지께'
며칠 전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로부터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몇 장을 받았는데, 글짓기 시간에 쓴 것을 바로 보내준 것이었다. '친할아버지께'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반가움과 동시에 가슴이 뛰었다.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또 보고 몇 번을 읽었나 모르겠다.
짧게 문자 메시지를 아래와 같이 보내 주었다. '반가워요. 글을 잘 쓰는군요. 할아버지도 혜민이를 사랑해요' 그동안 가벼운 인사 또는 예쁜 사진들을 여러 번 받아보았지만 긴 글을 대하니 느낌이 새롭기만 하다.
아래에 글을 그대로 옮긴다.
친할아버지께.
안녕하세요? 혜민이에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어요. 그래서 꽃들이 활짝 폈어요. 벚꽃이 피었는데 정말 예뻐요. 이제 3학년이 돼서 선생님이 바뀌었어요. 그런데 전 담임 선생님이 조금 무섭다고 생각해요. 남자애들이 친구들한테 손가락질하면 선생님이 무섭게 혼내시거든요. 그런데 선생님께 잘하면 잘했다고 칭찬해 주셔서 좋아요.
전 며칠 전에 선생님께 국어시간에 문단을 잘 썼다고 칭찬을 받았어요. 할아버지께서도 제가 칭찬받는 게 좋으시죠? 앞으로 더 칭찬 많이 받을 거예요.
전 할아버지랑 놀 때가 가장 좋아요. 그리고 제가 숙제할 때 도와주시고 제가 너무 힘들다고 하면 할아버지가 놀아주실 때도 좋아요. 동생이 제 물건을 뺏어 갈 때 제 편을 들어 주셔서 좋기도 해요.
전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같이 살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사시면 저희와 많이 놀아 주실 것 같아요. 그럼 정말 좋겠어요. 할머니도 오셨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 밖에 꼭 나가셔야 할 때만 나가시고 지금 코로나니까 밖에 나가시지 마세요. 그리고 나갔다 오셨을 땐 꼭 손 씻으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2021년 4월 1일
할아버지의 손녀 이혜민 올림
아름다운 손녀가 제대로된 인성을 갖추고 더욱 건강하며 지혜롭게 성장해서 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도 그렇게 되도록 작을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혜민아. 사랑한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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