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원하시는 모든 개인과 단체들에 제안합니다. 그리고 호소합니다. 모두 힘을 모아 ‘종전 선언’부터 이끌어냅시다.
평화와 통일을 향하는 첫걸음은 전쟁부터 끝내는 거라 생각합니다. 70년 넘게 끝내지 못하고 있는 전쟁을요. ‘정전’이나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어정쩡하게 지속되어온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도록 하자는 말입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시민운동에 20년 남짓 소박하게나마 몸담아온 탓인지, 무슨 직함을 갖고 있는 통일운동단체만 10곳이 훌쩍 넘습니다. 이름이라도 걸쳐놓은 단체를 포함하면 수십 개 되겠지요. 대북 지원, 민족 화해, 남북공동선언 실천,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개, 남북물류 활성화, 평화경제, 국가보안법 폐지, 유엔사 해체, 한미연합 군사훈련 반대, 작전통제권 환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협정 폐기, 싸드 철회,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 중립화 등을 추진하는 평화통일운동 단체들입니다. 10명 안팎의 조그만 모임에서부터 수백 또는 수천 명의 거대한 조직까지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단체들이 다양한 목표를 각각 추진하고 있으니 거의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 목표가 궁극적으로 평화와 통일이라면 모든 단체들이 일시적으로나마 힘을 합쳐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시급하며 가장 쉬운 첫 단계부터 이루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종전 선언’이겠지요.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에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대북 지원에도 시비를 걸고, 남북공동선언 실천에도 빨갱이 타령이 나오고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도 쉽지 않고 철도와 도로 연결도 어렵습니다. 적과 대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개정이나 폐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에 ‘가짜’ 유엔사조차 해체하지 못합니다. 세계 6위의 군사력을 지니고 전시 작전통제권도 환수하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이 지속되고요.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계속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해마다 올려줘야 합니다. 전쟁을 끝내지 않았기에 미국이 중국 감시와 견제를 위한 싸드를 갖다놓고 북한 남침을 막기 위한 거라고 우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에게 보복당하면서도 철회하지 못하고요. 전쟁을 끝내야 평화협정으로 나아갈 수 있고, 주한미군 떠나라고 주장하기도 쉽겠지요.
한국전쟁 당사국인 남한+미국과 북한+중국 사이에서 남한-북한은 1991년 기본합의 및 2018년 정상회담을 통해 실질적 ‘종전 선언’을 했습니다. 남한-중국은 1992년, 미국-중국은 1979년 국교정상화를 통해 적대관계를 끝냈습니다. 북한-미국만 전쟁을 끝내지 않고 있는 거죠. 미국의 거부와 반대 때문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니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요? 거짓이고 사기입니다. 남한에 핵무기가 많이 있고 북한에 하나도 없을 때는 북한의 전쟁 종식 요구를 미국과 남한이 왜 거부했을까요? 미국이 1958년부터 1991년까지 남한에 미제 핵무기 수천 개를 배치해놓은 반면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북한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미국은 한사코 반대했거든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반대한다는 것은 억지와 횡포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든 아니든 북한을 적으로 삼아야,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할 수 있으며,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계속 갖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지속할 수 있으며, 남한의 정치와 외교에 간섭하고 첨단무기를 팔아먹을 수 있는 거죠.
거듭 제안하고 호소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원하시는 모든 개인과 단체들이 일시적으로나마 힘을 합쳐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시급한 ‘종전 선언’부터 이끌어내자고요. 전쟁부터 완전히 끝낸 뒤에야 어느 개인이든 단체든 각각의 목표를 추진하기 쉬울 테니까요.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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