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마지막 휴일


난생 처음 내린 동두천역 앞 정자
평상마루 하얀빨간 철쭉주변 침상
잠시 누었다 깬 정오 무렵 머리는
상쾌하고  멍하게 앉아 있는데
첫 눈에 본 중학생 덩치는 크지도
작지도 않고 내성적 인상은 착해
"아버지 심부름 술 좀 사주세요"
부탁하는 걸 구걸하는 걸로 착각,
무조건 "돈 없어"라고 거절했더니
"참이슬 3병 값 드린다"고 하여
순간 동물적 예지.통찰 떠올랐고
학생 손의 휴대폰은 아버지한테
통화하는 걸까 "바꿔달라"하니까
"잠 잔다"라는 임기응변도 능숙해
"몇 학년이냐" 물었더니 3학년
확실한 답변에 "안 되지, 안 되지"
반복하니 머쓱해 돌아가는 그는
또래끼리 참이슬 맛 이미 아는 듯
멍청한 어른 아닐진대 난 안 속지
만약 멍한 누가 사다주었다면
4월 마지막 휴일은 신났을 그들

 

이주형 주주통신원  whitehead-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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