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과 개성공단
4.27 판문점선언 3주년 기념일이 그제 씁쓸하게 지나갔습니다. 남쪽 정부는 27일 기념식도 갖지 못하고, 북쪽 정부는 28일 요즘 실시되고 있는 ‘한미 공군 연합 훈련’에 대해 “규탄을 받아 마땅한 적대 행위”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발표했군요.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 지난 16일부터 외세와 함께 련합공중훈련인 ‘련합편대군 종합훈련’이라는 것을 벌여놓고 우리에 대한 군사적 적대 행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략)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 벌여놓은 불장난 소동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온 겨레의 총의에 정면 도전하는 무모한 군사적 도발 행위이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걸 지켜보고, 저는 여기저기 강연과 글을 통해, ‘한반도 대전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흥분했습니다. 73년간 지속한 분단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68년이 흐르도록 끝내지 못한 전쟁의 끝을 드디어 보게 됐다면서요. 그런데 미국의 반대와 제재, 그리고 남쪽 정부의 대미 종속과 의지 부족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합의 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4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개성공단 재개 선언 범국민연대회의>와 <개성공단>이 공동 주최한 ‘4.27판문점선언 3주년 토론회’ 진행을 맡아 개성공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쪽이 북쪽에 퍼주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반대다. 우리가 북쪽에서 퍼오는 곳이다. 그곳은 북한 최전방 부대가 있던 곳이다. 군부대가 뒤로 물러나고 100만 평 기지를 남쪽에 거의 공짜로 내주었다. 남쪽 토지개발공사가 공장용지로 만들어 평당 15만 원쯤 받고 중소기업인들에게 분양했다. 백수십 기업이 들어가 북쪽 노동자 5~6만 명을 고용했다. 월급이 개업 직후 2005년엔 5~6만 원이었는데, 폐쇄 직전 2015년엔 약 15만 원까지 올랐다.
다시 말해, 남쪽의 중소기업인들이 서울에서 한 시간 걸리는 곳에 평당 15만 원짜리 공장용지를 받아 우리말이 통하는 최소한 고졸 학력의 고급 노동자들을 일당 아닌 월급 15만 원을 주며 공장을 운영했으니, 우리가 퍼준 게 아니라 퍼온 것이 아닌가. 이런 곳이 미국이나 유엔 제재가 아니라, 박근혜 정권에 의해 폐쇄된 거다. 남북경제협력이나 북한경제지원을 말하기 전에 남한경제 특히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개성공단을 즉시 재개해야 한다.”
편집 :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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