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루마 곡을 소개했다. 이루마 곡 중 5월이 되면 생각나는 곡이 하나 있다. ‘When The Love Falls’다.
이 곡의 원곡은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Qui a tue grand maman)’다. 프랑스 가수 '미셸 폴라레프(Michel Polnareff)'가 작사·작곡하고 부른 이 노래는 한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곡이다. 1970년대 프랑스 한 재개발지역에서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정원이 도시계획으로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싸우다 숨진 ‘루시엥 모리스'가 그 할머니다.
이 곡은 광주학살이 일어난 후 1982~3년 광주의 비극을 전하는 ‘오월의 노래 2’의 가락이 되었다. '오월의 노래 2'의 가사는 아직도 누가 썼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어디서 시작되어 불러졌는지도 정확지 않다. 하지만 오월이 되면 광주는 늘 이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 가사만큼 그날의 참혹상을 압축해서 전하는 노래가 있을까? 가사는 이렇다.
오월의 노래 2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려나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딜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 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산 자들아 동지들아 모여서 함께 나가자
욕된 역사 투쟁 없이 어떻게 헤쳐 나가랴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대머리야 쪽바리야 양키놈 솟은 콧대야
물러가라 우리 역사 우리가 보듬고 나간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피!피!
가사 중 '두부처럼 잘려나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은 당시 계엄군에 의해 사망한 故 손옥례씨 이야기다. 그는 5월 22일 화순으로 시신 담을 관을 구하러 가는 버스에서 매복 군인의 총격에 의해 오른쪽 가슴과 하악골, 좌측골반부, 대퇴부에 관통상을 입고 대검으로 왼쪽 젖가슴이 잘려나간 상태로 사망했다. 끔찍한 딸의 모습에 충격 받은 아버지는 그 이듬해 사망했다. 어머니도 충격을 받고 사지경직증세가 와서 반신불수로 6년 동안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19세 여인을 대검으로 무참히 도륙한 자... 아직 살아 있을까? 살아 있다면 제 정신으로 살고 있을까? 지상의 무간지옥에서 살고 있겠지...
이곡을 부르기는 참 힘들다. 너무나 직설적인 가사가 괴롭기 때문이다. 그때 광주의 처참함이 고통과 아픔이 되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삼킬 수 없는 분노로 목이 메여 가사가 제대로 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월의 노래는 1.2.3이 있다. '오월의 노래 1'는 희생자를 위로하는 곡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애달프게 부른다.
오월의 노래 1
봄볕 내리는 날
뜨거운 바람 부는 날
붉은 꽃잎 져 흩어지고
꽃향기 머무는 날
묘비 없는 죽음에
커다란 이름 드리오
여기 죽지 않은 목숨에
이 노래 드리오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음 음
이렇듯 봄이 가고
꽃피고 지도록 멀리
오월의 하늘 끝에
꽃바람 가도록
해 기우는 분수가에
스몄던 넋이 살아
앙천의 눈매 되뜨는
이 짙은 오월이여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음음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음음
‘오월의 노래 3’은 행진곡이라 씩씩하고 장엄하다. 광주의 희생을 슬픔으로만 아픔으로만 간직하지 말고 승화시키자는 노래다. 광주의 피를 댓돌 삼아 밟고 올라가라는 말 같아 미안하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너무나 고맙다
오월의 노래 3
보라, 남도에 빛나는 나라 있다
어둠 뚫고 솟구친 항쟁의 나라
푸르던 날에 슬프던 날에
억압받던 날 두렵던 날에
핏빛 투쟁으로 이룬 나라 있다
5월 무등에 타오른 불길 있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른 평화
바다는 여전히 자유의 파도
보라 여기 피로 물들어
아름답게 빛나는 나라
보라 여기에 붉은 피로 물들어
한 떨기 꽃으로 빛나는 사람들 있다
보라, 남도에 찬란한 나라 있다
어둠 뚫고 솟구친 통일의 나라
푸르던 날에 기쁘던 날에
전진하던 날 벅차던 날에
핏빛 사랑으로 이룬 나라 있다
5월 찬란한 부활의 나라 있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른 평화
바다는 여전히 자유의 파도
보라 여기 피로 물들어
아름답게 빛나는 나라
보라 여기에 붉은 피로 물들어
한 떨기 꽃으로 빛나는 사람들 있다
보라 여기에 붉은 피로 물들어
한 떨기 꽃으로 빛나는 사람들 있다
보라 여기에 붉은 피로 물들어
한 떨기 꽃으로 빛나는 사람들 있다
마지막으로 2018년 <뉴스타파>가 만든 '목격자들 -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붉은 피 - 오월의 작사가를 찾습니다.' 영상 소개한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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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담을 해서라도 가고픈 고장이었습니다
이땅에 어떤 자들이 천인공로할 잔인하고 슬픈 역사를 새겼습니까
여기저기 시민들은 쓰러져 시체가 되어 딩굴었고 피빛 상흔이 난무했습니다
아~ 오월의 광주여! 민주와 평화의 영원한 빛으로 빛나거라
잊지말자 민중들이여! 518의 광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