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은 노인이 아니다. 중장년이다.

노을(캡처)
노을(캡처)

인간의 태어남은 성스럽고 고귀하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유달리 손이 귀한 집안이기에 남달리 축복받는 사내로 태어난 지 어언 80년이 되었다. 귀여움 속에서 철없이 살았다. 부모덕에 의식주는 궁핍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갑부는 아니었다. 귀한 장손이기에 갖고 싶은 것은 거의 사 주셨다. 그래서인지 돈의 귀중함을 모르고 살았다. 세상이 달라져 그때와 지금은 큰 차이가 나지만, 아마도 요즈음 부모덕에 외제 차 몰고 다니는 자들과 흡사했으리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다행스럽게 미련하지는 안 했는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교사가 되었다. 가는 곳마다 교장 선생님을 설득하여 밴드부를 조직하여 학교의 명성과 학생들의 음악교육에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군 교육청 대표 밴드부로 선정되기도 했으니 짐작하리라 믿는다.

그런데 정년을 마치지 못하고 퇴임하여 사업을 한답시고 서성대다 좋은 결과를 보지 못했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후회스러운 일이다.

만약 나와 같은 잘못된 길을 걷고자 하는 자를 본다면 신발 끈  질끈 동여매고 다니면서 만류하고 싶다. 이제야 철이 든 듯하다.

젊은 시절 느끼지 못한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 그리고 몸의 쇠퇴함도 느껴진다. 후회함도 너무 많다.

첫째는 부모에게 효도를 다 하지 못함이요, 둘째는 주위에 사랑을 베풀지 못함이요, 셋째는 사회에 공덕을 쌓지 못함이다. 이로 인해 세상에 살다간 흔적이 미미함을 깨닫는다.

인생 노을이 지기 시작하나 보다. 자꾸 한오백년의 강원도 민요가 생각난다.

한오백년
①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② 백사장 세(細)모래 밭에 칠성단(七星壇)을 모으고 님 생겨 달라고 비나이다.

③ 청춘에 짓밟힌 애끓는 사랑 눈물을 흘리며 어디로 가리.

④ 한 많은 이 세상 냉정한 세상 동정심 없어서 나는 못 살겠네.

⑤ 꽃답던 내 청춘 절로 늙어 남은 반생을 어느 곳에다 뜻 붙일꼬.

⑥ 살살 바람에 달빛은 밝아도 그리는 마음은 어제가 오늘.

⑦ 내리는 눈이 산천을 뒤덮듯 정든 임 사랑으로 이 몸을 덮으소.

⑧ 지척에 둔 임을 그려 살지 말고 차라리 내가 죽어 잊어나 볼까.

⑨ 으스름 달밤에 홀로 일어 안 오는 님 기다리다 새벽달이 지샜네.

⑩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런가 왜 이다지도 앞날이 암담한가.

⑪ 십오야 뜬 달이 왜 이다지도 밝아 산란한 이내 가슴 산란케 하네.

⑫ 청천에 뜬 저 기러기 어디로 가나 우리 님 계신 곳에 소식이나 전하렴

후렴: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한 오백 년을 살자는데 웬 성화요

[네이버 지식백과]한오백년 (국악정보, 2010. 7., 국립국악원, 전라북도

조용필 한오백년

 

아니다. ‘80세는 노인이 아니다, 중 장년이다’ 그리고 ‘경험이 풍부한 사회의 역군이다’라고 주장하는 분의 말씀대로 노을의 빛깔처럼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워보자. 중장년이고 역군이니까 말이다.

세상은 지금 백세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힘내어 더 일해보자’라고 용기를 내어본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전종실 주주통신원  jjs62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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