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5.18,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광주는 민주주의 성지로 불리운다. 이제 광주는 단순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한 지역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이름이 되었다. 특히 아직도 민주주의 체제를 이루지 못하여 독재나 차별에 신음하는 민중들에게 광주는 성지이자 그들의 꿈을 향한 이상향이 되어 있다. 홍콩의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서 혹은 조준 사격을 하는 미얀마의 쿠데타군 앞에서 민중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1980년 잔인한 군사 독재 권력에 맨주먹으로 맞서다가 총칼에 짓밟혀 죽어간 광주의 영혼들을 불러내고 있다. 민중들이 그토록 처절하게 불러내는 민주주의, 그것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수많은 목숨들의 피를 먹고 자라는가.
민주주의는 국가체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지역사회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모든 조직 모든 단체의 운용체제에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국가의 민주주의 척도는 국가의 공적 체제가 어떻게 조직되고 운영되는가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체 시민단체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조직의 형태와 구성원들의 민주주의 자각 정도에서도 측정된다고 할 수 있다. 정부나 정치권력에 대한 절차들이 민주적 선출과 권한 행사에 의해 진행이 된다 하더라도 일반 시민들에게 깊이 관여되어 있는 각종 사회구조나 기업구조가 민주적이지 않다면 그것 역시 민주화된 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민주적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내가 속한 국가뿐 아니라 내가 참여하고 있는 크고 작은 단체들은 민주적으로 운영 유지되고 있는가. 민주적이라는 것은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주인일 뿐만 아니라 모든 권력은 구성원들에게서 나오고 모든 운영은 구성원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그 조직 자체가 구성원들을 위한 것이라야 비로소 민주적 조직이나 민주적 단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 이라는 조직이 있다. 수백명의 구성원들이 모여서 만든 공동체이다. 국가에 헌법이 있듯 그들에게도 정관이 있으며 국민이 있듯이 조합원들이 있다. 선거를 통해서 대표를 뽑으며 대표는 정관에 의거 조합원들이 주인임을 인지하고 모든 것을 조합원들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해야 그 직을 수행할 수 있다. 만약 대표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구성원 대부분이 모르게 거액의 자금을 집행하거나 그 과정에 대해 공개하기를 거부한다면, 혹은 조합원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배신한다면 조합원들은 분노할 것이고 총회를 거쳐 대표를 해임할 것이다. 협동조합 공동체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하여 조합원들은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이고 끝까지 싸워 조합내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이다. 그것이 광주 정신이다. 협동조합과 광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미 광주는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들이 죽음으로 지킨 민주주의 정신은 초등학교 학생부터 연로한 노인까지 모든 국민들의 가슴에 새겨져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한겨레온은 지금 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가. 모든 권력은 구성원들에게서 나오고 모든 운영은 구성원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그 조직 자체가 구성원들을 위한 것인가. 한겨레신문 가족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공동체 구성원들이 진정한 주인임을 자각하며 서로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모든 것들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가. 조직 내 비민주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못한 점이 하나라도 있다면 오늘 5.18을 맞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광주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 그들이 남루하게 타협하여 살기를 바라지 않고 죽음으로 민주주의 정신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가 곧 광주가 되어야 한다. 광주의 정신이 한겨레온의 정신이어야 한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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