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전, 용인서 온 예비귀농인 4명 3개월 간 영농체험
동이면 시골살이 마을권역에서 먹고 자며 지역에 관한 공부도
예비교육 첫날 “옥천에 귀농하고 싶다” 높은 만족도 보여
도시 환경으로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시골에 살고 싶다는 생각은 머릿속 언저리에 늘 존재한다. 하지만 귀농·귀촌은 그리 녹록치 않다. 연고가 없으면 삶의 방식과 문화가 다른 그곳에서 툭 튕겨져 나오기 일쑤다. 당장 생계도 문제다. 이런저런 걸림돌을 고민하는 사이 이주는 차일피일 미뤄진다.
지난 3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 ‘옥천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귀농귀촌종합센터와 충청북도, 옥천군이 주최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예비귀농인 4명은 시골살이영농조합법인(위원장 박효서)이 운영하는 동이면 시골살이 마을권역에서 오는 7월까지 3개월 간 영농체험을 하고 지역에 관한 교육을 듣게 된다. 참가자들에게는 월 30만원의 연수비가 지급된다.
지난 3일 예비교육일 첫날부터 참가자들은 옥천에 관한 많은 정보를 배웠다. 군 농업기술센터 농촌활력과 귀농귀촌팀 배보람 담당자는 예비귀농인들에게 농기계 구입지원사업, 주택수리비 지원, 취등록세 지원 사업 등 귀농귀촌 관련 지원정책을 안내하고 귀농귀촌연합회를 소개했다.
상반기 귀농프로그램을 전담하게 된 시골살이영농조합법인 박효서 대표는 “옥천군에 정착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우리의 과제다. 옥천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3개월 후에는 옥천군민으로 뵈었으면 좋겠다”라며 예비귀농인을 환대했다.
■ 예비귀농인 4명, 마음만은 이미 옥천주민
숙소에 인터넷이 안 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산너머 깡촌’인 줄 알았다는 참가자들은 금강이 휘돌아가는 옥천마티공동생활관의 풍경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하며 여기서 살고 싶다는 말만 연신 내뱉었다.
예비귀농인 이화영(70, 용인시), 이재창(65, 용인시) 부부는 “너무 마음에 들어서 말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좋은 곳으로 오게 되어 반갑다”라며 “농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은 갖고 있었는데 도시 생활에 익숙해져 쉽게 오지 못했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재창씨는 퇴직 전 공장에서 배선작업, 기계수리 등 전기를 다루는 일에 매진해왔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 옥천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탐색해보고 싶다”며 옥천살이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또 다른 예비귀농인 오준섭(60, 서울시)씨는 해외수출업을 하는 회사에 다니다 은퇴하고 농촌에 살아보고자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귀농귀촌센터를 통해 이주를 알아보던 중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그는 “비록 제가 농사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옥천에 귀농하게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취미로 컴퓨터 조립을 해왔는데 이러한 취미가 주변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거들겠다고 덧붙였다.
양정규(33, 대전시)씨는 20대에 면세점에서 일을 하다가 건설업으로 이직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지만 보람을 느낄 수 없어 고민 끝에 귀농을 결정했다. 그는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중국에서 나와 중국어는 자신이 있다”라며 “재능기부를 통해 농촌교육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 복숭아 나무 한 그루씩 직접 기르고 수확까지
예비교육 이튿날(4일), 예비귀농인들이 친환경 복숭아 재배 현장을 찾았다. 예비귀농인들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마다 읍 매화리에서 친환경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김재식(64)대표의 농장에서 영농체험을 진행한다. 각자 관리할 복숭아 나무를 배정 받아 3개월 동안 기르고 복숭아를 직접 수확해 볼 수도 있다.
한살림 충북남부권역협의회 대표로 친환경 과실농업을 실천해온 김재식 대표는 예비귀농인들에게 친환경농업을 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 벽지 바르는 기술자였다. 동네 지인의 권유로 농사를 짓게 되었다”라며 “당시 고독성 농약을 주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을 자주 겪었다. 밭에 한참 주저앉아 있기도 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친환경 농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재식 대표는 한 해 복숭아 농사 주기를 간략하게 짚으며 전지작업, 적과작업, 예초작업, 봉지작업, 방재작업, 퇴비작업, 동해·냉해방지작업 등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는 “친환경 농법에서는 나무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베어낸 풀을 치우지 않고 퇴비로 쓰는 것이 핵심”이라며 수분이 땅에 머무를 수 있도록 풀을 재배하는 초생재배 방식도 강조했다.
이어 과실을 해충이나 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과실봉지작업, 방재작업, 복숭아나무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퇴비작업, 주변에 짚으로 바닥을 깔거나 동여매는 동해·냉해 방지작업 등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지역마을 간담회와 과수농가 탐방, 우수귀농인과의 만남, 텃밭가꾸기 등이 계획중이다. 예비귀농인들은 이장회의, 주민간담회 등을 참관하며 마을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농업기술센터 주관 신규농업인교육을 이수하여 작물별 생산방식에 대한 교육을 받기도 한다.
한편 ‘옥천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총 사업비 6천만원(국비50%, 도비15%, 군비35%)을 지원받아 시행되는 마을주도 사업이다. 이후 진행될 하반기 프로그램은 7월 중 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https://www.returnfarm.com/)에서 공고 확인이 가능하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 옥천신문 기사 주소 : https://www.ok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460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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