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넘게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소일거리나 노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눈의 통증으로 짬짬이 두어 시간 매달릴 뿐이지만 나름 보람찬 시간입니다.

 

아이와의 추억이 많습니다. 육아담당자로서 많이 버겁기도 했지만 순간순간 재밌고, 감동적인 일도 많았지요. ‘언젠가 이 얘길 그림책으로 만들어야지!’ 오랫동안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장은 익어야 제 맛이지!’하면서 스스로의 게으름을 감추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육아낑낑백서 
육아낑낑백서 

 

올 들어서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눈이 더 아프기(나빠지기)전에 성과물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가사노동종사자들은 스스로의 이름으로 신용카드 한 장 만들 수가 없습니다. 고정된 수입이 없어서 국민연금을 넣지 못하니 노후대책을 세울 수도 없습니다.

 

열심히 작업을 해서 그림책을 내고 싶습니다. 내가 사라지고 나면 같이 사라질 이야기들입니다. 그 책들이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서 나의 노후대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얘기를 들은 친구 한명이 말합니다.

 

오래 살 생각인가 보네!” 딱히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몸은 삐거덕거리고, 세상에 대한 흥미도 사라졌으며 아이로부터도 많이 자유로워졌으니까요. 다만 바람이 있다면 아이에게 짐이 되고 싶진 않다는 것 정도입니다.

 

얼마나 더 다시 쓰고, 그릴지 모르는 일입니다. 내 마음에 든다고 해도 책이 될지 여부 또한 알 수가 없지요.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음에도 아이들의 입말을 잊어버려서 애를 먹습니다. 그럼에도 그 일을 반복하고, 끊임없이 지우개똥을 만들어내는 일이 즐겁습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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