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름밤에...
잠시 제 말에 귀기울여 보세요.
당신은 여름밤에 시골에서
모깃불 붙이고, 멍석깔고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나요?
그때,
무슨 느낌 없었나요?
마치 밤하늘에 별님들이 모여서
합창을 하는 듯하다고 느껴보지 않으셨나요?
달님과 별님들이
어우러져 소리내는
그 웅장한 天上의 교향악(交響樂)을
당신은 들어보셨나요?
아아,
그때 나는 그 소리를 들었어요.
밤하늘 가득히 울려퍼지는
그 소리없는 소리를...
내 온몸에 쏟아 부어지는
神의 은총(恩寵)을...
나는 느꼈어요.
그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어요.
(1988.1.26. 아침에)
< 詩作 후기 >
초등학교 5~6학년 시절 여름방학에 거의 한달 정도 고향 마을 큰아버지 댁에 머물다 온 적이 있다. 전깃불이 들어오기 전의 충청남도 입장 근처 시골 마을에서 저녁밥을 먹고나면 큰아버지 댁 마당에는 으레 멍석이 깔리고, 말린 쑥으로 모깃불을 피워놓곤 하였다. 그러면 이웃집 할머니와 어린 손자, 손녀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부채로 더위를 쫓으며 두런두런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 나는 멍석 한 켠에 벌렁 누워 밤하늘 쏟아질 듯한 은하수와 별무리를 바라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때는 왜 그리 별들이 밤하늘에 가득차 보이던지... 그리고 아주 작은 별들이 하루살이처럼 뭉쳐 아득히 저 멀리에서 명멸(明滅)하는 것도 볼수 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니 수천-수만 광년 멀리 떨어진 이름모를 성단(星團)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우던 ‘자연(自然)’ 과목 책에 나오는 북두칠성과 북극성과 삼태성(三台星)도 찾아보고, 카시오페이아(=우리말로는 ‘닻별’) 별자리까지 찾았던 기억이 난다.
위 졸시(拙詩)는 그때 밤하늘 별들을 보며 느꼈던 생각과 감정을 좀 더 나이든 30대 초반 한겨울에 메모장에 기록했던 것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어린 시절에 자연과의 교감(交感)을 나눌수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우리는 좀 더 자연친화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면서 자본주의적 문명이 자연에 끼치는 해독(害毒)에 좀더 민감해 질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은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받으니 학교 소풍이나 자연 체험학습의 기회가 없을텐데, 집에서도 대개의 부모들이 맞벌이하느라 가족 캠핑 갈 기회도 그리 만만치 않을테니, 참 안쓰러운 마음이다.
편집 : 허익배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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