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매가 될 것이 분명한 매화의 꽃망울이 애처럽고 신기하기만
박경리 토지문화관 전시장에서 뜻밖의 나무를 발견하였다. 건물 가까이 언덕 위에 자그마한 매실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이 작은 나무가 얼마지 않아서 피워낼 꽃망울을 달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가까이 가서 높이가 1m정도 되고 가지가 10여가 정도로 벌어진 조그만 매화나무에 반하고 말았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이 매화 꽃망울을 잘 찍을 수 있을까?
건물의 벽면에 피사체를 두고 찍어보고, 유리창에 비춰서 하늘에 떠 있는 듯이도 찍어보고, 위에서 내려다보고도 찍어 보는 등 여러 각도에서 이리 찍고 저리 찍어서 10여장이나 되는 사진을 얻었다.

흔히 ‘설중매’라고 한다. 날씨가 잠시 찌푸리더니 눈비가 잠시 흩뿌렸다. 가랑비가 내리는 것 같은데 내리는 모습은 눈이 분명하였다. 물론 땅에는 눈이 닿기도 전에 녹고 말았지만, 눈이 오는 것은 분명하다. 일기예보에서나 기사로는 눈이라고 쓸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런 눈 속에서 매화가 꽃망울을 키우고 있는 모습은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깨닫게 해준다.
매화는 아직 여린 가지에 약간 푸른빛을 띠기 시작하였고, 분명 꽃망울은 부풀어 올라서 두꺼운 꽃받침을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하여 약간 흰색에 가까운 밝은 색의 망울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바로 벽면에 해당하는 부분에 심어져 있긴 하지만 통로이어서 건물은 없는 공간이기에 다행히 매화나무는 옆으로 조금은 여유 공간을 가진 장소에 서 있는 셈이다.
신기하기도 하고 약 한 달 안에 피어날 매화꽃을 상상하니 이 매화가 아마도 설중매가 되지 않겠는가 싶어져서 더 귀하게 보인다.
어쩜 설날 무렵에 피어나는 것은 아닌지? 빠른 경우 2월 20일 전후에 매화가 피어났다는 꽃 소식을 듣긴 하지만 여긴 좀 추운 곳이라서 그 보다는 좀 늦을 것 같은데 지금의 꽃망울 크기를 보면 아마도 설날 무렵에 피기 쉬울 듯하다. 자세히 보니 이 나무는 건물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비교적 햇볕을 잘 쪼이는 것 같으니 조금 빨리 피려고 준비를 하는 것이겠지.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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