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때까지 화산 활동이 있었던 섬의 자연과 사람 향기를 맡는 재미가 쏠쏠해요.

비양도 부둣가를 향해 항행하는 여객선에서 보는 비양봉과 비양리의 모습(제공; 김광철)
비양도 부둣가를 향해 항행하는 여객선에서 보는 비양봉과 비양리의 모습(제공; 김광철)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협재해수욕장을 찾으면 하얀 모래에 반사되는 에메랄드 빛 바다 건너편에서 불쑥 솟아올라 협재해수욕장에 안온함을 더해주는 섬 비양도를 만날 수 있다. 지난 6월 20일경, 집안 행사가 있어서 아내와 함께 고향 제주에 내려갔다가 비양도를 찾았다. 이미 2년 전 내가 혼자 찾았던 적이 있는 곳이다. 아내가 이곳을 가보지 못했다고 하여 함께 찾기로 하고 서귀포 버스터미널에서 102번 직행버스를 탔다. 1시간 정도 달리니 한림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림항 선착장을 향해 걸어가다 보니이곳 출신  양지은 가수가 신곡 '사는 맛'을 발표한 것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제공; 김광철)
한림항 선착장을 향해 걸어가다 보니이곳 출신 양지은 가수가 신곡 '사는 맛'을 발표한 것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제공; 김광철)

 

우리는 비양도 가는 여객선을 타기 위하여 선착장까지 걸어갔다. 7~8분 정도 걸렸다. 가면서 보니 길가에는 '훈장국화', '유리홉스' 등 외국산이지만 많은 화초들이 심어져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근래 모 방송사에서 ‘미스트롯진’으로 뽑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수 ‘양지은’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한림은 양지은이 태어나 자란 고향이다. 제주  한림은 일제 때 ‘찔레꽃’ 등 많은 트롯곳을 불러 유명한 백난아의 노래비가 세워진 고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유난히 바람이 심한 곳이다. 한겨울 억센 서북풍과 맞서면서 사람들의 목청을 돋워서 그런지 한림은 명창들의 고향이 되어 있는 것이다.

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 운행하는 여객선은 '비양호'와 '천연호'로 2편이 있다.  각각 4편씩 운행하기 때문에 큰 불편없이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ㅈ[겅; 김광철)
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 운행하는 여객선은 '비양호'와 '천연호'로 2편이 있다. 각각 4편씩 운행하기 때문에 큰 불편없이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ㅈ[겅; 김광철)

 

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 운행하는 여객선의 운항 시간과 움임표(제공; 김광철)
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 운행하는 여객선의 운항 시간과 움임표(제공; 김광철)

 

한림항에서 비양도를 운행하는 여객선은 2척인데 각각 하루 4차례 운항된다. 총 8차례 운행된다고 보면 된다. 한림항에서 비양도 부두까지는 약 14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우리는 12시 00분 배를 타고 갔다. 뱃삯은 1인당 왕복 9천 원이다. 비양도에 들어갈 때 배표를 끊으면 나올 때는 2시 15분 배를 타거나 4시 15분 배를 타서 나오면 된다. 비양도호 배 시간은 위 사진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화산섬 비양도에 대해 소개하는 안내판(제공; 김광철)
화산섬 비양도에 대해 소개하는 안내판(제공; 김광철)

 

비양도 부둣가에는 '봄날'이란 드라마가 촬영되었던 곳이라는 알림판에 세워져 있었다.(제공; 김광철)
비양도 부둣가에는 '봄날'이란 드라마가 촬영되었던 곳이라는 알림판에 세워져 있었다.(제공; 김광철)

 

2년 전 비양도를 찾았을 때는 비양도 부둣가에 내렸더니 한 40대 중년 여성이 나와서 승객들을 부둣가 안내판 앞으로 끌어 모은다. 비양도 관광에 대한 안내를 하는 것이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다 그 안내를 받은 것은 아니다. 관심 있는 사람 20여 명이 둘러섰다. 그 사람들 틈에 나도 끼어서 비양도에 대한 대강의 아낼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여성은 비양리의 마을 사무장 일을 맡아보고 있는 ‘윤지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자신은 이곳 비양도가 고향인데, 초등학교 때 공부를 하기 위하여 제주시로 이사를 가서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70여 세대 200명도 안 되는 주민들이 고작인 작은 섬에 한림초등학교 분교가 유일한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 분교 앞을 지나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학교 문이 닫혀있는 것을 보니 안타까웠다.  윤씨는 지금 고향 마을로 돌아와서 마을 일을 보면서 식당과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비양도에 대한 안내 말미에는 비양도 둘레길을 돌면서 관광을 하고 난 다음 시간이 되면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 들러 식사도 하고 가라고 한다.

비양리 마을 사무장인 윤지희 씨가 운영하는 식당 겸 민박집 'in 섬 story', 마당에는 각종 화초들로 가득차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제공; 김광철)
비양리 마을 사무장인 윤지희 씨가 운영하는 식당 겸 민박집 'in 섬 story', 마당에는 각종 화초들로 가득차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제공; 김광철)
스레이트 지붕과 벽을 노랗게 칠하고 그림까지 그려놓으니 동화의 세계에 온 기분이다. 별채는 민박 손님도 받고 있었다.(제공; 김광철)
스레이트 지붕과 벽을 노랗게 칠하고 그림까지 그려놓으니 동화의 세계에 온 기분이다. 별채는 민박 손님도 받고 있었다.(제공; 김광철)
진입로도 꽃과 돌당, 여러 조형물 등이 조화롭게 잘 꾸며져 있다.(제공; 김광철)
진입로도 꽃과 돌당, 여러 조형물 등이 조화롭게 잘 꾸며져 있다.(제공; 김광철)

 

나는 당시에 비양도 둘레길을 돌고 나서 그 집을 찾았다. 이번 비양도 방문 길에도 윤지희 씨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비양도를 찾았지만 이번에는 부둣가에 나오질 않았다. 궁금하기도 하고 그 때 기억을 더듬으며 그 분이 운영하는 식당 겸 민박집을 찾았더니 손님들이 여럿 있었다 . 손님들 치르느라 부둣가로 손님들 안내를 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그 전에 왔었다는 이야기를 하니 반갑게 맞아준다. 내가 다른 식당을 안 가고 특별히 그 집을 찾은 것은 슬레이트 지붕을 노랗게 도색을 하여 벽에는 ‘in 섬 story’라는 상호를 큼지막하게 써 놓은 모습도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마당에는 온갖 화초들이 가득해서 안온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번 방문 때는 그때보다 더 다양한 꽃들로 마당을 꾸며 놓고 있었다. 울타리의 돌담 틈에는 알록달록 염색을 한 소라껍데기들을 끼워놓아 아기자기 꾸민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이 식당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부둣가에 있지 않다. 부둣가에서 제주 특유의 돌담 올렛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100여 미터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가서 보니 이미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기 위하여 왔다는 초로의 여성들 넷이 마당에 펼쳐진 파라솔 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와 아내를 보더니, 음식이 맛있으니 식사를 하고 가란다. 그렇지 않아도 식사를 할 참이었다. 나는 소라물회를 한 그릇 시키고 아내는 보말죽을 시킨다. 꽃밭 마당 한가운데 파라솔 밑에서 소라, 전복 등이 들어간 해물 물회에 소주를 한 병 곁들이니 별미였다. 역시 여행은 다니면서 자연과 역사, 사람을 만나 견문을 넓히는 것이 큰 이유이겠지만  그 지방 고유의 음식을 찾아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오른쪽 사람이 윤지희 씨이다.(제공; 김광철)
오른쪽 사람이 윤지희 씨이다.(제공; 김광철)

 

비양도 둘레길을 돌거나 비양봉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이 그 민박집 돌담길을 따라 지나가자 윤지희 씨는 손님들에게  “미수 기루 한 컵씩 드시고 가세요..”라고 한다. 돈을 받지 않고 서비스로 제공한다. 이는 손님들을 끌기 위한 상술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윤지희 씨에 대하여 여러 가지 궁금하여 물어보면 가족사 등 무엇이든지 친절하게 잘 대답을 해 준다. 심지어는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털어놓는 친절함 때문에 다시 그곳을 찾게 된 것이다. 마을의 안쪽에 있는 다른 집들도 윤지희 씨처럼 시골집들을 개조하여 소박하게 꾸며놓고 식당 등을 운영하는 집들이 몇 곳 눈에 들어온다.

윤지희 씨에게 여행기를 쓸 테니 인물 사진 한 장 찍자고 했더니 기꺼이 응해준다.

비양리 주민들은 주로 수산업에 종사하거나 식당 민박 등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 그런 마을 길들은 손님들을 위해 돌담과 어우러지게 각종 조형물들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제공; 김광철)
비양리 주민들은 주로 수산업에 종사하거나 식당 민박 등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 그런 마을 길들은 손님들을 위해 돌담과 어우러지게 각종 조형물들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제공; 김광철)

 

백과사전 등의 기록을 보면, 비양도는 “고려 목종(穆宗) 5년 6월에 산이 바다 가운데에 솟아 나왔다. 산에 네 구멍이 뚫리고 용암이 솟아 나와 닷새 만에 그쳤는데, 그 물이 모두 엉기어 기왓돌[瓦石]이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이런 기록을 보고 사람들은 고려 때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섬으로 알고 있지만 비양도 부둣가의 안내판의 기록을 보면,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미 27000년 전에 화산 활동으로 이루어졌다.”라고 적고 있다. 당시 화산활동으로 섬이 생성된 후에 고려 때 재차 화산 폭발로 용암이 분출되어 오늘날 비양도가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산탄, 화산력 등 쇄설물을 이용하여 밭담을 싸아 놓은 것이 정겨운데 그 밭담 사이로 보이는 비양봉의 모습도 안온하게 다가온다.(제공; 김광철)
화산탄, 화산력 등 쇄설물을 이용하여 밭담을 싸아 놓은 것이 정겨운데 그 밭담 사이로 보이는 비양봉의 모습도 안온하게 다가온다.(제공; 김광철)
화산섬 비양도의 바닷가는 까만 용암 너러바위인 '빌레'와 화산탄 등 화산 쇄설물들로 이루어져 있다.(제공; 김광철)
화산섬 비양도의 바닷가는 까만 용암 너러바위인 '빌레'와 화산탄 등 화산 쇄설물들로 이루어져 있다.(제공; 김광철)
비양도는 비양봉을 중심으로 경사가 급하면서 산비탈에는 대나무(이대)와 해송, 억새, 새 등이 자라고 있고, 농사를 짓기 위하여 화산탄 등을 이용하여 쌓아놓은 밭담들이 지금은 버려지 밭가에 한가로이 서 있다.(제공; 김광철)
비양도는 비양봉을 중심으로 경사가 급하면서 산비탈에는 대나무(이대)와 해송, 억새, 새 등이 자라고 있고, 농사를 짓기 위하여 화산탄 등을 이용하여 쌓아놓은 밭담들이 지금은 버려지 밭가에 한가로이 서 있다.(제공; 김광철)

 

비양도는 가운데 141m의 비양봉이 우뚝 솟아 있고 면적은 32,814제곱미터로 여의도의 약 1/5 정도 되는 작은 섬이다. 해안선 둘레의 길이가 3.5km이다. 해안선을 따라 둘레길이 나 있는데 한 시간이면 둘레길을 걸어 다시 부둣가로 올 수 있을 정도로 섬이 크지 않다. 비양봉을 가운데 두고 바닷가 둘레길을 걷다 보면 화산 활동이 왕성하게 일어났다는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용암이 바닷물을 만나 식으면서 굳어진 너럭바위(제주어로는 '빌레')들과 화산탄, 화산력, 송이 등 화산 쇄설물 등이 널려있다. 그런가 하면  바닷가에 피어있는 각종 들꽃들을 살피면서 걸으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 재미 또한 쏠쏠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은 다른 곳에 거의 볼 수 없는 염습지가 있다. 바닷물이 땅밑을 지나 섬 안으로 흘러들어와 못을 이루고 있는 '팔랑못'이 있다. '팔앙못'은 관광지로서 비양도의 품격을 한결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부둣가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 근처에는 농사를 짓고 있는 밭에는 고구마 등이 심어져 있었다. 과거에 농사를 짓다가 지금은 자연 상태로 버려져 있는 밭에는 대나무(이대)가 널려있고, 비양봉 비탈에는 해송들이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사이사이로는 억새라든가 새 등의 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바닷물이 땅 밑으로 들락거리면서 이루어진 염습지 '팔앙못'의 풍광도 비양도의 품격을 더 높게 하고 있었다.(제공; 김광철)
바닷물이 땅 밑으로 들락거리면서 이루어진 염습지 '팔앙못'의 풍광도 비양도의 품격을 더 높게 하고 있었다.(제공; 김광철)

 

나와 아내는 식사를 마치고 한 바퀴 도는데 3.5km 정도 되는 둘레길을 비양도의 독특한 화산 지형을 살피고 또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들도 찾아 관찰을 하면서 걸었다.

유일한 교육기관인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가 있는데, 그나마 코로나로 인하여 교문이 닫혀있아 안타까웠다.(제공; 김광철)
유일한 교육기관인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가 있는데, 그나마 코로나로 인하여 교문이 닫혀있아 안타까웠다.(제공; 김광철)

 

비양도에서 보았던 화산 관련 현상이라든가 식물상에 대해서는 이어서 다음번에 소개하고자 한다.

김광철 객원편집위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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