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역 3번 출구

 

그 할머니는
허리가 휘어져 있다.
바르게 서질 못한다.

짐을 등에도 얹 고
두 팔로 끌고 가야 한다.
전철을 탈 때나
계단을 내려갈 때에도
얹고 끌고 가야 한다.

그래도 이사는 해야 하나보다.

계단을 내려갈 때에
보따리 몇 개만을 끌고
여러 계단 아래 내려다 놓고
또 다른 짐을 다른 계단으로
옮겨놓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사진을 보자.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그 만의 방법이 있다.
그의 지혜가 보인다.

충무로 역 3번 출구
충무로 역 3번 출구

그렇게 옮긴 짐을 어디로 가져갈까?
하늘만 가려주고
비바람 눈발만 막아주는 곳이면
어디나 좋으리라.

보따리 푸는 곳이 그의 집이다.

우리는
그들을 노숙자라 부른다.

그들의 안식처를
우리사회는
마련해 줄 수 없는 것일까

진정 없는 것인가.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최성수 주주통신원  choiss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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