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다섯 권으로 3학년 1학기가 지나갔을 때 삼촌이 내 손을 잡고 '이제 아버지가 계시는 부산으로 가서 살아야 한다'며 데리고 갔다. 부전역에 내리자 차들이 많은데 놀랐다. 서사마을에서는 1년에 고작 몇 대를 봤는데 여기는 한꺼번에 다섯 대가 몰려다니는 게 아닌가?

저녁 전봇대를 따라가서 멈춘 우리 집 문에는 '만소잡 화설지'라고 붙여 놓았다. 이게 뭐지? 하며 들어가 보니 세상에!!! 그렇게나 많은 만화책이 천지사방에 가득했다. 말로만 듣던 보물섬이 여기로구나! 게다가 우리 집은 팥빙수와 풀빵도 팔았으니 만화책을 실컷 보고, 팥빙수와 풀빵도 실컷 구워 팔고 먹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년이 되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장 

박재동 주주  tangri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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