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은 선을 볼 때 부엌에서 밥하는 처녀 모습을 보고 결혼했다. (우리 어머니는 물을 이고 오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얼굴을 가리고 지나갔다 한다) 숙모님 하면 늘 말없이 빙그레 웃으며 "재동아 목 마르제"하고 주시던 물 한 사발이 생각난다. 물 이야기하나. 숙모님 아들 태야가 초등학교 때 집에 오면 "아이구 덥어라, 아이구 덥어라"하면서 마당을 왔다 갔다 한다. 그럼 할매가 "자 물 마셔라"하면 “그걸로 안 된다. 아이구 덥어라, 아이구 덥어라" 한다. 결국 할매가 아이스케키값을 줬다는 그 태야의 아들 영재, 딸 채원이가 벌써 십 대 말이고 숙모님은 여전히 빙그레 건재하시다. 이 그림은 숙모님이 타작하고 남은 밀 대가리를 터는 모습이다. 줄곧 크레파스나 파스텔로 그리다가 처음으로 수채화를 써보았다.

편집 : 김미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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