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버지, 어머니를 그리고 싶어서 모델을 부탁했다. 아들이기도 하지만 화가로서 정중한 요청이었다. 아버지는 책 보는 걸로 하고 어머니는 뜨개질하는 모습으로 결정했다. 아버지는 아픈 몸으로도 만화방을 보고 빵을 굽거나 팥빙수를 갈았다. 어머니는 동명이를 업고 아버지 병수발에 팥을 삶고, 밀가루를 젓고, 잠 부족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다. 수동이는 입학 전이라 여기저기 뛰어놀았지만, 학교를 갔다 오면 나도 만화방을 보거나(거의 나의 만화 독서 시간) 빙수를 갈고 빵을 구웠다. 모두 다 이렇게 바쁜 나날, 이렇게 앉아 아버지, 어머니를 그린 이 시간은 우리 가족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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